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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라니 Mar 14. 2024

엉금엉금 영어로 어학원 레벨테스트

시작한 너와 나를 응원해!

 첫째 5세 때 어학원을 운영하는 평 좋은 유치원에 보냈다. 둘째는 2살. 돌이 겨우 지난 시기라 첫째의 공부를 돌봐줄 여력이 없었다.

 집에서 배운 내용을 들여다보지 못하니, 누적되는 학습량은 많아졌고, 아이는 친구들의 속도를 곁눈질 하며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다.

 7세 여름이 지날 무렵 이사를 했다. 이제야 영어 수업을 적응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코로나 팬덤과, 이삿짐 정리만으로 벅찬 나는 아이의 영어수업을 놓았다. 훗날 이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8세엔 내가 아는 선생님과 온라인 그룹수업을 진행했는데, 역시나 음가를 정확히 아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이는 위축이 되었다.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영어 수업을 하려고 집 근처 프랜차이즈 영어 공부방도 다녔고, 9세엔 방과 후 파닉스 수업에 참여했다.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고 지지부진, 학원을 가기에는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충격받을 것이 뻔한 상담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이사를 하고, 영어도서관에서 책 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파닉스 공부를 마친 후에 다닐 수 있다는 상담 선생님의 말씀에 속상하고 아이에게 미안했다.

 3학년에 공공영어도서관 수업에 참여했다. 선생님이 결국에는 다 하는 것이라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 주셨다. 3학년에 영어가 교과목이 되는 시기라 걱정만 있었지, 행동으로 내가 한 것은 도서관 수업을 신청해 준 것이 전부였다. 아이는 선생님을 좋아했다.

 영어그림책을 빌려와도 아이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영어로 말하는 애니메이션은 귀를 닫는 것이 보였다.

  

 그런 우리에게 레벨테스트라니. 너무 부담스러웠다. 원장님께 연수 신청 하기 전에 어떻게 공부하고 가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단어를 많이 외워 오라고 하셨는데 막막했고,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결론은 아무 준비 없이 연수를 시작했다는 것.



 아침을 먹고, 아이들과 기숙사 앞으로 나갔다. 한 남자 선생님이 우리와 한 남자 고등학생을 데리고 학교로 출발했다. 낯선 캠퍼스 안 울창한 나무를 지나가니 어학당 건물이 나왔다. 아이들과 남학생, 나 넷이 시험을 보려니 우리 아이들이 굉장히 어수선하고 시끄러웠다. 다행히 남학생을 옆 강의실로 옮겨주셨다. 첫째의 시험지를 힐끔힐끔 보는 둘째.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시험지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첫째. 점수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신경전을 벌이며 시험을 보았다.



 나도 시험을 보았지만, 집중하기 어려웠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란 말만 수십 번 한 것 같다. Quel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선생님이 내가 영어 공부를 하러 온 동기를 물으셨다. 외국인에게 부동산을 매매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어순이 제대로 맞는지도 모르는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어 주신다.

 그렇게 두 시간쯤 시험을 본 후, 선생님들을 곁눈질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한눈에 다정한 선생님들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낯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좋다고 재미있다고 하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학교 안 어학당이라 카페테리아에서 아이들은 또래 필리핀 아이들의 간식을 먹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었으면 하는 엄마의 욕심을 계속 드러냈다.

“친구 사귀자. ”

“말해봐.”

 안 되는 영어를 그렇게라도 연습하는 기회를 만들기를 욕심냈지만, 낯선 사람들이 말 걸면 내 뒤로 숨기 바쁜 아이들이었다. 친구를 사귀라는 말은 터무니없는 강요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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