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등록. 3킬로 타파-?!

[회원님, 숨을 쉬세요. 숨!]

by Oroxiweol

주 3회, 3개월이었던 시간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흘렀다. 체육관에 갈 때마다 체력이 느는 게 느껴졌고, 할 줄 아는 동작이 늘어나자 신이 났다. 하루 끝,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어도, 불안함에 잠 못 이루는 새벽도 '다음날 아침이면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다.'라는 사실이 무거운 머리와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때마침 그 시기에 체육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기존 체육관의 바로 위층으로. 이전한 체육관은 한 층을 다 사용하는 만큼 공간도 넓어지고, 운동기구도 더 다양해졌다. 관원들이 늘어날수록 기존의 체육관이 비좁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1초라도 빨리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쳐보고 싶고, 미트를 치고 싶어지는 깔끔하고 멋진 체육관이었다. 그리고 3개월만 경험 삼아 해보자 했던 복싱은 어느덧 세 번째 등록을 앞두고 있었다. 쭈뼛거리며 첫 번째 등록을 하고, 처음 해보는 무리한 운동 탓에 정형외과를 몇 번 들락날락거리기도 하고... (허리를 삐끗해 2주 동안 체육관을 나가지 못할 때는 정말이지 세상 갑갑했다.)

친구와 진짜 너무 재밌다고 낄낄거리며 두 번째 등록을 하는 동안 나의 몸무게 변화는 3킬로가 왔다 갔다 했다. 3킬로가 쪘다 빠졌다. (아주 그냥 나의 절친인 3킬로.)

그. 래. 서 세 번째 등록을 할 때는 마음가짐이을 좀 달리했다. 재미도 붙였겠다, 동작도 어느 정도 몸에 익었겠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이번엔 정말 생각했던 것만큼 살도 더 빼고, 지금보다 더 날렵하게 킥복싱을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아주 나이스 타이밍, 새해 시작이었다.


관장님이랑도 제법 친해진 우리는 정식 복싱 수업이 끝나고 난 뒤, 웨이트 수업을 조금씩 받았다.

본인이 아는 모든 운동을 성심성의껏 알려주시는 관장님. 참 감사했다.

처음 해보는 벤치 프레스. 3대 운동 중 하나라는 그 벤치 프레스!!

혼자 헬스장을 다닐 때도 멀리서 구경만 했던 운동 기구.

벤치 프레스는 운동 잘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운동 좀 오래 했다는 사람들만 하는 운동인 줄만 알았다.


Photo by Oroxiweol.


먼저, 관장님의 자세를 봤다. 벤치에 누워 눈앞, 빈 바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손의 너비는 어깨너비에서 너무 가깝지고, 멀지도 않게 편안하게 바를 들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가장 어려운 포인트였던 등 쪼이기!

양발로 땅을 밀어내는 힘과 등을 쪼이는 힘을 동시에 이용하여 손목 힘이 아닌 등과 다리의 힘으로 바벨을 들어주었다. 처음에는 자세를 몰라서 등에 쥐가 나는 느낌이기도 했지만, 다리로 꼭 밀으라는 지시에 힘주는 방향을 바꿔보니 무게가 들렸다. 20kg인 바벨을 시작으로 30kg, 50kg. 차근차근 무게를 올려나갔다.

이게 뭐라고, 지구를 드는 느낌에 뿌듯하기까지 했다. 나름 재능 있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벤치 프레스를 시작으로 데드 리프트, 스쿼트까지. 하나하나 관장님께 운동 방법을 설명 듣고, 동작을 해내갔다. 데드 리프트는 자신 몸무게의 2배, 스쿼트는 1.5배, 벤치 프레스는 자신의 몸무게만큼 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가장 많은 무게를 들어야 한다는 데드 리프트가 나에게는 가장 어려웠다.

사람 마음이 참,,, 어려운 걸 더 해야 느는 건데, 항상 데드는 뒷전이고 벤치와 스쿼트만 했다.

아무렴, 뭐라도 들고 있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자.


엥?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근력운동을 했다고, 바로 근력량이 늘지 않을 텐데. 분명히...

돌이켜보니 집에 와서 또 뭘 많이 먹은 것 같기도 하고?

3킬로 타파는 무슨, 웨이트를 시작하고 몸무게가 다시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될 일이었다. 웨이트를 멈춰볼까 정말 진지하게 고민도 해봤지만, 당분간은 재미를 먼저 생각하자며 벤치 앞에 앉았다.




덧붙이기 :)


운동을 하며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호흡'이었다. 운동을 하면 나도 모르게 입을 꽉 다물고 숨을 멈추는 좋지 않은 습관이 있었다. 그럴 때면 귀신같이 알고 관장님은 '숨 쉬세요. 숨-!'

숨 마저 자연스럽지 않은 나란 인간. 항상 무언가를 시작하고 해나가는 과정에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사람은 맞지만 딱히 승부욕이라든가, '나만, 내가 여기서 제일 잘해야 해!'라는 따위의 마음은 없다.

그럼에도 나를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건 바로 '실수'였다. 일을 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시험을 치를 때도. 그깟 실수 좀 하면 어떻다고. 동작 하나를 할 때도 실수하지 않고 올바른 동작에 집중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다. 일을 할 때는 '실수'에 연연하느라 매일 밤 이를 꽉 깨물고 잠에 들어 이를 가는 날도 부지기수. 이제는 '실수'를 대하는 무거운 마음으로부터 좀 벗어나도, 유연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더 실수하면 안 된다는 마음과 실수 좀 하면 어떠냐는 두 가지 마음의 아이러니.


지난 6개월 동안 일도 그만두고, 하고 싶던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터라 나름 운동할 시간도 아주 많았다. 문제는 공부는 안 하고 운동만 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더 불안한 마음. 에라이.

그래도 운동을 하며 '실수'와 '쉼' 그리고 '숨'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중이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내 삶의 태도를 정하고 나아가는 일도 분명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니깐.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