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울면 내 마음은 부서질 것 같아

근데 나도 울면 엄마가 더 슬플까 봐

by MZ맘

한평생 신앙의 힘으로 단단했고 팔팔했던 나의

할머니가 한순간에 몸의 반을 못 쓰게 되는 마비가 왔다. 마비와 더불어 급성 치매까지 왔다.


나의 부모님과 나의 아이와 함께 입원한 할머니를 뵈러 갔다. 나의 부모님은 아이가 놀라지 않을까 하고 번갈아 가면서 병동에 올라가고 아이는 병동에 가지 않기를 바라셨다.


그러자 아이는 “나도 올라가서 왕할머니 볼 거야”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으이구; 할머니가 아프신데, 얘는 뭐가 궁금하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고집을 못 꺾고 함께 올라갔다.


기저귀를 차고 병상에 누워 계신 할머니의 모습은 가엽고 애잔했다. 환자복에는 음식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고 입가에는 미처 닦지 못한 음식물이 묻어 있었으며 할머니 가까이 갈수록 불편한 냄새가 났다.


어른인 나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할머니의 첫 손주로서 사랑을 듬뿍 받은 나로서도 할머니의 상황과 할머니의 모습, 그리고 냄새가 불편했다. 아이마저 그렇게 느낄까봐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할머니의 손을 잡고 의미 없는 말들을 이어갔다.


할머니의 병상을 떠나기 전, 주변 어른들에게 등 떠밀려 나는 소리 내어 할머니를 위해 기도했다. 기도를 하던 중 초라해져 버린, 한없이 작아져버린, 무기력한 몸뚱이만 남은 할머니를 보다 울음이 터졌다.


아이는 놀란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이가 놀랄까 봐 나는 황급히 눈물을 닦고 기도를 마무리했다. 기도가 끝나자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검버섯이 잔뜩 난 할머니의 손을 쓰다듬어 드리면서 “또 올게요. 아프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기특한 녀석. 어른처럼 위로해 주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병실에서 나와 나는 아이에게 “엄마가 아까 울어서 미안. 건강했던 왕할머니가 아프니까 너무 슬펐어. “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는 ”엄마가 우니까 내 마음은 부서지는 것 같았어. 근데 나도 울면 엄마가 더 슬플까 봐 참았어 “라고 말했다.


내가 정말 아이를 낳은 건지, 다 큰 어른을 낳은 건지 가끔 헷갈린다.


아이의 말이 성숙해질수록 나의 어른들은 노쇠한다.

아이의 성장은 기쁘지만 나의 어른들의 노화는 달갑지 않다.


이 시계가 조금만, 조금만 더 천천히 흐르면 한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