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성이 중요한 시대
마지막 방과 후 수업이라서 1시간 정도 일찍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올라와 자리에 앉았을 때였다.
서로 다투는 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남아 있을 시간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퇴근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학생부장니까.....
밑에 층으로 내려가 보니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모여있었다.
복도에 서서 두 여학생이 서로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있었고 몇몇 여학생들은 그냥 뒤에 서서 관망하고 있었다. 얼른 중간에 끼어들어 중재를 하며 무슨 일로 그러냐고 물었다.
'그냥 중학교 때 일 때문에 그래요'라고 대답을 하는 A는 내가 잘 모르는 아이였다.
상대방인 B는 우리 교무실에 청소를 하러 오는 아이여서 낯익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B는 펑펑 울고 있었고 A는 굉장히 시니컬하고 냉정한 얼굴로 있었다.
학교폭력으로 까지는 보이지 않아 혼자 있던 A를 먼저 집으로 가라고 보냈고, 조금 있다가 B의 무리를 집으로 보냈다. 혹시나 건물 밖에서 다시 충돌할까 봐 한 동안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음날 담임한테 이야기를 하니 A와 B는 같은 중학교 출신이고 A가 소위 일진 무리여서 B를 중학교 시절내내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것이다. 우연히 특성화고등학교 같은 과에 입학하게 되고 반도 같은 반이 된 것이다. 솔직히 고등학교에서는 그런 관계가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만약에라도 인지하게 되었다고 반이라도 다르게 배치를 하였을 것이지만 그런 개인적 관계까지 학교급 간에 연계하기는 힘들다. 왜 B가 그렇게 울고 있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중학교 때의 악몽이 고등학교까지 연결되니 정말 괴로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집단 따돌림 같은 학교폭력이 B한테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 깊게 관찰하시라고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다.
그런데 오히려 담임은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담임의 말에 의하면 A는 활달한 성격에 나서기도 좋아하여 투표를 통해 학급 반장으로 뽑였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열심히 하는 척하더니 지각이 많고 자신이 해야 할 일들과 선생님이 부탁하는 일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학급의 다른 여학생들의 험담을 여기저기에 하고 다녀서 학급에서 거의 친한 여학생이 없고 다들 싫어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B는 성실하고 인성도 좋아 다른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자기가 반장도 아니지만 선생님의 심부름이나 학급의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는 것이었다. 교무실에 청소를 하러 왔을 때 밝고 싹싹하고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요즘에 보기 쉽지 않은 학생이라 눈여겨보고 있었다.
결국 학급에서 아무도 친한 사람이 없는 A는 점점 더 학교생활을 불성실이 하게 되고 의욕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모르 것 같다고 담임은 말한다. 반면에 B는 학급의 모든 아이들과 잘 지내며 열심히 학교생활하여 선생님들도 좋아한다고 하였다. 어제 A와 B 간에 다툼이 발생했을 때도 다들 B의 편을 들었고 A 편을 드는 아이들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제 B의 뒤에만 아이들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났다. A가 자기가 중학교 때 B를 괴롭히고 다녔던 일들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고 그게 발단이 되어 방과 후에 서로 말싸움을 하게 된 것이었다. 혹시나 집단 따돌림이 발생하지 않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 달라고 담임에게 이야기하였다. 담임은 B와 같이 다니는 아이들도 그런 정도의 인성을 가진 아이들은 아니어서 그럴 일이 발생할 확률이 낮을 것 같지만 주의 깊게 관찰하겠다고 말하였다.
중학교 때 일진이었던 A와 괴롭힘을 당했던 B. 고등학교에 와서 다시 한 반으로 만난 이 둘은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학급에서 A는 아싸로 B는 인싸로 바뀌었다.
연예인, 운동선수 등 사회적 파급력을 가진 유명인들의 학창 시절 학교폭력 문제들이 매스컴을 통해서 계속 이슈가 되고 있다. sns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정말 유명인이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인성을 가지고 잘 못 없이 살아왔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시 시작될 수 도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코로나 펜더믹의 종료로 시작된 대면교육은 그동안 관계와 소통이 부족한 채로 살아온 아이들 간에 다양한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결국 올바른 관계를 만들어내고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인성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좋은 인성을 가진 학생들은 관계로 인한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편이고 발생하더라도 쉽게 해결이 된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는 아이들 간의 관계를 만들고 좋은 인성을 갖추게 하는 교육활동 시간들이 부족해지고 있다.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사고 발생 시 면피를 위한 각종 법정 의무교육들 속에서 올바른 인성 형성을 위한 교육은 찾아보기 힘들다.
선생님에게도 학생에게도 오기 싫은 학교가 아니라 관계와 소통 속에 올바른 인성을 키워가는 행복한 학교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