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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May 09. 2024

작은 무모함이 이끈,
나홀로 캄보디아 미식여행

[캄보디아 01] 캄보디아 솔로여행 : DAY 1, 하나


이 여행기는 2024년 3월 말에 떠났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행지는 캄보디아의 프놈펜과 씨엠립을 중심으로 도심과 유적지 등의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에서 안내하는 법규 및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며 여행하였고 모든 내용은 평범한 대한민국의 남성이 느끼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01 | 우리에겐 가끔 작은 무모함이 필요하다!


10년을 함께한 회사를
퇴사했다.


그리고 난,

2024년 2월 1일부터 백수가 되었다.


회사의 Co-Founder의 멤버로 참여하여 10년간 동고동락했던 회사는 2023년 말 나의 피땀이 고스란히 묻어있던 대부분의 사업들을 유망한 상장사에게 양수양도했고, 감사하게도 이를 인수한 회사로부터 좋은 조건의 이직도 제안받았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퇴사하기 얼마 전까지도 회사 대표님께서는 회사에 남은 일부 사업의 Spin-Off 등 굉장히 파격적인 제안과 더불어 잔류를 지속적으로 권유하셨지만 이 또한 죄송스럽게도 거절했다.


사무실 내 방에서 바라본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노을 가득했던 어느날 오후, 그리고 반짝반짝이던 빌딩 앞 거리.
10년간 함께했던 회사와의 이별은 나름대로의 사업의 행복한 마침표라 불리는 양수양도와 함께 끝을 맺었다.


어쩌면 내겐 잠깐의 멈춤이
필요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미래의 걱정 따윈 잠시 접어두고 무작정 좀 쉬기로 했다.


퇴사 후의 일상은 생각보다 굉장히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차곡차곡 묵혀두었던 쉰내 풀풀 나는 'To-Do List'들을 꺼내어 보니, '백수가 과로로 쓰러진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지듯, 해야 할 일들이 비 온 뒤 자라나는 잡초처럼 금세 무성해졌다.


퇴사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는 바로 생애 처음 중고차를 사는 일이었는데, 그동안 회사의 배려로 제공해 준 법인차량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진 설날엔 어머님댁에서 오랜만에 '먹고 자고'로 지냈고 앓아왔던 이빨치료, 허리치료, 어깨치료 등 바쁜 병원 순례를 하다 보니 뭐가 그리 시간의 줄기를 갉아먹는지, 눈 깜짝할 새 몇 달이 폴짝 지나갔다.


'내팽겨 뒀던 몸도 좀 살피고, 음악도 다시 좀 만들고..'


여행도 좀 하고...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앞으로 뭐 할 거냐는 거였는데, 사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의례히 그랬듯이 좀 쉬면서 뭔가 '차츰차츰 해나가야지'라는 굼벵이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누구나 동경하는 '여행'이 마렵다는 답을 버릇처럼 막연히 이야기한 것도 같다.


그러던 차에 30년 지기의 친구는 내 '어리버리', '우유부단'한 내 연못에 살짝 작은 돌멩이 하나를 슬쩍 던지는 도발을 감행했다.


뭘 망설이는데?


머리에 큰 돌멩이 하나를 맞은 듯 어질어질했다. 그날 난 바로 이틀 후 떠나는 비행기표와 숙소 예약을 모두 빛의 속도로 마무리했고 확정 문자와 이메일들을 확인하면서 알 수 없는 멋쩍은 웃음이 계속 입가를 맴도는 걸 느꼈다.


그래. 가끔 우리에겐 '떠날 용기'를 북돋아줄 작은 무모함이 필요하다.



02 | 진정한 가성비를 갖춘 미식의 나라


왜 하필 캄보디아야?


작은 무모함이 이끈 목적지를 결정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의 오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앙코르 와트'의 나라이자,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급 파인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는 눈과 입 모두가 즐거운 곳!


캄보디아는 베트남과 태국 사이에 위치한 나라이다.


캄보디아는 강성했던 크메르 왕국의 후손이었지만, 이후 태국, 베트남의 주변국의 잦은 침략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자진하여 프랑스의 식민지가 된 캄보디아는 독립 이후에도 베트남 통치와 내전으로 고난을 겪었으며, 2000년대 들어서야 정치의 안정을 바탕으로 최빈국의 오명을 씻고 높은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감히 캄보디아를 가성비를 갖춘 미식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아픈 역사이긴 하지만 식민지 당시 유입된 음식과 서구화된 조리법 등으로 발전되어 온 프랑스 음식과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고, 근래 활성화된 관광산업과 경제 성장으로 해외 유학을 마친 젊은 셰프들이 캄보디아로 돌아와 자국의 음식의 현대적 해석을 곁들인 멋진 음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인 다이닝을 가성비 있게
즐길 수 있는 곳!


