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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Dec 07. 2022

4. 치즈케이크 첫 실패의 기억

누구에게나 첫 실패는 있고 그 기억은 화려한 성공보다 더 오래 남는 편이다. 나에게 있어 제과의 첫 실패는 바로 치즈케이크였다. 그렇게나 어렵냐고? 그건 절대 아니다. 구차하게 변명하자면 제과제빵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배운 품목이기도 했고 여러 명이서 함께 만들어야 하는 실기학원의 특성상 같은 반 사람들과의 사이도 어색했다. 그 결과가 소통의 부재를 만들어 재료를 계량하지 않고 반죽에 넣어버리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단지 1~2g 정도의 계량 실수가 아니라 아무도 중력분을 퍼오기만 하고 계량을 안 한 채로 그대로 반죽에 넣어버려서 정확히 얼마나 더 넣었는지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과정 하나를 할 때마다 우리는 이게 맞는지 다른 팀의 반죽을 미어캣처럼 관찰하다가 중력분을 넣은 순간부터 확연히 달라진 반죽의 상태로 인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천 짤주머니에 반죽을 담았을 때 주르륵 흐르는 반죽이 아닌 힘으로 눌러서 짜야하는 되직한 반죽이 되어버렸다. 우리 팀원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다 곤란한 표정으로 선생님에게 SOS를 청했지만 치즈케이크는 제과 품목 중에 낮은 온도로 가장 오래 굽는 품목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없어서 차마 다시 만들지는 못했다. 그래서 치즈케이크만 생각하면 아직까지 단전에서 올라오는 쓰라림이 있다. 게다가 이 치즈케이크 레시피를 맛본 사람들은 얼마나 맛있는 레시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다른 조 언니가 나눠준 성공한 치즈케이크를 한입 먹어보고 우리 팀원들은 육성으로 소리 내며 더 좌절했다. 비록 우리가 생각했던 동그랗고 커다란 치즈케이크가 아니라 손바닥만 한 미니미한 사이즈의 치즈케이크였지만 기대 이상으로 너무 맛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정말 열심히 꼼꼼히 만드는 거였는데.

그날의 치즈케이크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것을 계기로 같은 반 사람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고 치즈케이크의 순서는 나의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다. 치즈케이크는 복합법으로 크림법과 머랭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 달걀을 분리할 때는 최대한 깔끔하게 분리하는 것이 좋고 20개의 푸딩 컵에 균일하게 팬닝 해야 한다.

나처럼 실수하지만 않는다면 재료 계량은 쉽게 점수를 가져갈 수 있는 항목이다. 시험장에서는 빵을 만들기에 앞서 재료를 계량하는 것부터가 시험의 시작이다. 재료 개수에 따라 1분씩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재료대와 자리가 멀거나 허둥대면 괜스레 감점을 당할 수 있다. 그리고 종이로 계량을 할 때는 저울의 사양에 따라 1g이 오버될 수도 있어서 종이 계량 시에는 영점을 누르지 않고 1g을 더 많이 계량하는 것이 팁이다.

오랜만에 이 글을 쓰면서 치즈케이크와의 쓰라린 추억을 되새기며 우리가 흔히 아는 모양의 커다랗고 동그란 치즈케이크를 만들어 보았다. 비록 윗면이 갈라지는 형태로 나왔지만 두 번의 실패가 아닌 것만으로도 나는 굉장히 만족한다. 치즈케이크는 맛있지만 마음이 아프니 자주 안 만드는 걸로.

*치즈케이크를 굽는 중간에 팽창으로 인해 컵 높이보다 반죽이 많이 올라올 수 있다. 오븐을 잘 지켜보고 있다가 반죽이 오버되면 오븐 문을 살짝 열어서 넘치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