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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와하나 Aug 12. 2022

[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


  20살 때부터 일을 쭉 - 해오다 보니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돌+I 들과 일하게 되었는데, 이 이야기는 그중 한 명의 이야기다. 부산대학교 학생들에게 나름 입지 있는 카페에서 일할 시절이었다. 같이 일하던 직원이 그만둔 후 새로운 직원을 구하기 위해 공고를 냈고 많은 사람들이 면접을 보러 왔었다. 앞의 면접자가 끝나고 다음 면접 시간이 다되어 갈 때쯤이었다. 등장부터 화려하게 새빨간 자동차 한 대가 매장 문 앞에 서더니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그녀가 내렸다. 알고 보니 바로 근처 같은 업종의 점장이었던 그녀. 경쟁사의 점장인 그녀가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월차와 휴무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내가 일했던 매장들은 한 달에 한 번 대표님의 지시 아래 직원들 복지 정책으로, 강제로 월차가 주어져 전 지점이 매장 문을 아예 닫았는데, (부산대 내에 지점이 여러 개 있고, 대표님 밑으로 점주들이 따로 있는 구조. 이에 직원들이 월차 사용을 눈치 보거나 어려워할까 강제적으로 시행됨) 한 달에 한번 쉬는 리가 쉬는 게 그렇게 부러웠다고 한다. 여기에 기타 휴무 날도 더러 있어서 저기는 맨날 쉰다면서 부러워했다고 한다.


최종 면접까지 통과한 그녀와 그렇게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함께 일하게 된 지 삼 일 후, 그녀는 아주 다급한 목소리로


"이것 좀 봐요"


라며 오픈 청소를 하고 있던 나를 불러 세웠다. 대표님 지시사항이라도 내려왔나 싶어 그녀의 폰 화면을 보는데 화면 속에 왠 시커먼 남정네가 실 오르라기 하나 안 걸치고 바다를 파헤치며 뛰어나오는 게 아닌가? 오우... 화면 속 흑인 분은 참... 건강하고 건장하셨다. 크고.. 아름... 어우야... 당황했던 나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멋쩍게 웃었다. '이야 이거 말 잘못했다가 철컹철컹 내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그날 딱 느낌이 왔다.


'저거 미친놈이구나, 아주 똘끼 충만한...'


그렇게 동갑인 그녀와 3년 가까이 같이 일했는데, 단 한 번도 말을 놓지 않았다. 왜냐고? 상대는 돌+I 니까!

자체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했다. 동갑인데도 불구하고 존댓말을 쓰니 주변에서 왜 말을 편하게 하지 않냐고 물어볼 때마다


"아... 너무 친해지면 제가 막대할까 봐요"


라며 말을 얼버무리곤 했다.


" 나는 아주 가늘고 길게 또한 조용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 돌+I 랑 엮이고 싶지 않아 "


라고 말하고 싶지만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아 두었다. 그러다 일을 그만두고 사석 술자리에서 무슨 이야기 끝에 그녀가 그때 왜 말을 편하게 하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이제 같이 일도 안 하겠다 속 시원히 대답했다.


" 일 하러 온 지 3일 만에 야동 보여주는 애는 네가 처음이었어, 그때 감을 잡았지. 이거 미친놈이구나. "


" 내가?, 진짜? 내가? 기억 안 나는데? "


그녀는 야동 보여줬던걸 모른 척 부인했지만, 몇 번의 추궁 끝에 기억이 나는 듯(?) 했다. 지금은 완전히 기억이 난다며. 하지만 자기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전화부에 이렇게 저장되어 있다. 흑야동 정선생. 그런 아찔한 그녀가 오랫동안 만난 남자분과 내년에 결혼을 한다고 한다. 잘살고 이제 야동 좀 그만 보고. 철이 형 힘내요... 힘들면 놀러 와요. 커피 줄게요.


*이 글은 문제의 그녀의 허락하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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