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인생도, 지연성 근육통.

by Oroxiweol

친구와 나는 복싱 정규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눈짓을 주고받았다.


'오늘은 몇으로 들어볼까나~?'


'당연히 벤치 할 거지?!'


수업 시간에 사용했던 글러브와 스트랩, 미트들을 잘 닦아 제 위치에 가져다 놓고, 웨이트 존으로 모였다.

우리 둘의 눈빛은 이미 아주 대단한 무게를 번쩍번쩍 드는 헬짱들의 자태였다.






-벤치프레스 30kg 10개씩 2세트 / 35kg 10개

-스쾃 35kg 10개씩 2세트

-데드리프트 40kg 10개 / 50kg 5개


-벤치프레스 35kg 30개 / 40kg 10개

-스쾃 20kg 30개

-랫풀다운 45kg 30개


-벤치프레스 35kg 10개씩 3세트

-스쾃 45kg 10개씩 3세트


-벤치프레스 35kg 10개씩 3세트

-스쾃 100개(무게 없이)


-벤치프레스 40kg 6개씩 3세트

-스쾃 40kg 10개씩 3세트

-푸시업 45개

-아령 벤치 15개씩 3세트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 무게를 달리 들어보기도 했다가, 다른 종목의 운동도 추가했다가. 근육이 울끈불끈 막 생겨나는 건 모르겠지만, 그 시간들은 분명 즐거웠다. 나를 짓누르는 무게를 온전히 나의 힘으로 들어 올려버리고 있는 그 순간은 이를테면 '극복' 같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계속 같은 무게를 들어야 하는 건지, 이런 무게를 드는 운동들이 근육에 좋다는 건 알겠지만, 가끔씩 나에게는 의미 없는 반복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관장님, 무게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 거죠? 계속 이렇게 같은 무게만 들어요?"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아니요, 한 주는 고중량 저 횟수, 한 주는 저중량 고 횟수. 이런 식으로 반복적으로 바꿔가며 운동을 해줘야 늘어요."


관장님은 늘 우리의 자세를 봐줄 때, 운동에 관해 설명을 해줄 때면 눈이 반짝거리며 진심을 다해 알려주셨다. 운동뿐 아니라 관장님의 그런 태도 역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지식을 타인에게 진심으로 공유하는 것. 운동을 배우러 갔는데, 인생의 태도도 덤으로 배우고 있었다.

어느 날은 무게를 무리해서 들었는지, 다음날 등과 팔에 근육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무게를 들던 당시에는 고통 따위 없었는데 말이다. 관장님이랑 대화 도중 이런 나의 상태에 대해 알려드렸더니,

그게 바로 '지연성 근육통(DOMS)'이란다.


지연성 근육통이란?!

-우리가 흔히 '알이 배긴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평소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한 다음날 시작되는 근육통. 길게는 그다음 날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좀 더 추가적인 설명을 나무위키를 통해 해 보자면,




운동 등으로 인해 근섬유가 골고루 미세하게 손상되어 발생하는 근육통은 나쁜 게 아니다. 근육통은 해당 부위의 근섬유가 파괴돼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인데, 충분한 휴식과 식사 등을 통해 조치해 주면 오히려 근섬유가 이전보다 튼튼하게 재생된다. 근육통이 느껴진다는 것은 해당 부위가 이전보다 한층 더 발전한다는 신호라는 것. 이를 반복하다 보면 근육통 발생/회복 주기가 빨라지며 그만큼 근육량이 빠르게 늘어난다.


근육통이 없으면 근성장이 안되며 운동을 잘못했다고 판단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근육통이 없어도 근육은 성장한다. 근성장과는 분명 조금 연관이 있겠지만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의 연관성이라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근성장은 점진적 과부하와 함께 꾸준함이 생명이다.




오히려 운동을 할 때 특정 부위가 아픈 것은 운동을 잘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다행히도 그런 근육통은 오랜 시간 지속되지 않고, 건강하게 회복했다.

인생에도 지연성 근육통이 있고, 그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들을 겪어낼 때 당시에는 모른다. 이 고통이 내게 얼마나 큰 성장을 가져다 줄지. 그저 그 순간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근육량이 늘어나듯 내 마음의 근육도 늘어난다.

내가 무지하다는 사실과 모르고 하는 실수들, 그로 인해 흠이 생기는 인생을 극도로 경계했다. 어떤 상황에 놓이기 전에 시물레이션을 돌리고,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늘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듯, 인생은 그렇지 않다.

내가 백번 머릿속으로 돌려보며 재생하는 영상은 절대 현실에서 동일하게 발생하지 않으며, 생각했던 말들은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은 채로 삼켜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겪어낸 경험들은 당시에는 아팠지만,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여전히 나는 썩 단단하지 않음을 안다. 아직 들어야 할 무거운 무게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처럼, 내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 줄 일들과 경험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말이기도 하겠지. 그 말은 어쩔 때는 무섭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앞으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기회가 많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 지레 겁먹지 않기로 했다. 지연성 근육통이 두려워 당장 내 눈앞에 있는 무게를 들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나를 짓누르는 수많은 무게들을 견디다 보면 그 무게가 가볍게 느껴지는 날이 올 테고, 그다음 날 생긴 지연성 근육통은 나의 근육을 한층 더 빵빵하게 만들어 줄 것임을 믿기에.

오늘도 운동을 하고, 겪어내야 할 인생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가 보기로 한다.



20250208_105159.heic Photo by Oroxiweol.



덧불이기 :)


운동의 선순환은 기분이 나아짐에도 있지만, 여러 태도를 생각하고, 깨닫고 배우게 된다.

그래서 운동할 때 떠오르는 생각에도 집중하려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꽉 막혔던 생각과 마음이 느슨해지는 걸 느낀다. 그래도, 일단 운동 동작에 집중! 소중한 깨달음의 순간들은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자.

다 쓴 원판을 제자리에 가져다 두며, 사용한 바벨을 소독약으로 닦으며 든 생각!!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