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첫 일요일에
온전히 날씨가 느껴지는 오늘이다.
전깃줄에 새들이 앉아 있고 가까이에 보이는 오름에 아침부터 안개가 낀 듯 습한 기운을 머금고 있어 곧 비가 떨어질 듯 흐린 날이다. 오전 11시가 다 되어가는데 하늘이 어두컴컴하다. 밀린 집안일이 있어 오늘 쓰레기 분리수거도 하러 가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눈 떠서 <체크리스트>를 써봤는데 할 일이 가득이다. 이런 날은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빈둥빈둥 마당에 나가 강아지 <바다>랑 놀다 왔다. 다시 기운이 솟구침. 참 이상하게도 우리집 강아지 <바다>가 우리 곁에 온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는데 호기심이 많아 내가 모아둔 쓰레기 분리 수거함을 몇 번이나 뒤집고 비닐 봉투를 끄집어 내고 엉망진창 만들고 여기저기 똥오줌을 싸고... 그 간 한 달 그러지 않아도 바쁜 내 일정을 아침마다 쫓기듯 출근하게 만들던 아이였는데, 오늘 내게 이런 기운을 북돋워주는 것을 보고 "요아이 참, 이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점점 식구가 되어가나 보다.
겨울임에도 한 이삼일 화창하더니, 흐린 지금...
라디오를 켜고 글을 쓴다. 곧 음식 준비를 할 예정...
"날씨가 내게 주는 영향"에 대해 오늘은 생각해볼 생각이다.
인간이기 전에 동물인 우리, 아니 '나'를 먼저 생각해볼까?
마음 같아선 흐린 날에는 출근 시간이 1시간 미뤄졌으면 좋겠다.
흐린 날에는 잠도 더 오고, 몸도 많이 게을러진다.
나만 그런 것일까?
흐린 날에는 따뜻한 차 한 잔에 사색~
사람들과 편히 앉아 수다떨기 좋다.
그런데 의외로 머리가 커가면서 흐린 날이 햇볕에 쨍쨍한 날보다 오히려 산책하기 좋은 날인 것을 알아갔다. 내 성격인지 모르겠지만 비 오는 날에는 데이트 하기도 싫고 집에 가만히, 방구석에서 맛있는 것이나 먹으면서 책이나 보고 아님 친구에게 전화 한 통 걸어보고 음악이나 듣고 평소면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만나 경험하면서 비 오는 날 쇼핑도 해보고 흐린 날 산책을 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그때는 그 새로움이 좋았지만, 나는 나인 걸... 다시 흐린 날은 그저 집에 있는 게 다시 좋아졌다.
화창한 날은, 분주하다. 우선 나갈 생각을 먼저 한다. 한동안 육아에 전념할 때는 날씨 좋은 날은 빨래하기 좋은 날이라서 오전 내내 집안일을 하다가 오후에야 나들이 겨우 나갈 수 있었다. 지금은 화창한 날 역시 집안일은 조금만 하고 얼른 나갈 준비를 한다. 코로나 상황으로 많은 곳을 가지는 못하지만, 근처를 드라이브 하는 것만으로도 가끔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같이 흐린 날은 오전에 사우나 목욕을 다녀오면 기분이 참 좋아지는데, 이것 역시 못해 본 지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미리 사뒀던 한 달 치 호텔 사우나 쿠폰은 빛바래고 있다. 어떤 날은 아이랑 새벽 6시에 가서 7시에 나오고 아이를 등하교시켰던 적도 있다. 아이도 엄마 닮아 목욕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날씨 따라 기분대로 내 생활의 패턴을 이어가 보는 것! 이럴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날씨 좋은 날 오히려 사람이 없을 때 목욕 가서 참 좋다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나 역시 그런 날도 있었다. 그런데 내 몸이 날씨의 영향을 받고 느껴지는 그대로를 내 삶에서 실천해보는 것~! 그대로 살아가보는 것~! 내 몸의 순리를 따라본다고 표현하면 너무 거창한 것일까?
오늘 내 몸이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의 기운, 날씨를 마음껏 느껴보려 한다.
오늘의 날씨의 영향에 따라 내 몸을 맡겨보려 한다.
매우 그러고 싶은 날이다.
날씨와 하늘은 상관관계가 높다.
하늘을 관찰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대기의 순환을 눈의 이미지로 그려낼 수 있다.
그리고 마당에서 눈을 감고 서 있으면 공기의 냄새, 대기의 흐름을 감각으로 느껴볼 수 있다.
내 몸에서 느껴지는 흐름을 하늘에 그려보면 가끔 날씨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기 쉽다.
가끔 제주에서 지진운을 발견하는데, 이렇게 무슨 일이 있겠구나 감각적으로 느낄 때가 있다.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할 때와, 가까운 우리나라 지역에서 발생할 때 차이가 있었다.
맞아떨어질 때가 많아 신기해서 제주 기상청에 제보를 한 적도 있다.
그러고 보면, 오롯이 날씨를 느껴보고 싶은 오늘은 감각을 좀 깨워보고 싶은 날일 수도 있겠다.
내 삶도 감각적으로 깨어나기를 바라면서, 차분하게 일상을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