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종교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한때 절반을 넘었지만 최근에는 40% 정도로 줄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회 출석은 줄었지만, 흥미롭게도 영성(spirituality)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구글 엔그램에 따르면 “영성”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1980년대 이후 급격히 늘었고, 반대로 “영(spirit)”은 줄었다. “영”이 종교적 뉘앙스를 강하게 띠는 반면, “영성”은 종교가 없는 사람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영성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한자어 중에서는 “덕(德)”이 가장 가깝다. 덕은 한국인들에게 아주 친숙한 말이다. 이름에도 자주 쓰이고, 도덕(道德)이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덕이 단순히 개인의 능력이나 재능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덕은 사회와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힘, 곧 사람의 깊은 품성과 성질을 가리킨다. 그래서 “선덕(善德)”, “악덕(惡德)”, “미덕(美德)” 같은 말이 생겼고, “후덕하다”라는 표현으로도 사람의 인품을 설명했다. 결국 덕은 한국식 영성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현대인의 하루는 출퇴근, 업무, 공부, 약속, 운동으로 빽빽하다. 몸이 음식으로 힘을 얻듯이, 마음도 사랑·평화·자유 같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영적인 양식을 위한 시간은 자주 뒤로 밀린다.
성서 속 마르타가 집안일로 분주해 정작 중요한 한 가지를 놓쳤던 것처럼, 우리도 바쁜 일상 속에서 영적인 순간을 사치로 여긴다. 하지만 영성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일상의 작은 습관 속에 숨어 있다.
기도와 묵상
아침을 시작하며 드리는 짧은 기도, 운전 중의 속삭임 같은 기도는 영성의 호흡이다. 기도는 말하기뿐 아니라 듣기를 포함한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깊은 기도가 된다.
산책과 자연의 경험
휴대폰을 내려놓고 바람, 햇살, 나무와 새소리를 느끼며 걷는다. 저녁 하늘의 달과 별을 올려다보는 짧은 순간에도 마음은 평화를 얻는다.
음악과 독서
조용히 흐르는 음악은 마음을 차분히 하고, 좋은 책을 천천히 읽는 일은 지성을 넘어 영혼을 자극한다.
감사와 나눔
가수 션은 달리기를 단순한 운동으로 그치지 않고, 기부 러닝으로 확장했다. 그의 습관은 자기 단련을 넘어 타인을 살리는 영성의 실천이 되었다.
저자 역시 매주 볼디 산에 올라 묵상한다. 산행은 몸을 단련하는 시간을 넘어, 마음을 정리하고 인간관계의 갈등을 풀어내는 영적 시간이 된다.
사람은 지성·감성·의지라는 세 차원으로 살아간다. 지성은 생각하게 하고, 감성은 느끼게 하며, 의지는 선택하게 한다. 그러나 이 세 가지가 따로 움직이면 삶은 쉽게 분열된다.
여기에 영성이 더해질 때, 지성은 지혜로, 감성은 사랑으로, 의지는 헌신으로 성숙한다. 영성은 삶을 하나로 묶어 주는 힘이자, 방향을 잃지 않게 하는 나침반이다. 작은 습관 속에서 자라나는 영성이야말로, 바쁜 현대인의 삶을 깊이 있고 풍성하게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