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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Z맘 Mar 27. 2024

사실은 좀 쉬고 싶어서 하는 출근

근데 아이 데리고 매주 기차를 타게 되었다.

드디어 출근을 한다!!!

근데 아이 데리고 매주 기차를 타고 하행한다.

그렇게 내려가서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나는 회사로 나선다.

다들 무슨 말이지 할 터이다.


조금 더 설명을 하면 나와 남편은 장거리 커플이었다.

결혼과 거의 동시에 아기가 생겼고 그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휴직을 했다.

그래서 남편 직장이 있는 지역에서 신혼집을 마련하여 3년 간 살았다.


이직을 하거나 직장 내에서 지역 간 이동을 하려고 했으나 잘 안 되었다.

그래서 주말부부냐, 또 휴직이냐 고민하다가 주 3일만 근무하는 제도를 알게 되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정말 좋은 제도이지만, 마지막까지 주말 부부냐, 주 3일 근무냐 고민했다.

주 3일 근무는 또 반쪽자리 경력 책정에, 하찮은 월급까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남의 편은 협박 섞인 애원을 했다.

“주말부부는 아니지 않나? 아기도 어린데 같이 살아야지! 그럼 집은 어떻게 할 건대?”

더 싸우기 싫었고 아이에게 가족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내린 판단은 주 3일 근무였다.


그래서 주 3일은 나의 직장이 있는 지역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서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친정에서 출퇴근을 한다.

다들 그 힘든 짓을 왜 하냐고 한다.


“어린이집 보내고 하면 남편이 며칠 데리고 있으면 되지 않나요?”,

“적응하면 아버님이 이제 등하원 시키시면 되지 않나요?”

다들 아이도 엄마도 힘들 텐데 왜 아이를 데리고 가냐고 한다.


남의 편이랑 이야기를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매일 기차로 출퇴근을 할 테니, 내가 출근하는 3일 동안은 남의 편이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책임지기로 했다.


남의 편은 처음엔 친정 식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듣기 싫어서 등하원하면 시키면 된다고

아이를 데리고 있겠다고 큰소리치더니

나중에는 “내가 등하원시키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너무 오래 있는 거 아냐?”,

“회사에서 갑자기 일 생기면 어떻게 하냐?”며 나에게 모든 걸 떠밀었다.


그럼 회사 다니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회사생활하면서 아이 등하원 다 시키나요?

(이래서 워킹맘이라는 말이 생겼나?

워킹파파라는 말은 좀 어색하긴 하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주말부부를 할 것이지!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고 그렇게 외쳐놓고선 아이는 왜 또 나에게 다 책임지라는 걸까?


그렇다. 결국 모든 게 나의 몫이다.

내가 여자라서, 아니면 엄마라서, 아니면 싸움을 피하고 싶은 자라서, 아니면 그 아이를 더 사랑해서일까?  

내가 돈을 벌어도 육아는 같이가 아니라 여전히 나의 몫이다.


정말이지 힘든 출근길이다.

사실은 나도 좀 쉬고 싶어서, 육쉬(육아 쉬는 시간)가 마려워서 출근을 하고 싶었는데

아이를 또 나의 엄마에게 또 떠맡기고 하는 출근이라 마음이 무겁다.


문득 우리 엄마도  ‘손녀 육아까지 내 몫이구나. 딸 낳은 죄가 이런 거구나’ 이렇게 생각하겠구나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동지애가 피어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그래도 아이의 엄마가 아닌, 나로서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우리 엄마 미안해! 사랑해!

그리고 내 딸아! 엄마의 출근길을 매일 신난 얼굴로 함께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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