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생각을 담다]
일본의 경우 약 육백 년 전에 도입된 다도(茶道)가 일본인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다도는 도자기와 건축, 그림, 시 등 미적인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차와 불교는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종교도 근본적으로 변화됐다.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은 선(禪) 명상을 한 시간 정도 한 것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한편 군벌들은 다도 행사를 통해 서로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결국 차는 정치에도 영향을 끼쳤고, 수출을 통해 일본 경제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처럼 다도는 일본인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고, 나중에는 일본의 생활방식을 상징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 사이에 아시아 대륙에서는 18세기 초부터 엄청난 양의 차를 잉글랜드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차는 잉글랜드의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 우선 차는 남자와 여자, 상점 주인과 고객의 관계를 바꾸었고, 식사의 종류와 시간까지 바꿨다. 건축과 가구, 도자기, 해운, 항해법도 바꾸었다. 뿐만 아니라 건강을 증진시키고 피곤을 견디는 능력을 향상해서 산업혁명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앨런 맥팔레인 지음>
그렇다. 다도 생활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일상생활에서 차를 마시는 것은 잠시 휴식을 가지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면서 마음과 생각을 다듬게도 한다. 일본인은 그러한 차를 마시는 가치를 일찍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차를 마시는 삶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지금의 일본 국가가 세계경제강국 2위를 차지한 이유도 그들의 다도 생활에서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 후에 한국에 도입된 차 문화는 거의 일본의 다도문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차의 무역이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정도전의 전략에 따라 불교와 함께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그 대신 유교사상을 국교로 삼아 신분사회를 이루고 차 문화는 양반사회에서만 통용되도록 제한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불교가 산속으로 들어가 버리게 되었던 것이다. 스님들은 차를 몰래 제배하고 마셔야만 했었다.
해방 후에 경제가 좋아지면서 역으로 일본의 다도문화가 한국에 들어오게 되어 다도법이란 것이 선호하게 되었던 것이다. 영국도 역시 차 문화가 생활화되었을 때에는 건전한 사회를 이루었었다. 그러다 커피 문화로 바뀌면서 다시 불건전한 사회로 진화해 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 일본은 차 문화에서 커피 문화로 변화하면서 영국처럼 불건전한 사회로 진화하였던 것이고, 이십 년이 지난 후에 한국도 일본으로부터 커피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오늘의 한국사회가 겉보기엔 세련되고 선진화된듯하지만 매우 불건전한 사회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