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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와하나 Aug 09. 2022

[ 포장마차 그때 그 자리에서 ]

거꾸로 매달아 놔도 국방부의 시계는 간다.

' 거꾸로 매달아 놔도 국방부의 시계는 간다. '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흘러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던 군대를 전역했다. 전역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이건 뭐 풍비박산에 가까웠던 터라 하루빨리 일을 구해야 했다. ( 매거진 - ' 혼자 남은 25살의 봄 ' 과 함께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 그 당시 시급이 가장 좋았던 일이 주방보조로 기억한다. 특기란에 [ 취사병 전역 ]을 적어두어서 그런 탓인지 여기저기서 전화가 왔었다. ( 이때 뭐든 배워두면 언젠가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  사실 전역 이후에는 두 번 다시 요리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요리를 배웠을 때의 기억이 그렇게 좋지도 않을뿐더러 군 입대할 때만 해도 제발 취사병만 아니기를 바랐다. 설마 걸리겠나 했는데,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어떻게 그 많은 보직 중에 딱 취사병에 당첨이 되었을까. 어쨌든 그 당시에는 하기 좋고 싫음을 따질 여건이 안되었다.




생선에서 풍기는 비릿한 냄새, 숯불에서 고기가 뒤집힐 때마다 솟아오르는 하얀 연기와 그을린 냄새, 한쪽에서 끓여지는 짬뽕 냄새 그리고 그 모든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퍼지면서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냄새가 코를 때리는 듯했다. 다시금 느꼈지만 좁고 알 수 없는 혼돈의 냄새와 열기 가득 찬 주방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한번 아르바이트를 하면 최소 1년은 했지만, 주방 알바는 최단기간 3개월 만에 그만두었다.


그 이후 다시 커피 일을 하다가 만난 건우라는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도 나와 같이 커피를 좋아했다. 나랑 그 녀석 둘 다 마감 직원이었던 터라, 가게 마감을 하고 나면 지하철 역 근처 실내 포차에서 만나 안주 하나, 소주 두 세병을 놓고 밤새도록 그렇게 커피 이야기를 했다. 처음 본 커피 머신이나 그라인더가 나오면 신이 나서 떠들곤 했다. 커피는 이렇게 뽑아야 하고 어디 원두가 좋고 로스팅(커피 볶는 일) 이야기도 하고 또 이번에 개최된 대회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우승했고 어떻게 했는지 그런 이야기가 주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고 정확성 없고 실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누가 들었을까 부끄러울 정도의 이야기였는데, 그때는 그게 너무 재밌었다. 밤새도록 커피에 관한 이야기 하다 보면 안주로 시킨 국물이 뽀글뽀글 끓다 못해 졸아버렸는데, 국물에 물을 넣어가며 소주잔을 부딪치곤 했다.


선선함 반 무더움 반 섞여 불어오는 바람, 초 여름날에 술 한 잔 거하게 걸치고서는 터덜터덜 그 녀석과 걷다가 육교 난간에 서서 내가 그 친구에게 물었다.


"야 우리는 언제 카페 하냐"


"몰라, 내 차 하나 없는데 카페는 무슨"


"야, 언젠간 하겠지"


"그래, 언젠간 하겠지."


가끔 만나면 그때의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아마 그때가 가장 순수하게 커피를 좋아했던 시절이 아닐까 싶다.

조만간 또 한잔 해야지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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