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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와하나 Aug 11. 2022

[ "니 술 먹었나?" ]


"니 술 먹었나?"


"아... 아닌데요..."


카페라떼를 만들던 내 손을 보고 사장님이 내뱉은 말이다. 당시 일하던 곳은 10평 남짓했던 작은 카페인데 나름 일대에서 커피가 맛있는 곳으로 유명세를 타던 곳이었다. 많은 손님들 지켜보는 앞에서 라떼아트를 그릴려니 손이 덜덜 떨렸다. 안 그래도 소심한 A형인데,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니 더욱 불안해지고 초조해졌다. 까페라떼 주문이 들어오면 반드시 하트라도 그려 나가야 하는 곳이었기에 부담감은 배가 되었고 오픈 바 형태라 손님이 직접 눈앞에서 제조과정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라떼아트를 하는 시늉이라도 보이면 손님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하트라도 그리면 다행이었지만, 잘못 그리기라도 한 날은 실망한 표정의 손님들을 마주해야 했다. 일을 끝내고 집 침대에 누워있으면 실망한 표정의 얼굴들이 자꾸 떠올랐다. 기본적인 라떼아트도 할 줄 모르는데 무슨 바리스타란 말인가. 그 이후부터 매일 새벽 1시 매장을 마감을 하고 나면, 문을 걸어 잠그고 라떼아트 연습을 했다. 모두가 잠든 밤, 홀로 눈 비비며 새벽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집으로 가곤 했다. 누구 하나 옆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정말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하다 보니 하수구로 들어가는 우유가 상상 이상이었다. 그렇게 연습을 끝내고 추운 겨울 새벽길을 홀로 터덜터덜 걸어가다 보면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너무 추워서 편의점에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는 걸어가면서 먹기도 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나 혼자 무언가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새벽이슬을 몇 번이나 맞았을까 손님들 앞에서 기본적인 라떼아트를 그려나가는 게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손재주가 있었으면 더 빨리 습득했을 텐데, 아무래도 손재주는 꽝인 모양이다.


지금처럼 알려주는 사람도 많고 유튜브나 sns로 배웠으면 편했겠지만, 그랬다면 그때처럼 즐길 수 있었을까. 어렵게 터득한 만큼 쉽게 잊지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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