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벨을 설치했다...
어.. 그게.. 뭘로 하는 게 좋을까요? 어.. 다른 데는 어떤 소리로 하나요?
1월 중순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방학기간임에도 아침 일찍 출근했다.
12월 말 교육청에서 긴급이라고 해서 교권보호를 지원한다고 민원 상담실에 비상벨설치, 전화 녹음기, 알람시계 등을 구입하라고 예산을 보냈다. 그런데 학생들 실습활동을 할 교실도 부족한 마당에 마땅히 민원실을 설치할 공간은 없었다. 결국 학교폭력상담, 생활교육위원회(선도위원회)등의 회의를 하는 학생부 회의실이 대상공간이 되었고 3년째 학생부장을 놓지 못한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비상벨은 학생부 상담실에 설치하고 수신기는 바로 옆 학생부 교무실과 교감선생님이 있고 선생님들이 있는 본교무실에 설치하기로 하였다. 학생부 교무실에는 인원 4명이라서 비어 있는 경우도 많아 수신기가 더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교감샘도 동의를 했다.
설치 기사가 물었다.
"선생님, 이거 비상벨은 어디다 설치할까요?"
난감했다. 나도 교직생활이 20년이 넘었지만 비상벨을 설치해 본 적은 없다.
"어... 보통 어디에 설치하나요?"
"뭐 눈에 잘 띄게 출입문 옆에 하는 경우도 있고요. 책상 밑에 설치하기도 해요."
"책상 밑에 비상벨을 설치한다고요?"
"예, 몰래 눌러야 될 것 아네요. 그래서 책상 밑에 설치를 하기도 해요"
고민 끝에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출입문 옆에 설치하기로 하였고 색은 눈에 잘 띄게 흰색으로 하기로 하였다.
수신기를 설치하던 기사가 또 물었다.
"선생님, 비상벨 소리는 어떤 것으로 할까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비상벨을 설치하는 경험이 처음이니까.
"어... 어떤 소리들이 있나요?"
설치기사는 여러 가지 소리를 들려주었다.
부저음, 딩동, 비상벨소리, 음성(도와주세요, 위험해요) 등 몇 가지 소리가 있었다.
역시 설치기사에게 또 물었다.
"보통 어떤 소리로 하시나요?"
"다양하게 하세요. 음성도 괜찮은 것 같은데.."
"음성으로 하는 데도 있어요"
"그럼요, 몇 번 있어어요"
고민이 되었다. 그냥 '딩동'은 음식점 같고..... '도와주세요, 위험해요'는 왠지 아닌 것 같았다. 솔직히 교사로서 자존심이 조금 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비상벨 소리로 설정을 해달라고 하였다.
비상벨 설치를 완료하고 몇 가지 공문처리를 하고 오후 늦게 집으로 귀가했다.
귀가하며 약간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교실에도 비상벨을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권이 땅바닥에 떨어진 시대에 교사로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더 구나다 문제 학생과 진상 학부모들을 최 일선에서 맞이해야 하는 학생부장으로서 마음이 더 무겁다. 작년 한 해 정말 많은 일을 겪었는데 올 한 해는 어떤 일들이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또한 지나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