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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Feb 24. 2024

생애처음 무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 그래도 나는 교사인가 보다. 

2024학년도에도 나는 3년째 학생부장이다.  처음에는 교감선생님에게 그만하겠다고 말했다가 번복하고 그냥 남기로 했다. 

2023학년도도 학생부장으로서 참 힘든 한 해였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이 남는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20년 넘는 교직생활을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작년 10월 말 학교 축제 공연에 참가했다. 

솔직히 참가를 하는 선생님들도 많지 않았고 학생부에서 축제 공연을 담당했기에 책임감을 느꼈다. 

솔직히 참가를 결정해 놓고 나름대로 집에서 기타랑 노래 연습을 해보면서 많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괜히 나가서 망신당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지만 다시 번복하기는 그럴 것 같아 그냥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축제 공연에 대한 총괄 책임자이지만 다른 내용들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학 입학시험을 볼 때보다 처음에 군에 입대했을 때 임용 시험을 보러 갔을 때 보다도 더 떨렸던 것 같다.

아침에 리허설 때 나름 잘했고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이 다들 감탄의 눈빛으로 보며 칭찬을 해주어 나름 자신이 생겼다. 

근데 진짜 본 공연 때는 조명이 너무 많아 눈이 부시고 정작 무대 위는 어두워서 악보도 잘 보이지 않았다. 리허설 때 보다 더 긴장이 되고 정신이 없어 음정, 박자 다 틀리고 기타 연주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중간에 멈출 수 없어 그냥 다 마치고 내려왔다.


처음에는 내가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른다는 것을 믿지 않았던 녀석들도 시작부터 끝까지 많은 호응을 해주었다. 특히 이러저러한 일로 학생부에 많이 왔던 녀석들이 더욱더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었다. 

축제가 끝나고 나를 보는 아이들의 시선과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물론 학생부장으로 다시 잔소리하고 다니면서 이전의 상태로 돌아왔기는 했지만 말이다. 


겨울방학 직전에 점심을 먹고 교내 순찰을 도는 날 보고 학 여학생이 다가와서 말했다. 

"샘, 그때 응급실 노래 부른 것 너무 멋있었어요"

"그래 고맙다. 그렇게 말해줘서."

잘 모르는 아이지만 서로 웃으면서 헤어졌다.


교무실로 걸어오면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래도 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

그동안 다양한 사고들을 처리하고 학부모 민원을 받고 경찰을 만나고 행정업무와 서류를 처리하면서 내가 교사인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고민을 떨쳐 버리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보려고 한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2024년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 학부모, 교사가 행복한 학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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