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8.

by 박성희

세상에는 다양한 가정의 형태가 있다. 한부모 가정, 혹은 양쪽 부모가 계시지 않는 가정, 다문화가정, 조부모 가정 등등. 그래도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다양한 가정의 형태를 인정하고 보이지 않는 차별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그게 당연하지 않았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많이 받았고 누구에게나 있는 아버지가 없다는 것이 나를 항상 주눅 들게 만들었다. 어쩌면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눈에 안 보이는 차별을 당하며 아이들이 죄책감을 가지고 움츠려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가정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고 당연한 것은 없으므로 우리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상처받는 아이가 내 아이가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세상의 모든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행복한 가정에서 살면 좋겠지만 어딘가 부족하다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기에. 인식이 바뀌어야 제도가 변하고 제도가 변해야 고지식한 법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내가 감히 그들에게 한마디 해 준다면 그냥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양쪽 부모가 다 계셔도 행복하지 않은 가정이 있을 수 있고 조금 다르다고 무조건 불행하다고 할 수 없다. 부모의 유무는 자식이 선택하거나 영향을 준 것이 전혀 아니므로 나를 탓할 필요는 당연히 없으며,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가정환경으로 인해 더 악화하거나 안 좋은 방향으로 간다는 보장도 절대 없으므로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속단하지 않고 그냥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어렸을 때는 나를 탓하고 힘들어하고 무너지고를 반복해 봤지만 그런 건 인생을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 스스로가 독이 되어 나를 자꾸 무너져 내리게 할 뿐이었다. 반면 작은 것 하나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냥 웃어버리면 나도 모르는 새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긴다. 나는 가족의 빈자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산증인이 되어주고 싶다.


한때는 나도 아버지가 돌아와 우리 가족이 평범한 가족이 되어 다시 행복하게 해달라고 많이 빌었다. 하지만 빈자리가 있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었고 빈자리가 없어도 불행할 수 있었다. 내가 오늘 하루 맛있는 커피 한잔, 친구의 따뜻한 한마디, 강아지의 귀여운 애교, 심지어 잠깐의 쨍한 날씨 때문에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찾아보면 행복할 일은 항상 내 주변에 넘쳐나고 있다.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일 뿐.


보통이라는 남들이 정해놓은 잣대에 나를 맞추지 말고 내가 기준을 정하면 되는 것이니까. 짧은 인생.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에도 너무 짧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 때문에 불행하게 하루를 낭비하지 말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