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운

이슬 머금은 듯한 상쾌

by 나도 작가

오늘도 눈을 떠서 아침 일찍 마당에 나갔다. 땅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지난 여름 처음 느꼈던 이곳에서의 아침 기운을 기억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봤다. 4년째 쓰고 있는 폰으로 찍은 것인데 카메라 기능이 요즘 나오는 폰처럼 좋지는 않다. 올해 말에 사진 기능이 훨씬 좋은 새 핸드폰으로 꼭 바꿔볼 생각이다. 연말에 내게 주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마당 있는 집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은 누릴 수 있어야 제맛이다. 예전에는 춥다고 나가는 일이 1도 없었는데 내게 생긴 큰 변화라면 변화다. 엊그제부터 눈발이 날리더니, 눈비 눈비 그러다가 오늘은 비다. 부슬부슬 겨울비에 흐린 날이 2~3일째다. 그러고 보면, 그 전 한 3~4일은 겨울 날씨 같지 않게 맑았다. <삼한사온>의 계절이 맞는가 보다.


우리집 폭풍 성장하고 있는 꼬맹이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다. 어제의 나랑 오늘은 반대되는 모습이다. 하늘에 까만 먹구름도 빠르게 흘러간다. 나무도 흔들흔들, 태풍급은 당연히 아니지만 모양새가 바람이 꽤 분다. 집 앞에 꽂혀 있는 올레길 표시 자국 빛바랜 끈이 정신없이 휘날리는 게 제주스런 바람이 불고 있는 오늘이다. '집앞이 올레길이었구나.'를 알아차린다. 그래서 날씨 좋은 봄철에는 가끔씩 관광객의 깃발 같은 것을 선두자가 높이 들고 사람들이 그 뒤로 떼지어 지나가는 것을 주말에는 종종 봐왔구나. 평일에는 출근하니까 보지 못했고..


오늘 아침 잠시 마주한 공터와 인사는 내게 이슬 머금은 듯한 상쾌감을 주었다.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머릿속에 찬 바람이 살짝 스며드는 이 느낌을 즐기기 시작한 지 이제 얼마 되지 않았다. 이사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일정을 정리해본다. 일어나서 간단히 씻고 자연과 아침인사 나누고, 글을 좀 쓰고 마무리되면 요가 스트레칭, 아침 식사, 업무, 점심 그리고 산책, 업무, 저녁 식사 정리 정돈 그리고 오늘 밤에는 타로 수업을 설계해볼 생각이다.


별로 할 일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나열해보니, 많다! 시간은 또 왜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인지...


과거의 시간들이 모여 나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보면, 이 시간들이 한 톨 한 톨 모두 소중해진다. 잠이 무척 많았던 내가 벌떡 일어나게 되는 것은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힘든 일도 내가 원하고 있는 일이라면 힘들지 않고 오히려 좋은 에너지 기운을 얻게 되는 그 느낌을 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바로 그 느낌, 이 느낌이다!


아침 일찍 찬 바람을 훅 맞아 보는 것, 이것 역시 누군가에는 고통스러운 참기 힘든 일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공기를 머금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즐거운 일일 수 있듯이, 각자에게는 각자의 받아들임이 있고 다르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내 느낌을 전달할 수는 있지만, 내가 좋다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섣부른 좋지 않은 간섭이 아닐까. 전 예방으로 맞고 있는 예방접종도 일반적으로 좋은 경우가 많겠지만, 기저질환이 있고 기타 다른 부정적인 영향이 있어 보이면 내가 갖고 있는 병과의 상관관계를 잘 살펴보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주의해서 접종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신의 건강을 지키지 않으려는 사람보다 건강을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이 주변에 훨씬 많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언젠가부터 건강 상의 이유로 공기에 예민해진 나는 제주에서 1년에 한 번은 꼭 다녀오는 곳이 있다. <비자림>이란 곳인데, 놀랍게도 내가 갈 때 주로 뱀이 나온다. 날씨 좋은 걷기 좋은 날, "가자!"하고 가면 잘 나타난다. 뱀이 자주 나오지는 않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내가 좋다고 생각한 날에는 유독 그렇다. 바로 앞을 쓱~! 처음에 한 두 번 뱀을 볼 때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정신줄을 놓고 어안이 벙벙해서 온몸을 다 털고 나서야 다시 제정신이 드는데, 이제 자주 그러니까 그저 내가 좋은 날은 뱀도 나들이 하기 좋은 날인가 보다 생각하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 공기 좋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비자림>이 아니라 시내에 있는 <한라수목원>이라는 곳만 가도 아기 뱀이 스물스물 산책로를 기어 다닌다. 내 태교 덕분인지(겁 많은 내가 드라마 '선덕여왕' 유년 시절을 보며 우리 아이도 저렇게 용감하게 뱀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생각했는데 어릴 때부터 뱀을 무서워하지 않고 뱀 기르고 싶다면서 노래 부르고 뱀을 만질 수 있었던 우리 아이는 최근 독뱀이 있다는 내 주입식 설명과 내 놀람에 같이 발버둥치며 뱀을 무서워한다..) 제주에는 뱀이 많고 공기 좋은 날은 녀석들도 잘 아는 것 같다. 활동하기 좋은 날이라는 것을. 제주에서 느낀 뱀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도 떠오르는 에피소드도 많다. 이건 다음번에~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리면 야외 활동량이 줄어든다. 조금은 움츠리고 있는 날들인데, 아침 기운이라도 실컷 머금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에 신선한 공기는 머리를 맑게 해주고 새로운 기운을 북돋워주는데 긍정의 힘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그동안 막혀 있던 내 몸속의 탁했던 흐름을 씻어내주기에 충분할 것 같다.


다시 아침 기운을 머금고 신나게 아침의 출발을 알린다.

"충분히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거야!"

내 자신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본다.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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