흔히 동남아 여행을 생각할 때면 의례히 값싼 물가, 특히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번만큼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비슷비슷해지는 야시장의 꼬치나 국수, 볶음밥과 고기, 열대 과일 등은 잠시 잊기로 했다.


한국에서 캄보디아까지는 약 5~6시간 남짓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국적기의 경우 아쉽게도 유명 관광지가 몰려있는 씨엠립으로 가는 직항 편은 없고, 수도인 프놈펜을 거쳐 가야만 한다. 그리고 대부분 가는 편, 오는 편 모두는 늦은 오후나 밤늦게 출발하는 경우가 많으니 쓸데없는 낭비가 없도록 여행에 계획에 참고하자.


입국을 위해서는 도착 시 관광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미리 비용 $30를 현금으로 준비해 두는 것이 좋고 별다른 큰 어려움 없이 입국장 근처 줄 서는 곳에서 신청하고 이름을 부르면 바로 옆에서 여권을 돌려받으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도착 후 클룩(Klook)에서 제공하는 공항 픽업 서비스 이용을 추천하는데, 비용도 현지 Grab과 별반 차이가 없고 게이트 앞에 이름표를 들고 서있기에 여행지 도착 시 번잡스러움에서의 해방도 해방이지만, 특히 짜증스러운 호객 행위 등으로부터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다.


프놈펜 공항 밖의 전경, 픽업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굳이 공항으로 돌아오는 공항 샌딩 서비스는 예약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캄보디아에서 타게 될 수많은 Grab과 툭툭 기사들로부터 공항뿐만 아니라 각종 여행지 이동에 대한 보다 저렴한 가격의 제안을 받게 될 터이니...


내가 예약한 숙소는 관광지가 몰려있는 중심가와는 다소 떨어져 있는 메리어트 계열의 페어필드 호텔이었는데, 이 호텔 PICK의 이유는 가성비가 철철 넘치기도 했지만 여행지가 초행일 경우에는 다소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글로벌 브랜드 호텔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실패 확률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https://maps.app.goo.gl/qvcMSFaQ3z25HEBV9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칩몽 타워의 27~45층에 위치한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프놈펜은 총 300실의 객실을 갖추고 있는 모던한 호텔로 프놈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멋진 뷰, 인피니티 풀, 프놈펜에서 가장 높은 루프탑 스카이바 등이 있다.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에 충분히 아늑하고 편안한 객실은 창가에 배치된 긴 소파가 인상적이었는데, 호텔에 있는 대부분은 이곳에 걸터앉아 창문 밖으로 보이는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이곳은 높은 고층에 위치해 있는 인피니티 수영장이 굉장히 매력적인데, 싱가포르 마리나 샌즈 베이만큼의 규모와 놀라움까지는 아니더라도, 프놈펜 도시의 아찔하고도 멋진 경관과 더불어 연일 고층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대단한 맛과 가짓수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있을 건 모두 있는 아침 조식 뷔페도 나쁘지 않았다.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프놈펜의 외관, 객실, 수영장, 조식부페 사진들


프놈펜의 시내 중심가와는 조금 떨어진 곳이긴 하나, 대부분의 관광지나 목적지들이 Grab 기준 10분 내외로 갈 수 있고, 비용도 몇천 원 수준이기 때문에 오히려 북적거림을 싫어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보다 이곳 숙소를 강력히 추천한다.



03 | 프놈펜의 근본 왓 프놈, 그리고 왕궁


어제 늦은 입국 시간 때문에 거의 자정이 되어서야 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했기에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좀 더 쉬어가길 갈망했었는지, 아니면 솔로 여행의 느긋함과 자유로움에 나도 모를 긴장감이 풀렸었는지, 암막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아니었다면 아침 조식 시간을 놓쳐 버릴 정도로 늦은 시간에야 눈이 떠졌다.


객실에서 바라보는 프놈펜 아침 도시 풍경


항상 불면증에 시달리던 나이기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깊은 꿀잠의 행복은 조금은 낯설기까지 했지만, 아침에 바라보는 여행지의 멋진 도시 풍경만큼이나 설레고 상쾌한 것은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캄보디아 프놈펜은 흔히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면 하루를 꽉 채워 관광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도 할 정도로 알려진 관광지가 손에 꼽을 정도기에, 늦은 조식을 해결하고 난 뒤, 오전 시간은 빈둥빈둥 수영장에서 보내기로 했다.


