그동안 드라마에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을 많이 봤다. 대체적으로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화장실 가서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하면 임신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입덧이 토하고 나면 끝인 그런 것인 줄만 알았다.
그동안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다음날부터 바로 입덧이 시작되었다.
입덧의 종류와 증상은 정말 다양해서 어느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내가 경험한 입덧은 그나마 일반적인 편이었다.
입덧을 숙취나 멀미에 비교하기도 하는데 어떤 것이든 간에 ‘하루 종일’ 지속된다는 점이 힘들었다.
임신 초기 몇 주 동안은 앉아있어도 누워있어도 속이 나아지지 않고 메스꺼움과 울렁거림이 계속되었다. 토하고 싶은 기분이 계속 들었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평소에 즐겨먹던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했다. 임신하고 살찔까 봐 무서웠는데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오히려 살이 빠졌다.
입덧이 조금 잦아드는 시기가 오자 몸이 조금 편해지나 싶었다. 입덧이 끝나니 식욕이 돌면서 음식도 잘 먹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 배가 나온 것도 아닌데 평소 입던 속옷과 바지가 불편하고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심리적인 영향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지속적인 소화불량 증상이었다.
배가 조금씩 불러오면서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었는데 낮에는 크게 불편한 점이 없었지만 잘 때 너무 불편했다. 자면서 화장실을 2-3번씩 가다 보니 깊은 잠을 잘 못 자고 몇 시간마다 잠에서 깨어났다.
다리가 저리고 붓기 시작했는데 자다 말고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서 깨어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래도 임신 중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비교적 편해졌는데 실제로 몸이 편해져서라기보다는 힘들었던 증상들에 점점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임신 8개월 정도부터는 몸상태가 최악이었는데 출근을 하면 숨이 찼다. 게다가 겨울이라 길이 미끄러웠는데 내리막길을 지나가야 해서 항상 긴장하며 걸어갔다. 주차장과 사무실의 거리는 5분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인데 사무실에 도착하면 온몸에 힘이 다 빠졌다.
배가 남산만 하게 불러있으니 조금만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숨이 막혔다. 주로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했는데 점심을 먹고 자리에 앉아있으면 속이 답답했다. 결국 점심시간마다 밥 대신 샐러드를 먹었는데 그러다 보니 퇴근 후에는 다시 폭식을 하게 되고 결국 후기에 들어서면서 몸무게가 어마어마하게 증가되었다.
허리가 너무 아프고 손발이 붓기 시작하면서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주먹을 쥐는 것도 힘들어졌다. 출근할 때 신고 간 신발이 퇴근할 때는 발이 안 들어가서 신발 뒷부분을 구겨 신고 다녔다.
잠을 잘 때는 배가 불러서 똑바로 누워 잘 수 없었고 자주 깨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렇게 밤새 잠을 설치고 출근하면 숨이 차는 것부터 다시 반복. 너무 피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