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 비움이 만드는 자유

by 남상석

"내려놓다"는 한국어에서 흔히 쓰이지만, 의외로 모호한 표현이다. 어떤 일을 포기할 때도 "내려놓는다" 하고, 집착이나 욕심을 버릴 때도 "내려놓는다" 한다. 영어로 치면 give up과 let go의 의미가 겹쳐 있는 셈이다. 무엇을 내려놓는지 분명히 하지 않으면, 이 말은 막연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 표현은 인생을 설명하는 데 여전히 힘이 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을 붙잡기 위해 덜 중요한 것을 흘려보내는 선택이다.

등산길과 인생길의 짐

산을 오를 때를 떠올려 보자. 정상에 오르려면 꼭 필요한 장비만 가져야 한다. 불필요한 짐을 잔뜩 메고서는 정상에 닿기 어렵다. 짐이 무거울수록 발걸음은 느려지고, 결국 길 위에 주저앉게 된다.

인생길도 다르지 않다. 필요 이상의 욕심과 집착은 배낭 속 돌덩이와 같다. 내려놓아야 가볍게 걸을 수 있고, 멀리 나아갈 수 있다. 내려놓음이 있어야 삶이 이어진다.

욕구는 삶의 온기이고, 욕망은 그 온기를 태워버리는 열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까?
먼저 욕구와 욕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욕구(慾求)는 생명과 성장을 위해 누구나 갖는 자연스러운 필요다. 배고픔을 채우는 식욕, 배우려는 호기심, 관계를 원하는 마음은 모두 건강한 욕구다. 욕구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반면 욕망(慾望)은 필요를 넘어선 과도한 집착이다. 단순한 열정을 넘어서 탐욕으로 흐르고, 결국 허무를 남긴다. "욕망에 사로잡히다"라는 말처럼 욕망에는 언제나 부정적 그림자가 따른다.

욕구는 삶을 살리고 성실을 낳지만, 욕망은 마음을 서두르게 하고 결국 공허로 이끈다.

욕망이 불러오는 집착

욕망의 무서움은 한 번 불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 데 있다. 결국 건강을 해치고 관계를 깨뜨리며, 돈과 명예까지 잃게 만든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잠긴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라 부른다. 이미 잃은 것이 아까워 잘못된 선택을 고집하다가 더 큰 손해를 떠안는 것이다. 욕망은 이렇게 사람을 굴레에 묶어 두고 스스로를 소모시키게 한다.

Let Go ― 내려놓음의 실천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내려놓음", 곧 let go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포기가 아니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묶이지 않고, 앞으로의 가능성에 집중하는 태도다.

욕망을 내려놓을 때 삶은 달라진다. 성과를 서두르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꾸준함이 생기고, 더 많은 소유를 향한 욕심을 내려놓으면 감사가 커진다.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자기 길이 분명해진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노래 "Let It Go"도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놓을 때 삶은 가벼워지고, 새로운 길이 열린다.

자유와 평안을 얻는 길

욕구는 삶을 살리는 불씨이지만, 욕망은 그 불씨를 삼켜버리는 불길이다. 욕망을 움켜쥘수록 허무는 깊어진다. 그러나 let go 하는 순간, 후회스러운 과거와 분리되고 삶의 방향은 뚜렷해진다.

욕심의 짐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롭고 평안한 삶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 내려놓음은 잃음이 아니라 회복이며, 포기가 아니라 더 넓은 가능성으로 향하는 시작이다.

자유와 평안을 얻는 길

욕구는 삶의 온기이고, 욕망은 그 온기를 태워버리는 열기다. 욕구는 우리를 살리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욕망은 그 따뜻함을 태워버리며 결국 허무만 남긴다.

그러나 let go 하는 순간, 후회스러운 과거로부터 분리되고 삶의 방향은 다시 뚜렷해진다. 욕심의 짐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롭고 평안한 삶을 향해 걸어갈 힘을 얻게 된다.


keyword
이전 14화혼은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