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 통장을 만들어 보자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필요한 한 가지. 바로 통장이다.
계좌개설이 필요하다.
일본은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나마 외국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우체국 은행이라고 했다. (ゆうちょ銀行)
다른 은행의 경우 가장 기본 조건 중 하나가 일본 체류 기간이 6개월 이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일본에 체류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나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집 앞에 있는 우체국 은행을 방문하기로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입장.
번호표를 뽑고 순서가 되기를 기다렸다. 금요일 오후 우체국 은행은 다행히 한산했다.
띵동.
555번. 내 번호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계좌를 개설하고 싶습니다.
-네?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당황. 결국 번역기로 계좌를 개설하고 싶습니다. 가 적힌 문구를 보여주었다.
-아! 마스크 때문에 잘 안 들렸어요.
그래서 마스크를 벗고 조금 큰 소리로 대화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계좌를 개설한 적이 있는지, 언제 일본에 왔는지, 재류카드 뒷면에 적힌 주소지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이 맞는지, 직장이 있는지 등등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계좌를 개설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예약을 해야 하고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면 스케줄 확인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주 수요일 오전 9시에 가능한지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했다.
잠시 앉아서 기다리면 다시 불러 주겠다고 해서 의자에 앉아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뭔가 서류를 들고 왔다 갔다 하며 매니저로 보이는 분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고 확인을 하고.
'통장 개설을 하는데 저렇게 확인할 게 많은 건가? 아직 신청도 안 했는데..'라는 생각을 하다 '내가 무직이라 개설이 안 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하며 10여분 넘게 기다리다 보니 다시 나를 불렀다.
이번에는 서류 3장을 주며 일본어가 많은데 작성이 가능한지 물어봤고, 일단 집에 가서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것만 작성을 해서 가져오라고 했다.
도장과 재류카드도 같이.
이렇게 나의 첫 번째 우체국 은행 방문이 종료가 되었다.
통장 개설을 위한 예약을 하는데 30여분이 걸렸다. 다시 한번 일본의 업무 처리 속도에 놀라움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가 유난히 빠른 건가? 하는 의문과 함께.
드디어 수요일이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난 후 외출 준비를 했다. 신청하는데도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였으니 아르바이트 갈 준비까지 마치고 외출을 했다.
8시 59분. 아직 우체국 문이 열리지 않았다. 9시가 되니 매니저가 나와서 닫혀있던 문을 열어주었다.
번호표를 뽑자 바로 내 번호를 호출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작성한 서류와 도장, 재류카드를 내밀며
-오늘 계좌 개설 신청 예약을 했는데요.
-아! 네, 알겠습니다.
서류 확인을 하며 갖고 온 도장을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도장을 찍고 나니 서류 확인을 위해 잠시 앉아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5분 여가 지난 후, 서류를 보여주며 미작성 분에 대해 설명과 함께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직원분과 함께 서류 작성을 마무리했다.
다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20여분이 지나고 난 후,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고 했다. 번호를 잘 생각 후 번호키를 눌러달라고 했다.
비밀번호 입력 후, 다시 나를 부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또다시 10여분이 흘렀고 나는 다시 호명이 되어 창구로 향했다.
일본어와 영어로 작성된 안내문을 보여주며.
-어떤 것이 편하세요? 일본어? 영어?
-둘 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계좌신청서의 복사본을 보여주며,
-작성된 서류를 센터에 보내서 여러 가지 확인을 해야 해서 바로 계좌 개설은 어렵습니다. 1주나 2주 안에 우편으로 통장과 카드가 발송이 될 것이고, 통장과 카드는 각각 발송이 되기 때문에 따로 도착을 할 수 있습니다.
2주 후에도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을 경우, 개설 신청 서류를 갖고 다시 한번 우체국에 방문해 주세요.
결국, 나는 45분을 기다린 후 2주라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우체국을 나서야 했다.
멀고도 험한 일본에서의 통장 만들기.
거절도 우편으로 된다는데... 설마.. 거절되지는 않겠지?
일본에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2주 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