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여전히 30도가 넘는 날씨를 통과하고 있던 여름. 8월의 어느 날.
체육관에서 자발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회원들을 모집하여 다이어트 콘테스트를 열었다.
약 6주간의 기간 동안 식단을 찍어 올리고, 매주 월요일 아침에 관장님께서 그 주의 운동 미션을 공지했다.
8월 1일이 되자마자 시작할 줄 알고 요이땅!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금 늦어진 다이어트 콘테스트. 살짝 김이 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왕 하기로 한 거 원하는 몸무게와 몸을 만들어보자며 의지를 불태웠다. 두근두근 대망의 1주 차 월요일 아침. 공복 몸무게로 인바디를 재기 위해 체중계 위로 올라갔다. 숨을 멈추고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지이잉~'
나의 현 몸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하얀 종이 위로 나열되었다.
[2025.08.18 월.]
인바디 점수: 85점.
체중: 58.5kg
골격근량: 25.1kg.
체지방량: 13.3kg.
BMI: 24.0
체지방률: 22.8%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킥복싱과 러닝을 해서인지 나름 나쁘지 않은 지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원하는 목표가 있었고 아직 도달하지 못해 슬픈, 늘 자기 전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는 추구미도 있었다. 이렇게 강제로 해야만 하는 시스템이 구축된 이상 6주 뒤에는 나의 추구미가 현실화된 모습으로 거리를 걷는 나를 상상하며 1주 차 미션을 해냈다. 미션은 약 30여분동안 쉬지 않고 5가지 동작을 반복해서 해내는 운동이었다. 그간 체력을 많이 끌어올렸다고 생각했지만 미션은 새로운 한계를 만나게 해주었다. 복싱을 할 때와는 또 다른 구멍에서 나오는 것 같은 땀들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다콘에 참여하는 회원들과 함께 운동을 했는데 우리가 흘린 땀방울로 댐 개방이 시급했다. 이렇게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문제가 생겼다. 더 먹는다. 그것도 많이!!!!!!!!!
식단 사진을 찍는다고 한 접시에 올린 음식의 양이 점점 늘어났다. 그럼에도 6일 내내 미션과 주 3회 킥복싱을 하니 몸무게는 조금씩,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달달한 것들과 간식들이 먹고 싶을 때는 한입, 두 입 먹어주기도 했다. 너무 안 먹으면 6주 뒤에 폭발할 것만 같아서... 몸이 가벼워지니 뜀박질을 하는 두 다리도 가벼워서 신이 났다. 같이 운동하는 분들도 살이 빠진 것 같다고 말해줘서 뿌듯했다.
다콘을 시작하고 3주 뒤에 다시 잰 인바디.
체중도 줄고 체지방률도 줄었지만 슬프게도 골격근량 역시 줄었다.
[2025.09.08 월.]
인바디 점수: 84점.
체중: 56.8kg
골격근량: 24.5kg.
체지방량: 12.7kg.
BMI: 23.3
체지방률: 22.3%
지키고 싶은 나의 골격근량... 단백질을 더 먹어야 하는 것인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면역력이 약해진 건지 입에 수포가 올라오는 날도 있었다. 게다가 문제는... 살이 많이도 아니고 조금 빠졌을 뿐인데 내 모습은 추구미와 영 딴판이었다. 다른 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굴살이 없는 나는 살이 빠지니 더 해골이 되어갔다. 거울을 마주할 때마다 유독 거슬리는 팔자주름. 따흑...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될 리 없었고, 상상 속 모습이 현실이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콘테스트를 시작하고 3주 만에 찾아온 고비. 마침 그 시기에 면접도 떨어지고 뭐 하나 쉬이 되지 않는 현생에 나는 더 지쳐갔다. 그럴 때일수록 더 열심히 운동하며 마음을 다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과거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다이어트 미션을 자체 종료했다. 그래도 킥복싱은 재밌으니깐 수업을 듣고 남아서 열심히 추가 운동을 했다. 그저 식단과 미션만 하차했을 뿐이다.
다른 회원들은 꾸준히 미션을 해냈고 단톡방에 인증샷이 올라왔다. 매주 강도 높아지는 미션임에도 묵묵히 해내는 그들이 정말 대단했다. 비가 오나 낮이나 밤이나.
대망의 마지막 날. 길고 길었던 다콘이 끝났다. 콘테스트인만큼 처음 인바디와 마지막 인바디, 식단과 미션을 합산해서 1등에게 상금을 준다고 했다. 남은 3주는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인바디 결과는 궁금했던 나는 다시 첫날의 떨렸던 마음과 같은 기분으로 인바디에 올랐다.
[2025.10.02 ]
인바디 점수: 86점.
체중: 58.2kg
골격근량: 25.5kg.
체지방량: 12.1kg.
BMI: 23.9
체지방률: 20.7%
첫날에 비해 몸무게는 0.3kg 밖에 줄지 않았지만, 골격근량은 늘고 체지방율도 줄었다. 생각보다 꽤 만족스러운 결론이었다. '아, 이럴 거였으면 끝까지 열심히 할 걸'하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역시 나란 인간.
나약하다. 하지만 조금은 후회하고 조금은 후회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미션 1주 차에 6일 내내 미션을 해내야 함이 쉽지 않아서 다콘에 참여했던 스스로를 원망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미션을 해내면서 기초 체력이 조금 더 올라왔고, 힘도 더 세진 것 같다. 후회하는 점은 완주하지 못했다는 것. 다행히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더 기분 나쁜 건 아니지만 시작했으면 끝을 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스스로 부끄러운 점이다. 이로써 나는 또 한 가지 배운 점이 있다. 어쨌거나 운동은 좋은 행동이라는 점, 그리고 다음에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완주해 보자는 점. 그래도 3주 동안 통제하고 운동했기에 너무 자책하지는 않기로 했다.
오히려 다콘이 끝나고 나니 나 홀로 미션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살이 빠져도 추구미는 나오지 않겠지만... 그런 나의 미래 모습을 간접적으로 미리 봐버렸지만... 골격근량은 더 늘리고 체지방률은 더 줄어드는 그날까지 킵고잉!!!!
마지막날, 소소하게 시상식이 있었다. 센스 있는 상장명으로 회원들 한 분 한 분에게 상장을 나누어준 관장님 덕분에 좋은 추억이 하나 더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