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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Z맘 Mar 13. 2024

나의 편만이 응원해 주는 나의 출근, 너의 등원

아이도 중요하지만 네 인생도 중요하다는 나의 편

드디어 2년 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하게 되었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다.


그냥 내가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돈을 벌고 싶었을 뿐이었고,

이제 엄마라는 세상에만 갇혀있기보다 더 큰 세상이 필요해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다는 것이었는데

정말 어렵게 어렵게 출근을, 등원을 하게 되었다.


복직하기 6개월 전부터 복직해야겠다고 던졌더니 내 주위에 있는 남의 편들은

“애가 만 3살 될 때까지는 엄마가 키워야지…”,

“저 조그마한 애가 어린이집에서 적응하겠나?”,

“요새 어린이집에서 사건사고가 얼마나 많은데!”,

“얼마 번다고 그렇게 힘들게 복직하려고 하니.”

등등의 말로 나를 무너뜨렸다.


내가 또 꺾여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 나의 원가족 그러니까 엄마, 아빠, 내 동생만이 나를 응원해 주었다.

“그래, 복직해라! 엄마가 도와줄게. 아이도 중요하지만 네 인생도 중요하다. “라는 나의 엄마.

“우리가 힘닿는 데까지 도울께.”라는 나의 아빠.

”언니! 어린이집 가면 다 적응한다. 걱정하지 마라! “는 내 동생.


내가 복직하면 아이를 봐줘야 해서 제일 힘들어질 우리 엄마, 우리 아빠가.

주말에 시간 날 때마다 저 쉴 틈도 없을 텐데 아이를 봐주면서 나에게 숨 쉴 틈을 주는 내 동생이.

그들만이 나의 복직을, 아이의 등원을 응원해 주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


정말이지 실제로 아이를 돌봐주는 나의 편들은 나의 출근과 아이의 등원을 응원해 주는 반면,

말로만 보태는 남의 편들은 나의 출근과 아이의 등원을 걱정으로 포장된 말들로 계속 좌절시켰다.


나의 편들에게는 ‘아이’도 중요하지만 ‘나’도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행복해야 내 아이도 행복할 거라는 혜안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나를 응원해 주었다.


남의 편들이 하는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 말들 속에는 아이를 위한 생각만 있을 뿐, ‘그 생각 안에는 어쩌면 나는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에 내 마음속에서 그들이 점점 더 멀게 느껴진다.


남의 편은 말한다. ”나도 회사 가기 싫지만 우리 가족을 위해서 가는 거라고. 그냥 아기 키우고 쉴 수 있으면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 “


‘아기 키우면서 쉰다고?’ 육아도 해보고 일도 해봤지만 제일 힘든 건 육아다. 퇴근도 없고 매 상황 답도 없는 육아인데 아기를 키우면서 쉰다고? 육아하면서 잠깐 틈이 생기는 건 짧은 낮잠시간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마저 낮잠 후의 육아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지 나를 위한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한 남의 편은 주말에 잠깐 내가 볼일 본다고 몇 시간 외출하면 아이가 운다고 전화가 와서는 “바로 오면 안 되냐? 애가 이렇게 우는데 바로 안 오냐? 그러고도 네가 엄마냐?”라는 사람이다. 그럴 때마다 보이지 않는 족쇄를 차고 있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육아휴직 내내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엄마이기 전에 나도 사람이었고 커리어우먼이었고 우리 엄마아빠의 멋진 딸이었으니까.

그러다가도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면서 몇 번이고 ‘그래, 내 아이가 일단 먼저지.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내가 온전히 책임져야지.’ 하면서 다시 나를 주저앉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 사랑스러운 아이는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 많이 늘었다.


마침내 나는 복직 서류를 냈고 발령을 받았고 아이도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마쳤다.

아이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낯설지 않도록 계속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는 어른이라서 회사 가서 돈 벌어 올게. 아가는 어린이니까 어린이집 가서 재밌게 놀고 공부도 하고 와.” 여러 번 이야기를 해줬다.


하루는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회사 갔다 와! 나는 일단 어린이집 가볼게!” 갑자기 울컥했다. 뭘 안다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안쓰럽기도 하고 벌써 이렇게 컸나 싶어서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출근을, 너의 등원을 응원해 주는 너는 역시 나의 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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