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는 친구와 운동을 하며, 혼자 있는 시간에는 하고자 마음먹었던 공부도 하며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를 한, 두 살 먹어가면서 피부로 느끼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거. 전날 잠들기 전에 세운 계획은 1분 1초 허투루 보내지 않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글도 쓰는 완벽한 시간들이었지만, 다음날 눈을 떠 하루가 시작되면 내 시간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다.
손틈새로 모래가 우수수 빠져나가듯 시간들은 그렇게 틈 사이로 야금야금. 1분, 10분.
어느새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봄은 오고 있었다.
여느 날과 같이 오전 10시부 운동을 하러 체육관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회원들 각자의 정해진 스케줄이 있다 보니 나오는 시간대에 같은 얼굴들을 자주 본다.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땀 흘리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적 친밀감도 생긴다.
그만큼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다양하다.
'나는 백수지만, 저 사람도 항상 10시부에 오는데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가끔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운동하러 온 곳이기에 먼저 이것저것 묻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나오면 모르지만, 그런 걸 묻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체육관에 도착했는데 늘 파이팅 넘치고 유쾌하게 운동하시던 회원 한 분이 잠시 운동을 쉰다며 음료를 돌리셨다. 다니는 동안 눈에 띄게 살이 빠지셔서 다이어트에 관한 대화를 잠시 나눈 적이 있었던 분이었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다이어트'를 공유하다 서로 나이를 알게 되었는데, 이미 초등학생 자녀도 있고, 육아휴직 중인 40대라고 하셨다. 그분은 10월에 있을 시험 준비를 위해 잠시 쉰다고 하셨다.
누군가의 도전은 항상 멋있고, 값지다고 생각하는 나로서 그분이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험을 준비하시는지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뭐가 됐든. 체중 감량에도 성공하신 분이니, 당연히 시험도 합격하실 거라고 믿는다.
모두가 다른 시간에, 다른 날짜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살다가는 인생인데, 또래와 다른 시간표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가끔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앞서가는 건 바라지도 않고, 비슷하게만이라도...' 생각하는 요즘. '요즘 시대에 40대는 청춘이지!'라고 말하면서도, 30대인 나의 도전조차 불안 벌벌 떠는 요즘을 보내고 있어서인지 그분이 정말 멋져 보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내 도전도, 그분의 도전도.
체육관에 다니며 느낀 좋은 점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만큼 각기 다른 인생도 이렇게나 많구나를 깨닫는 거다. 내 눈앞에만 보이던 좁은 시선에서 벗어나 아주 조금만이라도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다 보면 때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생이 곳곳에 있다. 다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반성을 하기도 하고 용기를 얻기도 한다. 어리석지만, 지금의 내가 자신이 없어서 어느 누가 뭐라 하지 않았는데도 위축이 되기도 하고 묻지도 않은 현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괜히 장황하게 대단할 것도 없는 평범한 나의 일상을 떠들어대기도 했다. 그런 지난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순간들.
나 역시 나만의 방식대로, 뻔한 말이지만 정말 나만의 속도대로 가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다시 열심히 나아갈 힘을 충전해본다.
체육관이란 그런 곳, 운동이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