여행지와 온전히
친해지기 위해!


아무생각없이 멍때리기 좋은 인피니티 풀장


캄보디아의 날씨는 잘 알려진 관광지이자 인접해 있는 주변국인 태국, 베트남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상상하는 것과 큰 이질감이 들지는 않았지만, 역시 해가 중천에 있는 한낮의 뜨거운 기온은 여전히 익숙해지기 어려운 면이 있다.


프놈펜, 그리고 앞으로 소개할 씨엠립 모두 관광지나 시내를 이동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워낙 Grab이 잘 활성화된 곳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애플리케이션 한두 번 사용으로 충분히 마스터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Grab Taxi 이용을 추천하는데 툭툭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범접하지 못할 장점이 있으나 밤에도 참기 힘든 퀴퀴한 매연과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에 흐르는 땀, 불편한 자리와 승차감 등을 감내하기엔 몇천 원의 소비가 그리 아깝지 않다.


그저 물에 몸을 잠시 담그고 발만 동동 거리는 수준이지만 마음만은 영화 속 근육남처럼 물속을 이리저리 거닐다 잠시 썬베드에 누워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마법에 걸린 듯 두 눈이 무거워지고, 행복한 멍 때림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러다 잠들겠네,
슬슬 움직이자~!


캄보디아 내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불교, 힌두교 사원들이 있어 어느 순간에서부터는 한국 기와집 보듯 굉장히 익숙해지기도 하는데, 프놈펜이라는 이름을 있게 해 준 프놈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왓 프놈은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어딜 가든지 한번 이상은 그 동선에 걸릴만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왓 프놈은 '펜'이라는 여인이 홍수에 떠내려온 불상을 극진히 언덕에 모신 것이 시작이라고 하는데 프놈 펜은 '펜의 언덕'이라는 의미로, 도시 이름의 기원이 되었다.


https://maps.app.goo.gl/viFYn7BFFuvmvJCM7


입구에 앉아 있는 관리인에게 1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면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과 그 안에 세워진 캄보디아 국왕 동상을 만나게 된다. 제법 높은 계단을 올라 언덕 끝에 다다르면 눈이 즐거워지는 정교한 불교 조각 작품들이 함께하는 사원에 도착하게 되는데, 신발을 벗고 사원 안에 들어가 이마에 흐른 땀을 식히는 것도 좋다.


세상이 멈춘 것만 같아!


사원의 끝 벽 쪽에 앉아 경건한 마음으로 종교 활동을 하는 현지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 숨 가쁘게 살아왔던 내 삶의 무게가 서서히 녹아져 내려와 내 마음의 평화와 안식이 가득해지는 것만 같았다.


프놈펜을 대표하는 사원 왓 프놈의 전경


프놈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무조건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관광지 중에 하나가 바로 1866년에 지어진 프놈펜 왕궁인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약 10$의 비용으로 입장이 가능하니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운영하는 시간이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있고, 오후 4시경에 입장이 마감되니 시간을 꼭 맞추어 도착하여야 한다. 왕궁 앞 넓은 공원을 지나 크지 않은 도로를 건너면 캄보디아의 젖줄인 메콩강이 펼쳐지니, 왕궁을 돌아본 뒤에 천천히 강둑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았다.

 


https://maps.app.goo.gl/S9ZJuWqUeAe9Zbu88


프놈펜 왕궁과 건너편 메콩강 전경



04 | 프렌치 셰프의 정통 다이닝, Topaz


이번 여행의 목적이 '폼나고 맛있게 먹는' 여행이었던 것만큼, 레스토랑을 고르는 일 하나하나는 뭔가 커다란 의식을 치르듯 신중한 일이었는데, 오히려 첫 번째 레스토랑의 경우는 아무런 의심과 고민 없이 Topaz로 결정하게 되었다.


Topaz는 1997년 프랑스인 Arnaud Darc가 설립한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지금은 Thalias Hospitality Group으로 사업이 확장되어 레스토랑, 델리숍, 베이커리 컬렉션을 통해 캄보디아 대표 F&B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2023년 세상을 떠난 Alain Darc은 Topaz의 요리를 세계적 수준으로 만든 마스터 셰프로 그의 요리는 미쉐린(Michelin)과 고미요(Gault Millau) 등으로부터 높은 찬사와 평가를 받았고, 아직까지 그의 정신과 요리가 Topaz에 남아 그의 유산을 기억하고 또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2023년 세상을 떠난 TOPAZ 마스터 셰프였던 Alain Darc의 생전 사진(인터넷 발췌)


Topaz는 프놈펜 시내에 Topaz Norodom과 최근 2024년 새롭게 개장한 Topaz TheCommune 2곳이 있는데, 역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Topaz Norodom으로 저녁 예약을 마치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음식에 대한 심장의 두근거림과 함께 레스토랑을 방문하였다.


