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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Jul 29. 2023

진상부모 체크리스트를 보니

# 학생부장으로서...

최근에 서이초와 유명 웹툰 작가와 관련한 갑질 문제로 과도한 학부모 민원이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20년이 넘게 학교현장에 있으면서 교권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고 겪어왔고, 현재 모두가 꺼려하는 학생부장을 맡고 있으면서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교권 추락에 대한 폭발적인 사회적 반응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일부 언론 매체에서 진상부모 체크리스트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자료를 제공하였다. 제목은 다소 충격이었지만 관련 내용은 뭐 늘 학교에서 보고 겪었던 것들이다.

이미지 출처: 조선일보


진상부모 체크리스트를 보며 드는 생각을 그냥 두서없이 끄적거려 본다.


1. 개인 연락처를 안 알려주는 사람은 부모 심정을 모른다. > 요즘 젊은 샘들은 투폰을 쓰고 퇴근할 때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폰은 책상서랍에 넣고 퇴근한다.


2. 정말 급할 때는 늦은 시간에 연락할 수 있다. > 굳이 늦은 시간에 학부모가 연락할 필요가 없다. 하교 후 일상에서 보호자는 학부모인데 교사가 할 수 있는 솔직히 아무것도 없다. 학생 신변에 문제가 있거나 결석을 하게 되면 아침에 문자만 보내주면 된다.


3. 젊고 예쁜 선생님이 좋다. > 아이들은 더 좋아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슬퍼진다.


4. 애 안 낳고 안 키워본 사람은 부모 심정을 모른다. > 물론 그렇다. 그렇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학급에 있는 금쪽이들과 진상 학부모들을 상대해야 하는 교사의 마음을 부모들도 모른다.


5. 나이 많은 선생님은 엄해서 아이들이 싫어한다. > 나이가 많으면 엄하든 엄하지 않든 친절하던 멋있던 그냥 아이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6. 젊은 여교사는 애들이 만만하게 봐서 잘 못 휘어잡는다. >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오히려 아이들이 좋아해서 더 잘 따르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나이가 많다고 아이들을 잘 휘어잡는 것은 아니다. 선배교사의 역할을 못하는 교사들도 있다.


7. 우리 애는 예민하지만 친절하게 말하면 다 알아듣는다. > 요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예민하다. 난동을 부리고 소리를 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데 친절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8. 우리 애는 순해서 다른 애들한테 치일까 봐 걱정이다. > 실제로 그런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진짜 집에서는 순할 걸까?라는 의구심이 많이 든다.


9. 우리 애는 고집이 세서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하교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는 어렵다. 한 명으로 인해 수업이 제대로 안되었다고 본인의 자녀가 집에 와서 말한다면 이해해 주실건지...


10. 때린 건 잘못이지만 맞는 것보다는 낫다. > 차라리 맞는 것이 날 수 있는데... 때리면 학폭 가해자가 되어 학폭위 조치를 받아야 하고 민형사상 손해배상도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11. 우리 애가 잘못했지만 이유가 있을 수 있다. > 분명히 그럴 수가 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선생님 그리고 피해학생 및 학부모가 이해할 수 있을는지?



아직도 좋은 신 학부모도 계십니다. 하지만 학교는 그리고 교사는 을이 아니라 여러분의 자녀에 배움과 삶의 경험과 지혜를 주는 곳입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 공동체 모두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고 함께 배움을 만들어가는 모두가 행복한 학교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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