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음식

음식으로 누군가를 추억하는 일

by 나도 작가

어제 날씨가 흐린 것은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오늘도 흐린 날이다.

그리고 라돈 문제로 라돈 없애주는 공기청정기가 있는지 알아봤는데, 그런 것은 아직 없다고.

라돈 수치를 확인만 해주는 것이고 라돈 수치가 높아지면 환기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다. 라돈을 제거해주는 공기 청정기가 나오면 꼭 구입하고 싶은 마음만...


얼마 전 엄마 음식을 찾는 프로그램을 얼핏 본 적이 있다.

워킹맘으로 저녁 늦게 귀가하다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온 적도 많았는데,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가 엄마의 음식을 추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아 엄마표 음식을 해보기로 했다. 한동안은 만둣국, 떡국, 된장국, 김치찌개, 떡볶이, 각종 볶음밥, 고기구이, 멸치볶음 등등 해주고 인스턴트 햄, 튀김류 등 냉동 반찬을 때로 사다가 먹었었는데, 엊그제는 엄마표 돈까스와 쭈꾸미 볶음, 그리고 어제는 해물탕 오늘은 섞어찌개 부대찌개 등 요리의 향연을 이어가고 있다.


"엄마의 요리 솜씨가 이제야 제법인데요?"

엄마를 칭찬하는 아이의 소리에 어깨가 들썩거렸다.


그렇다면, 내게 엄마표 음식은 무엇일까?

난 엄마가 해주는 <마라톤 빈대떡>이 추억의 음식이다.

빈대떡 안의 오징어와 깻잎의 향이 고소한 맛은 엄마의 향기와 같은 맛이다.

그리고 이런 겨울철 엄마가 해주던 <콩국>은 마음을 녹이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지금 엄마는 지난 달 어깨 수술을 하시고 재활치료 중이라 가끔씩 우리 집에 와서 내 음식을 먹고 가신다.

역시나 아빠는 내가 어릴 적 엄마가 다른 일로 바빠 자리를 비우면 아빠표 라면, 그리고 소시지에 계란을 부쳐주셨던 적이 손꼽을 만큼만 있다. 이번에도 엄마가 수술해서 텅 빈 집에 아빠 혼자 일주일간 있게 되었는데 전기밥솥에 밥을 안쳐놓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밥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 내가 가니 구세주가 되었다. 엄마가 입원하기 전 아빠에게 밥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고 하는데 여든이 다 되어 가는 아빠에게 전기밥솥의 글씨도 잘 안 보이고 버튼 조작이 생각보다 힘드셨던 것 같다. '죽'에다 설정이 되어 있고 밥이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도 설거지랑 정리만큼은 깔끔하게 하시는 아빠다.


친할머니는 서울에 있으셔서 자주 오시지는 못했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외할머니가 가끔 집에 오시면 막걸리로 발효시킨 빵, 찐빵을 만들어주셨는데 반죽을 이불 속에 담아두면 향기로운 빵 냄새랑 같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는 게 참 신기했었다. 그야말로 구름빵! 그 부풀어 오른 반죽으로 다시 동그랗게 팥도 넣고 흑설탕도 넣고 맛있게 양념을 넣어 만들고 쪄주시면 최고의 빵이 된다. 내가 빵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추억도 스며 있기 때문일까. 지금은 찐빵 전문점에서 쉽게 사다 먹고 있지만, 설렘과 기대 속에 빵을 하루 반나절 기다리며 따뜻한 이불 속에 숨겨졌던 반죽들을 들여다보며 기다리고 기다려서 먹은 빵맛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지금 내가 만들면 과연 그 맛이 날까.


우리 아이는 엄마표 어떤 음식을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을까?

