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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절대 따라 하지 말 것!

읽었으면 써라. 서평

by 하민영


그림을 그리고 호메로스의 작품을 즐겨 읽는 주인공 베르테르는 풍부한 감성과 정열이 많은 성격의 소유자다. 고향을 떠나 발하임으로 옮겨 살게 된 베르테르는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로테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베르테르와 로테는 공감하는 점이 많은 좋은 사이가 된다. 그러나 로테에게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열정적으로 사랑하지만 로테의 사랑을 바라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는 로테 곁을 떠나 공사의 비서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공사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고 공사 일도 마음에 들지 않아 사직서를 낸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베르테르는 로테를 다시 찾게 되고 로테의 남편이 된 알베르트에 대해 심한 질투심이 커져간다. 알베르트는 베르테르가 로테를 다시 찾아온 것을 불편해하고, 로테도 베르트르의 열정을 알고 멀리하기에 이른다. 베르테르는 자신 안에 로테에 대한 사랑이 넘치고 죽음만이 그의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알베르트의 총을 빌려서 자살한다.


1774년 괴테(23세)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베르트를 모방한 자살이 많아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베르테르 효과’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유명인이나 정치인을 모방한 자살을 일컫는 말이다.

소설은 전반부는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서간체)이고 후반부는 편집자가 편지와 지인의 이야기를 엮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 본 소설은 괴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책이 명작인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너무나 흔한 스토리의 사랑이야기와 비극적인 결말이다. 그런데 1774년으로 돌아간다면 달라진다. 당시까지만 해도 소설 속 주인공은 신이나 왕, 귀족이었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평범한 청년이다. 더구나 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다룬 소설은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당시 많은 청년들이 주인공 베르테르에 감성과 열정에 깊이 공감할 만하다. 베르테르의 로테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은 목숨을 바칠 만큼 위대한 것으로 여겨진다.




소설에서 베르테르와 알베르트가 자살에 대해 논하는 장면이 대조적인데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다.

알베르트는 자살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을 만큼 어리석을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기만 하면 나는 아주 불쾌해요.”

알베르트는 자살을 나약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살이란 결국 나약함 때문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괴로움에 가득 찬 삶을 꿋꿋하게 참고 견디어나가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더 쉬우니까요.”


베르테르는 알베르트 같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절도가 죄악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 그렇지만 자신과 자기 가족을 눈앞에 닥친 굶주림으로부터 구출하기 위해서 도둑질을 한 경우에는 그를 동정해야 할까요? 아니면 처벌해야 할까요? 부정한 아내와 그 비열한 유혹자인 정부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들을 처단해 버린 남편이나, 또는 환희의 순간에 억제할 수 없는 사랑의 기쁨에 몰입해 버린 처녀에 대해서 그 누가 맨 처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베르테르는 자살하는 사람을 폭군의 참을 수 없는 압정하에 신음하는 국민의 궐기, 자기 집에 불이 났을 때 무거운 짐을 쉽게 날라내는 사람, 모욕당하자 여섯 명을 상대로 이긴 사람의 노력에 비유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어요. 기쁨, 슬픔, 괴로움 등 희로애락의 감정을 참는데도 한도가 있는 법이고, 그 한도를 넘으면 당장에 파멸하고 말아요. 따라서 이런 경우 어떤 사람이 강하다 약하다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일이건 육체적인 일이건 간에 자기의 고통의 한도를 견디어낼 수 있는가 없는가가 문제지요. 따라서 나는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을 비겁하다고 부르는 것은 마치 악성 열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을 겁쟁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베르테르는 자살은 정신적 고통의 한도를 견디어 낼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베르트르는 감성적이고 정열적인 성격이지만 알베르트는 착실하고 부지런하며, 평판 좋은 이성적인 사람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둘의 성격을 비교하며 읽는 것도 재밌다. 로테에 대한 사랑을 적극 표현하고 정열적인 사랑을 하는 베르테르와 이성을 잃지 않는 적당한 표현을 하는 알베르트의 사랑이 진짜 사랑인지도 생각해 보면 좋다.

독자로서 배우자가 있는 로테를 사랑하는 베르테르를 이해할 수 있는지? 로테에 대한 사랑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깊은 우울감에 빠지고, 깊은 열정으로 병들어가는 베르테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고 사랑을 시작했는데 그 끝은 어떻게 되는지? 이미 결혼한 여자에게 사랑을 구하고 키스를 하고 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베르테르의 감정에 깊이 빠져 보는 것도 좋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베르테르는 요즘 말로 불륜이고 스토커로 법적 처벌을 피해 갈 수 없다. 지나치게 현실적이라고 해도 현실은 현실이다.)




이 책을 읽을 때 주의 할 점이 있다. 심심 미약한 사람은 절대 읽지 않아야 한다. 베르테르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과의 사랑을 꿈꾸고 있는 사람도 절대 금서다. 독자는 베르테르를 절대 따라 해서는 안된다.

괴테는 '인간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다투고 싸울 때 갖가지 힘의 미궁속에서 빠져 나갈 길을 찾지 못하면 죽는 길 밖에 도리가 없다'며 베르테르의 자살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는지 모르지만, 정작 자신은 장수(83세)를 누렸다.

어쩌면 괴테는 베르테르가 알베르트를 비판하면서 했던 말을 우리에게 더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건 극히 자의적인 해석이다. 독자들이 더 생각했으면 하는 필자의 생각이다. 안타까움에 독자들에게 던지는 필자의 마음이다.)

"어리석은 여자야! 좀 기다렸다면, 시간이 흘러서 때가 오면 절망도 가라앉을 것이고 반드시 다른 남자가 나타나서 위로해 주었을 텐데.", "열병을 앓고 죽다니 참 어리석은 놈이야. 체력이 회복되고 원기가 좀 생겨서 혈액의 혼란이 가라앉을 때까지만 기다려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는 1일 평균 37.8명(2019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살에 대한 입장이 어떠하든 절대 죽지 말자.

우울하거나 자살 충동이 느껴진다면 무조건 도움을 요청하자. 누구든 가리지 말고 도와달라고 말하자.

시간의 마법도 사용하자. 시간의 마법을 이용한다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란 없다.

제발 살아남자. 살다 보면 잊히고 새로운 일도 생기고 새로운 방법도 있기 마련이다. 반드시 길은 있고 또 새로운 길이 열린다. 어쨌든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오랫만에 서평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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