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나의 일기
1997년 9월 20일 토요일
날씨: 해 쨍쨍하다가 비도 옴
일어난 시각: 7시 40분
잠자는 시각: 9시
아빠랑 엄마랑 음악회에 가기로 했다. 장소는 잠실 경기장 이었다.
아빠의 친구 가족들과 같이 갔다.
먼저 사물놀이를 했다.
그다음에 첫번째로 나온 가수는 젝스키스 였다.
그밖에 박진영, 디재이덕, HOT, 많이 나왔다. 제일 재미있었던것은 불꽃놀이였다.
어른이 된 나의 소회
이 공연이 도대체 뭐였기에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었던 젝스키스와 HOT까지 다같이 등장했을까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았다. 97년 9월 잠실 공연 / 콘서트 / HOT / 젝스키스 등등.. 검색어 조합을 다양하게 바꿔서 20번 이상 검색하다 챗지피티에게까지 물어봤지만 결과가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 8살짜리 내가 제목에 정직하게 쓴 그대로 '음악회'라고 검색어를 바꿔보니 바로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무려 조용필부터 HOT까지 대형 가수들이 등장한 이 공연의 이름은 말 그대로 '대음악회'였던 것이다.
나는 어린 내가 '콘서트'라는 말을 몰라서 '음악회'라고 한 줄 알았다. 출연 가수가 대중가수들이었는데 음악회라니 단어 선택이 재밌네, 라고 읊조리며..
8살의 어린 나는 있는 그대로 음악회를 음악회라고 기록한 것뿐이었다.
하도 검색을 하다하다 안 나오니 혹시 어린 내가 선생님의 관심을 받기 위해 거짓말로 일기를 쓴 게 아닐까 슬쩍 의심의 마음이 올라왔었다.
하지만 사물놀이며, 출연 가수들 리스트며, 장소와 날짜 등등이 기사와 비교했을 때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거짓말은커녕 거의 역사 기록물 수준이다.
오늘도 이렇게 정직하고 투명한 8살짜리 나와 만난다. 의심해서 미안해!
일기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어린 내가 천진난만하게 이 음악회에 대해 평하는 부분이다.
[제일 재미있었던것은 불꽃놀이였다.]
지금 내가 봐도 이 연예인들을 어떻게 한 자리에 모았을까 싶은데, 더구나 전설의 아이돌 1세대 HOT와 젝스키스의 공연을 실시간으로 보았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데, 정작 어린 내 눈에는 불꽃놀이가 가장 재미있었나보다.
일기장을 넘길수록 순수한 8살짜리 나를 껴안아주고 싶어진다.
글모 선생님의 코멘트
아빠랑 엄마랑 음악회에 가서 불꽃놀이도 보고 즐거웠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