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그리고, 타이베이』 책을 만난 것은 작은 도서관에서다. ‘그림으로 떠나는 대만 여행’ 이름이 붙여진 작가와의 만남에서였다. 여행하며 글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던 차에 여행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명희 작가는 이메이(@2me2)라는 필명으로 펜 드로잉과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어반스케치(현장에서 보고 바로 그리는 그림) 하며 기록하고 소중한 순간을 그림으로 담아낸다. 일러스트레이터이며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작가와의 만남이 있는 강의실 책상에는 밀크티와 얼음이 담긴 컵, 누가크래커가 놓여있었다. 사람이란 먹을 것에 약하다. 먹을 것은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여행작가를 만나는데 밀크티와 과자를 먹을 수 있다니... 이런 작가와의 만남은 백번이라도 가고 싶다. 강의실 한 켠에는 작가의 책과 그림 엽서가 있었다. 작은 인형과 의자, 소품 등은 도서관 사서님의 솜씨려나? 소박하고 아기자기하며 섬세한 누군가의 손길. 작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작가와의 만남은 사서님의 손길도 느낄 수 있어서 잔잔한 감동이 있다.
작가님은 어반스케치를 하기 위해서 지인들과 함께 한 타이베이 여행을 소개했다.
타이베이에서 가볼 만한 곳, 숙소로 적합한 곳,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일, 여행의 즐거움과 보고 느낀점, 맛집과 주전부리 등을 소개했다.
사진과 그림을 비교하면서 강의를 했는데 사진과 그림은 느낌이 달랐다. 같은 장소에서 그린 동료들의 그림도 보여줬는데 작가님이 그린 그림과는 달랐다. 같은 장소 다른 느낌이었다. 사람마다 보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어반스케치를 하며 떠나는 여행에서는 작고 간단한 도구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드로잉 펜과 미술 도구, 물붓, 작은 스케치북, 고체형물감 등을 사진으로 보여줬다. 미술도구가 크면 여행에 방해가 될 터이니 휴대가 편한 것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강연을 듣는 중에 나도 메모장에 군데군데 스케치를 했다. 은근히 재미가 있었다. 그림과 여행의 조합을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상상만으로도 신선하고 설렜다.
“그림 그릴 때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된다. 편하고 즐겁게 그리면 된다.”
작가님의 그림에 대한 생각처럼 언젠가 나도 편하고 즐겁게 그림도 그리고 여행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밀크티와 누가크래커 먹으며 작가와의 만남을
작가와의 만남 후에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작가와의 만남 뒤 책과의 만남은 밀크티에 녹아내리고 누가크래커의 고소함을 더한 시간이었다. 책에는 작가님이 강의 중에 소개해 주었던 장소가 그림으로 담겨 있었다. 사진 대신 그림을 보며 떠나는 타이베이 여행은 또다른 느낌이었다.
쓰린 야시장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다는 소시지는 타이베이 여행을 한다면 꼭 먹어봐야징. 음식과 간식거리 드로잉은 보는 재미가 꽤 있다. 훠궈, 국수, 밀크티, 크래커, 두부튀김 등등 주전부리가 웃으면서 타이베이 여행 와보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훠궈와 마라는 매워서 별로 안 좋아하지만 여행 갔으니 도전! 딤섬은 망땅 묵어야징. 여행의 즐거움 중 먹는 즐거움이 한 즐거움하지. 왕자면은 어찌나 환하게 웃고 있는지 먹기 아까울 것 같다. 비오는 날 아침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참깨국수는 어떤 맛일까.
타이베이 밤의 골목 어딘가에서 만나는 야경, 우리나라 명동을 닮은 골목 골목 아름다운 시멘딩, 만취역과 중산역, 시먼딩 도시의 골목 풍경 등은 소박하지만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정감있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따뜻하다. 101빌딩이 보이는 스타벅스(지금은 없어진)에서 가족들 뒷모습, 타임캡슐에서 동료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 화방에서 물건을 고르는 모습,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작가의 고운 시선이 그림속에 묻어난다
비가 오는 거리, 공원과 시장풍경, 서울과 닮은 타이베이 고가도로와 자동차, 집 앞이나 공원에 주차되어 있는 수많은 오토바이, 거리를 걷는 우산 쓴 사람들, 백팩을 맨 사람들, 맛집에서 우산을 쓰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등등 사람들의 뒷모습조차 어여쁘다.
타이베이의 명소도 빼놓지 않았다. 여행에서 골목도 좋지만 핫플레이스는 가봐야지.
타이베이 101빌딩(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빌딩)에서는 불꽃놀이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고,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용산사에서는 소원을 빌고 발디딜틈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절의 모습을 담아오고 싶다. 예기치 않은 이벤트처럼 솽롄 시장 안에 있는 원창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오래된 군인마을을 보존해 놓은 쓰쓰난춘을 보고,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 화산 1914 복합 문화공간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타이베이 책을 한권 사야겠다. 8각형 별모양의 서문홍루(팔각극장)에서는 굿즈를 사고 차를 마시면 좋겠다.
국립중정기념당(장제쓰)의 많은 기와를 그리는 것은 부담스러웠다는 작가님은 중정기념관 밖에서 드로잉했단다. 작가님은 부담을 갖고 그렸다는데 여백이 있고 시원하게 트인 공원과 기념관이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었다. 비오는 공원의 모습이 평화롭다. 작가님, 이 그림 좋은데요. 여기서 안 그렸으면 어쩔뻔.
타이베이(5박 6일) 어반스케치 여행 동안 거의 매일 비가 왔다고 한다. 비가 오는 12월 여행은 춥고 불편하고 어쭙잖을 것 같은데 그림 속 풍경은 미소가 지어질만큼 밝고 온화했다.
아! 그림 속에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그림 속에 미소가 묻어나는 사랑스러운 책
책을 읽으니 생각해 보지 못한 타이베이에 여행가고 싶어졌다.
작가가 느꼈을 감성도 좋고 나만의 감성으로 새롭게 만나도 괜찮을 것 같다. 작가님처럼 나만 아는 나만의 장소 하나쯤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타이베이 여행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골목길을 헤매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끼를 만날지도 모른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발길 닿는 대로 가도 될 것 같다.
“누구나 꼭 가야 하는 핫한 장소가 아니라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걷는 여행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했던 작가님 말처럼 무작정 떠나도 좋을 여행일 것 같다.
그래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면 책 속에서 소개해 준 앨리스와 고양이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상기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