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입원은 조금 정신없고 묘한 구석이 있다. 입·퇴원을 도맡아 하는 데스크가 열지 않는 날이라 응급센터의 접수 코너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관문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대부분의 우선순위는 응급 환자에게 돌아갔고, 입원 수속은 자연스레 뒤로 밀렸다. 급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그저 기다려야만 하는 사람처럼 오래 서 있었다. 세상은 각자의 이유로 분주했고, 그 속에서 나의 병세는 그다지 특별하다거나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입원 수속 후 병동으로 올라가면 그때부터 진짜 혼란의 시작이다. 같은 병실에는 이미 자리 잡은 지 오래된 듯한 할머님 한 분이 TV 리모컨을 꽉 잡고 계셨다. 잘못한 것도 없건만 주눅이 들어 조용히 자리를 배정받고 나면 환자복이 주어졌다. 서둘러 환자복으로 환복하고 마취과에 가서 마취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서명해야 했다. 수술 담당 과 의사 선생님의 수술 설명까지 듣고 나니, 때 이른 석식이 제공됐다. 5시도 되기 전에 받아 든 병원 밥을 천천히 먹다 보면, 앞자리 할머니의 식사는 마치 게 눈 감추듯이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복도에서도 잔반과 식기를 수거해가는 카트 소리가 요란스럽다. 덩달아 마음이 급해져 먹을 양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결국 식사를 마치게 됐다.
저녁 식사를 마쳤다고 병실의 일과가 끝나진 않는다. 간호사 선생님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혈압을 재거나, 수술 전 필요한 여러 조치로 바쁘다. 바쁜 건 간호사 선생님들뿐이고 정작 나는 가만히 앉아서 해주는 설명만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서명하라는 곳에 서명만 하면 되는데도 묘하게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꼭 어렸을 때 담임선생님의 호출에 교무실에 불려 가서 앉아 있는 기분처럼 말이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긴장을 하고 있었던 탓인지 정작 중요한 시간이 되자 몸이 말썽이다. 혈관을 잡아야 하는데, 혈관마저 긴장한 탓인지 도무지 주삿바늘을 허락해 주지 않는 것이다. 간호사 선생님의 난처함에도 내 마음대로 혈관을 이리저리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진땀이 난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혈관을 잡아낸 간호사 선생님이 흐릿하게 웃으며 수고하셨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푹 새어 나왔다.
그렇게 별일을 다 겪고도 시곗바늘은 아직 밤 9시에도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바깥에서는 아직 한창 놀 시간인데, 병원은 그새 불을 끄고 어둑해진 병실이 늘어간다. 내가 몸담은 병실의 사정도 그리 다르지는 않다. 6시도 되기 전부터 너무 밝으니 불을 끄자던 할머님은 9시가 되자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이 냉큼 병실의 문을 닫고 불을 꺼버린다. 딱히 할 것도 없으니 그저 침대 위에 조용히 눕는 수밖엔 없다. 이 병실 안에서는 나의 사정이 그리 특별할 게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연말의 병실은 유난히 조용했다. 환자를 들여다보러 다니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분주한 발소리만 여전했다. 온통 고요한 병원에서 그 공간만 유리된 것처럼 말이다. 잠이 오지 않아 내다본 병실의 작은 창밖으로 비치는 불빛들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고요 속에서 나름의 평온을 되찾아갔다. 병실에서의 나는 현실에서의 나와 달리 몸이 멈추고, 마음도 따라 멈춘 상태였다. 평소엔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생각들이 그제야 조용히 나를 찾아온다. 몸이 아파서 뜻하지 않게 얻은 일시 정지였지만, 그건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휴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의 나는 아무것도 해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다. 그저 가만히 누워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