두근두근
캄보디아 최고의
프렌치 레스토랑!


https://maps.app.goo.gl/QFu4uisJD2QMNDgb8


건물 입구 앞 고급스럽게 조경된 연못을 지나 레스토랑 안으로 서서히 들어서면 마치 오래된 프랑스 그 어딘가에서 만나 볼 법한 짙은 적갈색 우드로 인테리어 된 내부와 깔끔하고도 전통적인 흑백 유니폼을 입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들이 무척이나 고풍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특히 주인장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액자 하나하나며, 제일 맘에 들었던 접시와 식기류 등도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캄보디아라는 그리 친숙하지 않은 동남아 국가에서 느껴보는 프렌치 다이닝의 향기가 물씬 풍겨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기대하게 했다.



근래 생긴 여러 가지 건강 문제로 간단한 샴페인이나 와인을 곁들이지 못한 건 너무나도 아쉽기는 하나, 그래도 제공된 메뉴판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고민과 고민을 거듭했다. 절대 실패할 수 없다~! 캄보디아 첫 번째 파인 다이닝이 아닌가?


Topaz에서 주문한 음식들, 뭐하나 부족함이 없었던 훌륭했던 저녁식사였다.


제공된 아뮤즈 부쉬(한입 음식)와 식전빵 모두 입맛을 살짝 돋우기에는 충분했고 식전주를 함께 먹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무알콜 모히또가 있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앙트레로 트러플 오일이 들어간 머시룸 수프와 캐비어가 올라간 연어 타르타르를, 메인 요리로는 매니저의 추천으로 양고기 요리를, 마지막으로 디저트로는 크림브뤨레와 샤베트가 올라간 과일 샐러드를 주문했다.


머시룸 수프는 전통적인 진한 버섯의 향기를 잘 살린 요리로 먹는 내내 고개를 계속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훌륭한 수프였고, 젤라틴 위에 연어와 캐비어 간 그 풍미나 조합이 좋았던 타르타르는 예상 가능한 맛이긴 했지만 나무랄 데 없었다.


메인으로 나온 양고기의 경우는 근래 맛보았던 양고기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퍼펙트하게 잘 구워진 스테이크로 한입 씹자마자 터지는 육즙과 함께 고기가 사라지는 부드러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만 곁들여 나온 감자 타르트는 모양은 예쁘긴 했지만 큰 특색 없이 조금은 딱딱한 형태여서 조금 아쉬웠다.


디저트였던 크림 브뤨레는 겉표면이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웠는데 부셔먹는 재미는 좀 덜했지만 그것도 크게 나쁘지 않았고 샤베트가 올라간 과일샐러드는 어쩌면 오늘 먹은 음식 중 가장 나와 맞지 않았던 메뉴로 우리나라 화채가 연상되는 각종 과일들의 조합이 너무 신 샤베트 때문인지 그 조화가 모두 깨져버려 개인적으로는 맛있게 먹기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프랑스 음식을 먹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들까?


굳이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지 몰라도 그만큼이나 내게 큰 만족감을 준 Topaz의 메뉴들은 먼 이국땅에서 정통 프랑스 음식의 교육과 전파를 위해 애썼던 마스터 셰프 Alain Darc의 열정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 식사 내내 알 수 없는 입가의 미소가 그득하기만 했다.  


좋은 첫출발~!
앞으로 어떤 요리를 먹게 될까?
너무 기대가 돼!


Topaz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캄보디아 독립 기념탑과 시아누크 동상이 있는 공원


Topaz에서 식사 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소화도 시킬 겸 잠시 산책을 하다 보면 멋진 야경이 아름다운 독립 기념탑과 캄보디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노로돔 시아누크 전 국왕의 동상이 있는 기념공원에 다다르는데, 가로로 긴 공원을 한 바퀴 걸으면서 운동과 휴식을 즐기는 프놈펜 시민들의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이다.


https://maps.app.goo.gl/PcvVzhpjBmm7Uobg7

https://maps.app.goo.gl/vGf4BuZnoBfjuuVt6





(다음 이야기)

https://brunch.co.kr/@bynue/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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