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의 습격

겨울철 골칫덩어리

by 나도 작가

오늘은 정신이 번쩍~!

바로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었다.

라돈 수치가 4pCi에 근접하는 것을 보고...


내 주거 환경은 어린 시절 단독주택에 살다가 30대 이후 아파트, 빌라, 그리고 현재 주택을 지어 1년이 안 된 곳에 살고 있다. 그야말로 새집이다. 새집을 짓게 된 이유가 아파트가 노후되어 누수가 되기 시작했고 새로 분양받아 간 빌라 역시 누수로 전기까지 나갔으며 하자 보수 공사를 하려니까 공동주택이라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짓고 만다', '고치더라도 내 편한 대로 고치리라' 마음먹고 주택을 짓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빌라에서는 인테리어적으로 매우 마음에 든 새집이었는데 당시 뉴스에 나온 '대진침대'라돈 문제를 접하고 집안에 있는 여러 침대를 확인할 요량으로 라돈 측정기를 사게 되었던 것이 본의 아니게 집안 공기의 질을 측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살던 집의 라돈 수치가 매우 심각했다. 문을 닫으면 4pCi가 아닌 7pCi까지 금방 수치는 올라갔다. 다행히 마지막 빌라는 집을 짓기 위해 잠시 들어가 있던 임대주택이었으므로 집주인에게 연락했지만 좋은 방법이 따로 없었다. 추운 겨울철에도 거실 문을 열고 살았다.


새 주택을 지으면서, 라돈만큼은 문제없도록 시공사에게 부탁을 했다. 꼼꼼하게 재료를 골라 주셨던 것으로 안다. 지난 2021년 여름철에 이사를 왔는데 1pCi 넘은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 어김없이 첫겨울이 왔고, 문을 꽁꽁 닫고 살고 싶은 나날들이 되었다. 물론 환기를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다. 5~10분 정도는 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자기 전에 1pCi가 넘은 채 환기를 안 하고 자면 이렇게 새벽 6시가 넘어 수치를 보면 3~4pCi를 쉽게 넘겨버린다. 왜 이렇게 예민하게 수치를 확인하냐면 우리 집안 식구들이 전반적으로 폐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폐질환이 있었어서 나름 예방한다고 주의한다고 눈여겨 보는 유일한 수치다. 아이가 매우 어렸을 때(영유아기였을 때) 가습기 살균제를 썼던 터라 더 예민할수도... 라돈이 폐에 안 좋다니까.. 그리고 결론... 좀 더 솔직히 쉽게 말하면 집에 라돈 측정기가 있으니까 자주 확인하고 있다는 말이 더 맞다. 그리고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환기를 바로 한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낮에는 2pCi를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 1cPi도 채 안 된다. 그런데 밤이 되면 스물스물 수치가 꿈틀거린다. '도대체 너는 어디서 나오는 거니?' 바로 전 집 빌라에서는 낮에도 문을 닫으면 4pCi가 바로 넘는다. 뭔가 문제가 있었던 집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집에 겨울철에는 오래 있지 않았다. 낮에도 창문에 틈을 주어 살짝 열어두어야만 했다. 아이 학교 바로 옆이라서 매우 편하게 등하교를 시킬 수 있었지만 계약이 끝나자 바로 그 집을 나와버렸다. 집 완공까지는 6개월 정도 더 남았었는데 고생을 좀 했다.


방금 창문을 5분 정도 열었다가 닫으니 라돈 수치는 바로 1.30pCi로 내려갔다. 좀 더 열어두면 1pCi로 내려가는데 추우니까 그냥 바로 닫아버렸다. 오늘 새벽에 눈을 뜨면서 라돈 수치를 떨어뜨려주는 기능이 있는 공기청정기를 구입해야 하나 순간 고민했다. 사계절 모두 문닫고 산다면야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을 수도 있다. 제주에 살고 있는 나에게 자연의 공기 냄새는 정말 꿀냄새다. 서울에서 좀 지내다가 제주공항에서 처음 맡는 공기는 정말 너무도 달랐음을 온몸으로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난 봄, 여름, 가을에 미세먼지가 심한 날을 제외하고 문을 안 열어두는 날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자연의 공기가 참 좋아한다. 계절마다 곳곳마다 냄새가 다르다고 할까. 향기와 질이 다르다.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 라돈은 나에게 불청객이다. 수치가 높아지면 괜히 헛기침이 나올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싫은 녀석이다. 존재에 대해 더 불확실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더 불쾌한 녀석이다. 오늘도 그 녀석을 바람에 실어 내보냈다.


코로나 상황도 그런 것 같다.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고 알 수 없는 그런 못된 녀석. 그래서 좀 더 공포스런 녀석..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하나 하나 더 알아갈수록 불안감은 하나씩 더 쌓인다. 참 아이러니다. 일반적인 학습이란 알아갈수록 명쾌해지고 앎의 즐거움이 있는데 이런 좋지 않은 새로운 앎은 부정적인 면에서의 신선한 충격이다. 이제라도 알고 있으니 다행인 걸까? 아니면 우리 인간에게 보이는 것만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오늘은 이 두 가지 질문을 마음속으로 던져 본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우리의 감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확인하지 못하는 것...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해가고 있다. 다양한 것을 발견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지금 이 현대사회에서 내 마음의 그릇도 준비가 되어야 이 세상에 좀 더 적응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관점의 변화, 시각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내 일상의 변화라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은 이제 걸음마 수준인 것 같다.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내는 기술 및 과학계, 의학계 등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오늘따라 너무도 새롭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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