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반가움, 새로움이 함께한 시간

# 생애 처음 겪어본 경험

by 서쌤

금요일 조금 일찍 퇴근하여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장례식장이다. 홀로 상주 역할을 3번이나 하였고 장례식장에 수많은 조문을 가봤지만 이번에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목요일 오후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누군가 봤더니 6년 전에 졸업시킨 제자였다.


" 어, 오랜만이네. 잘 지내지? 어쩐 일이야? "

" 네 샘 이렇게 갑자기 전화드리게 되어서 죄송해요. 다른 게 아니라 OO 이가 죽어서 토요일이 발인이에요 "

" 어, 뭐라고? 어...... 어쩌다가? "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20년 교직생활에서 제자의 장례시장에 가게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장례식장 가는길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제 스물다섯이 되었고 되었고 군대도 갔다 와서 남자로서 인생에서 정말 좋은 시기일 땐 테....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이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사인은 교통사고였고,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까지 이루어졌다고 한다.


장례식장 입구에서 호실을 확인하면서 고인의 사진이 스크린에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랬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착하고 원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학생들과 선생님과도 원만한 관계를 구축한 학생이었다. 그리고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찡그리거나 화를 잘 내지 않았던 학생이었다. 정말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사진을 보니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조문을 하며 고3 때 담임이라며 인사를 드리니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며 너무 고마워하셨다. 고인이 가지고 있는 성품이 아마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두 손을 잡고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정말 좋은 학생이고 제자였다고 말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나랑 같이 조문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녀석들도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이기는 하였지만 장례식장 안에는 내가 담임을 했던 아이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어제도 많이들 왔다 갔다고 한다. 학과별로 1 반씩 한 학년에 4반에 밖에 되지 않은 작은 학교였고, 기숙사 학교였고 입학을 하게 되면 학과별로 반이 1개여서 3년 동안 같은 반을 해야 돼서 학생들 간 관계가 돈독하다고 할 수 있었다.

거의 6년 만에 보는 아이들이 많았다. 한 번에 이렇게 몇 년 동안 가르쳤던 아이들을 한꺼번에 보기는 힘든데 정말 동창회가 열린 것처럼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원래 관계가 끈끈한 것도 있겠지만 고인의 인성과 인간관계의 덕도 있었을 것이다. 20대 중반이 된 녀석들은 나름대로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 벌써 결혼해서 애가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정말 이른 나이에 결혼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녀석들인데 사람의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자리를 옮겨 다니며 또 아이들이 찾아와서 고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 이야기, 지금의 삶의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나누었다. 처음에는 무거운 마음으로 찾아오게 되었지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반갑기도 하고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남아서 운구와 화장장까지 함께 하려는 아이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을 남기로 밤에 다되어 장례식장을 나서게 되었다.




우리 집과 같은 방향인 제자가 있어 같이 차를 타고 오게 되었다. 일찍 결혼해서 아이도 있었지만 가정에 문제가 있어 오랜 기간 별거 중이라고 하였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많이 우울해하는 제자와 삶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이들과 학교생활, 교우관계, 기타 문제로 상담을 하는 것은 정말 지겹도록 많았지만 이미 결혼을 한 성인이 된 제자와 이혼 문제와 삶의 방향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삶의 현실에서 탈출해서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 약간은 술이 얼큰하게 취한 제자와 같이 차를 타고 가며 인생과 삶에 대하여 상담을 해보는 새롭고 신박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학창시절에도 이 녀석과 많은 대화와 상담을 했었던 것 같은데 둘 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을 하지 못했다. 뭐, 아마 담임의 일상적인 잔소리였을 것이다!





제자를 집 근처에 내려주고 운전을 하며 돌아오는 길에 삶과 인생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 '라는 옛 어른들의 말이 진리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날마다의 일상을 그냥 지겨운 일상의 반복으로 생각하고 그냥 흘려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하여 되돌아보게 되었다. 정말 누군가에는 소중한 하루하루의 삶일 것인데...


OO 아! 너는 정말 훌륭한 인성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따듯한 남자였어. 남은 가족들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곳 하늘에서 평안하게 지냈으면 한다. 그리고 선생님의 마음에도 또 고등학교 3년 동안 같이했던 친구들 선후배들도 모두 너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마음에 두고 있을 거야....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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