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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아줌마 Oct 14. 2024

그래도 시작!!

기대는 놓고 일단 고!

 (10.9~10.11) 짧은 여정


 아이에게는 섣부른 기대와 불안감을 심어 줄 것 같아서 타로 카드를 뽑게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궁금한지 조르긴 했지만 말이죠. 좀 있으면 저는 아이를 만나러 서울행 기차를 타러 갑니다. 금요일까지 실기 시험이 잡혀 있거든요. 가기 전 문득, 궁금하더군요. 당장 닥쳐 있는 아이의 가까운 미래가 말이지요. 그래서, 마음을 집중하고 타로 카드 세 장을 뽑아 보았습니다.


 뽑은 순서대로 해석해 봅니다. 왼쪽 카드는 완벽하진 않지만 최초의 달성이라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나머지 카드들은 새로운 시작으로 봤어요. 오른쪽 바보카드는 어설픈 지금 우리 아이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석 달 후면 성인이 되는 아이는 신고식을 치를 겨를도 없이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길 반복할 겁니다.

 이틀째 서울 떠돌이 생활 중이에요. 이 바쁜 도시 속에서 잠시 이방인으로 살아보는 시간이 저에겐 조금 버겁습니다. 바다가 사방에 펼쳐진 곳에서 사는 저에게 한강의 잔잔한 물빛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의 속처럼 느껴져 낯섦을 넘어 살짝 두렵기도 합니다. 끝을 알 수 없이 길게 늘어진 한강을 보며 집 앞바다의 경이로움과 파도의 일렁임이 저도 모르게 그리워 피식 웃음이 납니다.


 아이의 실기가 끝나길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자리만 멈춰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 바쁜 걸음을 재촉합니다. 한가한 사람은 저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밝고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키오스크에서 일정한 톤의 여자가 수다스럽게 일방적인 음성만 뱉어냅니다. 사람들은 기계음에 맞춰 수동적으로 움직일 뿐입니다. 대화는 거의 없습니다. 기계도 사람도 일방통행입니다. 말 한마디 없이도 살 수 있겠구나. 이곳을 거쳐가는 이들에게는 일정한 규칙이 있는 듯합니다. 사람들은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 취향에 맞는 커피를 들고 각자의 길을 가서 카페인의 도움을 받으며 바쁜 하루를 시작할 것 같아 보입니다. 저의 하루와는 너무도 달라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은 더 강하게 와닿습니다.


 아이는 수많은 경쟁자들과의 대결을 몇 번 겪더니 애써 덤덤한 척하며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동안 고생한 시간이 단 몇 분 안에 평가받는 잔혹한 제도가 과연 옳은 건지 시대를 만들어 온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제 역량으로 감히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아이는 잠시 후에 어떤 표정으로 나타날까요? 후련한 표정이길 바라봅니다. 최선을 다 했으니 그걸로 충분합니다.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고 시작할 수 있도록 저부터 마음을 다잡아야겠습니다. 끝인 것 같지만 또 다른 기회의 시작일 수도 있음을 아이가 깨달아주길 바라면서 말이죠. 하지만, 많이 아프지 않게 첫 시작은 좀 수월했으면 하는 엄마의 욕심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아이가 밝은 표정으로 다가옵니다. 후회 없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고 왔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아이가 대견스럽습니다. 그거면 되지 않을까요? 혹여 실패하더라도 툭툭 털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보입니다. 


숨이 멎을 때까지 언제나 시작입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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