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Z맘 Apr 03. 2024

정시 하원을 원하는 나, 조기 퇴근을 원하는 너

그렇다고 네가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야


나는 회사에서,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각자의 낯선 자리에서 눈물을 머금고 적응 중이다.


회사에서 나름 어린 나이에 승진 궤도에 올라섰었던 나는 ‘2년 휴직쯤이야. 내가 난데, 금방 적응하겠지!’ 했다.

그러나 2년 사이에 정말 많이 바뀌었다. ‘복무를 올리는 시스템, 문서를 작성하는 방식, 회사 문화 등등’ 모든 것이 새로웠다.


당황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나는 약간의 완벽주의자 추구 기질이 있어, 서툰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그리고 한때 전문가로서의 나의 모습에 나는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현실과의 괴리에 조금은 힘들었다.


그래서 나의 엄마, 아빠에게 자고 있는 아이를 맡기고, 아침 해가 뜰 무렵 회사로 향했다.

새벽 6시, 조용한 사무실에서, 2년 전 그때에 머물러있는 나를, 현재 시점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공부하고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현행화가 되지도 못한 데다가, 주 3일 출근으로 인해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기한 내에 해내는 것이 버거웠다.

아침 일찍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초과 근무를 하면서 천천히, 정확하게 해내고 싶었다.


그러나 낮잠 시간만 지나고 나면 “엄마, 데리러 가자”라는 나의 조기 퇴근을 원하는 아이를 두고서는 초과 근무도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다.

그럴 때면 아무 걱정 없이 초과 근무를, 아침 일찍 출근을 할 수 있는 남의 편이 그것도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모습이 떠올라서 더 억울했다.


억울해도 어쩌겠나? 아직도 그 아이의 세상에서 나의 영역이 이렇게 크구나 생각할 수밖에.

결국 나는 밀린 업무를 바리바리 싸서 집으로 향하고, 아이를 재운 후에 하려고 하나,

출근에 육아에 지쳐버린 내 육체도 아이를 재우다가 같이 잠들어 버리기 일쑤였다.


이렇다 보니,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후에야 밀린 회사 업무 처리를 한다.

문득, 나 같은 부모들이 많을 터인데,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도 초과근무로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근을 하지 않는 날(주 3일 근무 중)에 회사 업무를 처리를 하고 나면 밀린 집안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커피 한 잔 내려놓고 싱크대 정리, 빨래, 청소, 요리 등등 을 하다 보면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아침부터 내려놓은 다 식은 커피를 후다닥 한 입하고 아이를 데리러 간다.


이마저도 아이가 이제 어린이집 적응을 마치고 정시 하원을 하게 되어 가능하게 되었다.

지나치게 울거나, 아프거나 해서 연락이 오는 날에는 모든 일들이 올스톱이다.


나의 조기 퇴근을 원하는 아이, 아이의 정시 하원을 원하는 나.

아직도 엄마가 그립고, 엄마가 보고 싶고 엄마가 필요한 아이,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나,

그렇다고 아이가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육아를 한다고 해서 내가 할 일을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는 없으니,

나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자리에서 하던 일을 끝내고 만나서

나와 아이가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으면 해서 정시 하원을 바라는 바이다.


(물론, 에너지 충전을 위해 육아 쉬는 시간이 약간 필요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전 03화 사실은 좀 쉬고 싶어서 하는 출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