내가 떡볶이를 엄청 좋아해서 많이 해줘 봤는데 우리 아이는 떡볶이를 맵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어묵도 안 먹는다. 덕분에 아이 친구들이 오면 내게 떡볶이 장사해도 될 만큼 맛있다면서 배불리 다 먹고 간다. 우리 아이는 한 입도 먹지 않는다. 아쉽지만 그래도 아이 친구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대신 내가 만들어주는 볶음밥을 우리 아이는 엄청 좋아한다. 이 음식에 대한 추억이 엄마가 아이를 생각해주는 정성까지 충분히 담아줄 수 있다면 훗날 우리 아이는 이 음식을 추억하며 또 자신의 아이를 위한 요리를 추억 쌓으며 맛있게 행복을 만들어갈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아빠표 음식도 있으면 참 좋긴 하겠는데 이건 내 바람일 뿐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처럼 또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다.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맛있는 음식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일은 또 하나의 행복한 일이자 나눔이다. 난 음식을 만들어 나눔 하고 싶다. 가까이에 사는 누군가 있으면 넉넉하게 만들어 베풀고 싶다. 지난 주말에는 <기름떡>(제주 음식, 찹쌀로 만든 쫀득한 떡, 설탕을 버무려 갓 나온 기름떡을 아이들은 참 좋아한다.)을 만들어 나눴는데 많이 한다고 한 것도 모자라서, 겨우 나눔 했다. 집안이 음식 냄새로 가득했는데 그래도 마냥 즐거웠다.



음식으로 누군가를 추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 같다.

누군가 어떤 음식을 먹으며 나를 떠올릴 수 있다면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언젠가 혼자 햄버거가 너무 먹고 싶어져서 하나 사러 갔는데,

두 부부가 다투면서(말다툼을 심하게 하면서) 햄버거를 만들고 있었다.

물론 마스크와 장갑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난 그날 저녁 엄청 설사를 했다.

음식이 상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 음식에 그 두 분의 감정까지 담겨 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난 음식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에 출근하며, 아침 일찍 나오느라 밥도 거르고 오는 아이들을 자주 본다.

교실 내 음식물 반입금지.. 그러나 아이들은 가끔 편의점 음식을 사들고 온다.

아침을 못 먹어서, 조그만 삼각김밥 하나로 한 끼를 때우기도 한다.

학교에 조회시간 8시 15분까지 교실 안에 딱 들어오려면, 그것도 집에서 따끈한 아침밥을 먹고 오려면 적어도 아침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자마자는 입맛이 없어 바로 밥을 먹을 수는 없으니까. 내가 해보면, 6시 30분에 일어나면 밥 먹고 등교? 아슬아슬 늦는다.


학교 등교 시간이 좀 더 늦거나, 학교에서 간단한 아침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간단한 샌드위치 우유, 샐러드, 삶은 계란, 시리얼 이 정도만이라도 갖춰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난 20대부터 내가 학원을 경영한다면 이럴 생각이었다. 많이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잘 먹어야 공부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많이 먹어 졸리면 좀 자야 되는 것이고, 누군가는 배고파야 공부를 잘 한다고 집중력이 강해진다고 하는데 배고픔을 이겨내면서까지 학습을 하는 건 난 좋은 방법이 아니란 생각을 한다. 물론 공부가 너무 즐거운 나머지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깝다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어쩔 수 없고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난 먹고 싶은 학생에게 먹지 못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아침 6시 기상은 특히 겨울철 12월은 좀 힘들어 보인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으로 교실 안에서 먹을 수도 없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따끈한 삶은 계란이라도 하나씩 선생님으로서 나눔 하고 싶다. 삶은 계란을 볼 때마다 담임 선생님을 떠올릴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어떤 음식이든 그 음식으로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상황에 맞는 내 특별 음식을, 나를 떠올릴 수 있는 음식을 마련해야겠다!


1월에는 글을 쓰고 요리를 하고 수다를 떨고 집안일을 하고 1년을 계획하며 공부하고 있다.

취미생활로 그동안 쌓아온 <타로>와 <요가>의 실력도 차근차근 발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일들에 토닥거리며 드디어 신나는 2022년이 될 것 같다!

작심삼일이 지나고 있으니 다시 작심삼일, 새로운 1월의 다짐을 잊지 말자! ^^






keyword
이전 03화날씨 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