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혼을 흔들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한다

by 남상석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이 문장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낡은 세계를 부수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는 과정을 상징한다. 여기서 알은 익숙한 세계이자, 한 사람의 내면을 가두고 있던 경계를 뜻한다. 그는 그 경계를 깨뜨리며, 단순한 심리적 변화를 넘어 혼 전체가 뒤흔들리는 변화를 겪는다.

우리는 위기와 고통 속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그 흔들림은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자아의 시작이 된다. 알을 깨뜨리는 고통 없이는 새로운 혼, 새로운 나도 없다.

방송인에서 작가로 변신한 고명환 씨의 삶도 이와 닮아 있다. 그는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삶이 한순간에 무너질 때 그의 혼도 깊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만난 고전의 문장들이 다시 일어설 힘이 되어 주었다. 그는 절망을 불행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으로 건너가게 한 통로라 고백한다.

혼은 안정 속보다 흔들림 속에서 새로워진다. 고통은 혼을 흔들며, 마치 잠든 혼을 깨우는 손길처럼 가능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깨어난 혼은 새로운 인생으로 나아간다. 고명환 씨가 절망을 지나 새 삶을 열었던 것처럼, 우리 역시 각자의 위기 속에서 자신만의 알을 깨뜨려야 한다. 그것은 혼이 흔들리며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신앙의 언어로도 표현되어 왔다. 성서가 말하는 "거듭남"은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중심이 새롭게 빚어지는 사건이다. C. S.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Christ is not simply teaching and judging. He is creating. He is making us into new men.”
“그리스도는 단순히 가르치고 심판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새로운 사람으로 창조하시는 분이다.”

혼이 변화할 때 우리는 또 다른 인생의 출발점에 선다. 그 순간, 비로소 나에게 가장 적합한 길, 죽기까지 가야 할 길, 나만이 갈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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