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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Jul 01. 2023

#덕분에 수국

수국 앞에서

  

비 오는 아침 출근길 ‘정미네 꽃 백화점’ 앞 화분에 수국이 활짝 피었다. 비를 머금은 꽃과 이파리가 싱그럽다.

6월 중순 경 하나둘 피기 시작하더니 이제 화분 가득하다. 처음엔 연두색으로 피어 흰색을 띠는 것 같더니 어느새 연분홍색 수국이 되었다. 6월 말쯤 되니 연분홍색 수국 일부는 꽃잎이 갈색이 되어가며 시든 꽃도 생겼다.  그래도 아직도 여전히 풍성한 수국이 아름답다.


수국은 흰색, 연분홍색, 연보라색, 연파랑색이 있다. 수국의 토양에 첨가제를 넣어 흰색이 다양한 색깔 꽃이 된다고 한다. 수국은 손톱 만 한 꽃잎 4~5장이 하나의 꽃이 된다. 하나의 꽃이 여러 개(족히 100개는 되어 보인다) 모여 한 송이의 꽃이 된다. 꽃송이의 크기는 10~15cm 정도인데 주먹 만 한 꽃도 있고, 어른 두 손을 모아 펼쳤을 때의 크기도 있다. 수국 한 송이가 어찌나 수북하고 소담스러운지 무더위에 지친 마음을 한 방에 날릴 수 있을 정도다.      


수국 화분은 자그마한 경우가 많은데, ‘정미네 꽃집’ 앞 수국은 어른 키만 하다. 꽃집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10년 정도 키웠다고 한다. 출근길 꽃집 앞에 항상 멈추게 된다. 수국 앞에 서면 출근길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마음까지 밝아진다. 매번 보아도 탄성이 절로 난다. 상가 앞에 꽃을 놓아주신 꽃집 사장님께 항상 고마운데 마음을 전하지는 못했다.

   

항상 수국 앞에 발걸음을 멈추는 것은 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선별진료소 생각이 나서 이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날 방호복으로 온몸을 꽁꽁 싸고 일하던 날, 온몸이 물에 젖은 것처럼 땀에 축축하게 젖던 날,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엽서와 수국이 날아들었다. 너무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수국은 고단함이 일상이었던 때에 큰 위로가 되었다.   

  

선별진료소에 꽃이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방호복속에 꽁꽁 쌓인 의료진이 꽃을 어떻게 받을지 난감했다. 방호복과 꽃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바이러스가 가득한 곳에 아름다운 꽃을 받으라고 하니 왠지 너무 멋쩍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다양한 선물을 받아보았지만, 선별진료소에 꽃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졸업식과 입학식,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꽃 수요가 줄었고, 그로 인해 화훼 농가가 힘들다는 기사를 봤던 것을 기억해 냈다. 판로가 막힌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이었던 ‘플라워버킷 챌린지’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얼떨결에 받아 든 것은 보라, 분홍, 파란 수국 한 아름과 캘리그래피가 그려진 엽서였다. 엽서에는 ‘○○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애쓰시는 보건소와 선별진료소 의료진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선별진료소 안으로 날아든 꽃과 엽서는 수줍은 듯 소독 걸레와 소독약이 담긴 통 옆에  자리를 잡았다.        

                                                                   

                                                           -간호사, 무드셀라 증후군처럼 중에서-



수국은 누군가의 작은 응원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닫게 해 줬다. 수국은 #덕분에 를 알게 한 꽃이다. 따로 또 같이 하나의 꽃이 어우러져 커다란 꽃무더기가 되는 수국처럼.  

선별진료소에서 일할 때 받았던 ‘#의료진덕분입니다’ 국민의 응원을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되돌려주고 싶다.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그리고 늘 가까이에 있어서 잊고 살아가는 본들께도 전다.

#덕분입니다 #당신덕분입니다 #부모님덕분입니다 #친구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수국에 대한 정보>   자료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학명 : Hydrangea macrophylla

수국 색 : 하얀 분홍 보라 파랑

수국 개화시기 : 6~7월

수국 꽃 크기 : 10~15cm

수국 재배법 : 반음지 식물로 비옥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람

수국 원산지 : 일본에서 개발되어 서양으로 넘어감.

수국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히말라야, 아메리카 등

향토 수국 : 산수국, 탐라수국

수국 약제 : 꽃, 잎, 뿌리 모두 약제로 쓰인다. 해열제, 강심제로 사용. 일본에서는 당뇨환자에게 차로 활용

수국 꽃말(흰색) : 진심, 변덕, 처녀의 꿈  

수국 꽃말에 대한 부연 : 수국은 조금만 건조해져도 말라버린다. 하지만 물속에 담가두면 금방 살아난다. 수국이 '나를 봐 달라'고 잠시 변덕을 부린 것이다. 변덕이 심한 수국은 원거리 연애를 하는 사람을 닮았다. 변덕과 변심을 극복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 결혼에 골인하는 사람들을 닮은 수국. 수국 부케를 들고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미네 꽃 백화점 앞 수국
수국에 반하고 반하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당신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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