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새벽 5시에 쓴 일기를 모아 문집이 만들었다. 작가들은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르다. 나이는 40대 초반부터 60대 초반이다. 하는 일은 유치원 선생님, 사회복지사, 유통업, 디자이너, 학원 선생님 등등 모두 다르다. 사는 곳도 영암, 포항, 광주, 과천, 서울, 베이징 등으로 모두 다른 곳에서 살고 있다. 작가들은 카톡과 이프랜드, 줌과 구글미트 등 온라인에서 주로 소통했다.
일기는 매월 10일간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일기를 쓰거나 자유일기를 썼다.
열흘 중 이틀은 이프랜드나 줌(또는 구글미트)에서 만나 일기를 발표했다. 일기 쓰기 모임의 꽃이라고 할 수 일명 ‘일기 나눔’ 시간이다. 일기를 발표하는 시간이 아니라 일기 나눔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일기는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기를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것은 무척 꺼려지는 일이고 때로는 낯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선뜻 자신의 일기를 읽고 다른 사람과 공유를 했다.
일기를 발표하는 사람은 일기를 읽는 동안 자신의 글에서 어색한 부분을 발견하거나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발표하면서 글을 바로 잡거나 추후에라도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다듬었다. 자연스럽게 소리 내서 읽기와 고쳐쓰기,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배웠다.
일기를 듣는 사람은 상대방이 되어 생각이나 감정을 느끼고 삶을 살아보기도 했다.
일기 발표가 끝난 뒤에는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공감과 위로, 조언이나 응원의 말을 건넸다. 자연스러운 피드백의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의 일기를 주고받으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그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우울증이 해소되었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일기는 쓰지 않아도 '일기 나눔' 시간만큼은 기다려지고 기대된다고 한다.
일련의 이런 과정을 추억으로 간직한 <하나만> 문집이다.
문집은 일기 글이라서 글의 길이나 형식이 없다.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펜 가는 대로 정제하지 않고 쓴 글이 대부분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니다. 당시의 상황, 느낌과 감정, 생각을 그대로 담았다. 그래서 혹자에게는 서툴고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기에는 각자의 삶과 철학이 담겨있다. 필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소중하다.
문집을 읽을 때면 새벽 5시에 눈곱도 떼지 않고 일기장 앞에 앉았던 일이 생각나고, 휴대폰과 노트북 앞에서 졸린 눈을 비비고 있다가 울고 웃던 모습도 떠오른다. 당시 일기를 나누었던 분위기와 느낌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하나만> 문집은 '일기는 오직 혼자만 보는 것'이라는 상식을 깨고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의 내밀한 역사로만 남을 일기가 책이 되어 회원들 두 손에 남게 되었다.
이번 문집은 남의 손을 거치지 않고 만들었다. 글을 쓰고 고치고, 표지와 내지 디자인, 인쇄 등을 작가들이 손수 했다(아참! 마지막 내지 편집은 도움을 받았네요 ㅎㅎ).
문집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문집을 만들어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리더였던 나도 책 한 권을 출간했을 뿐 출판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지 못했다. 겁 없이 문집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처음 일기를 쓴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선뜻 문집을 만들자고 동의했다. 각자 일기를 쓰고 쓴 글을 다듬고, 글을 모으고, 편집을 했다.
표지 디자인은 회원 중 한 명이 맡아서 진행했다.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었지만 책 디자인은 처음이었다. 디자인에 대해서 일도 모르는 다른 회원들은 디자인의 디테일의 차이를 모르니 도움을 주기도 어려웠다.
문집을 인쇄소에 등록할 때도 어려움이 많았다. 인쇄방식을 선정하고 종이를 고르는 일에 경험이 없다 보니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서로 물어서 알아가고, 또 인터넷을 찾아보고 지인 찬스를 이용하여 배워가며 만들었다. 가인쇄 한 책이 나왔지만 원하던 품질과 달랐다. 인쇄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출간 시간이 늦춰졌다.
예정된 문집 출간 기념 파티를 미룰 수 없어서 가인쇄 책을 가지고 진행했다.
출간 파티에서는 우리가 문집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하고 행복했다. 문집을 받아 든 순간만큼은 모두가 멋진 작가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모두가 자기 이름의 책을 가진 작가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문집을 만드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전국구 모임에서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1년 전에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코로나에서 자유로운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또 각자의 일기장에는 어떤 글이 쓰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