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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Mar 23. 2024

너의 시작을 응원해

봄을 선물하다

퇴근길 하늘은 흐리고 바람이 차다. 춘분이 가까이 왔건만 겨울 외투에 목도리까지 걸쳤다. 옷깃을 잔뜩 여미고 바쁜 걸음을 옮긴다. 지하철역 근처에 못 보던 노점상이 있다. 손수레에 프리지어(후리지아) 꽃을 팔고 있다.


‘3월이라지만 날씨가 꽤 추운데 어찌 꽃을 팔꼬?’

검은 매직으로 갈색 종이 박스에  어딘지 볼품없이 『후리지아 5,000원』이라고 쓰여있다.

‘오랜만에 꽃을 사볼까?’     


찬바람을 슬며시 밀며 봄바람이 살랑 불어오면 노란 프리지어 꽃이 거리로 나온다.

 프리지어는 가을(9월)에 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다. 구근식물인 프리지어는 생육일이 60여 일 정도로 짧고 촉성(재촉하여 빨리 피게 함)이 가능하며 재배가 용이하다. 꽃눈은 13도 정도에서 분화하고 꽃눈 발달 18도 정도에서 된다. 25도 이상 고온 상태에서는 개화가 지연되거나 꽃이 기형이 된다. 고온 상태에서는 휴면에 들어간다.      


프리지어는 추운 겨울 하우스 정원에서 보낸다. 1~2월 추위에는 알맞게 온도를 맞춘 농부의 바쁜 손길을 받고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늦은 겨울과 이른 봄, 찬바람이 남아 있으나 봄볕은 따사로울 때쯤에 사람들에게 선보인다. 알싸한 찬바람이 남아 있는 이른 봄에 노란 꽃을 집으로 들이면 집안이 화사해진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미 봄을 향해 달려간다.      


프리지어 한 단에 5,000원 한다는 말에 오랜만에 꽃을 샀다. 오천 원짜리는 단이 너무 작아서 만 원짜리를 샀다. 추위에 손이 시리다 하면서도 꽃을 든 마음은 밝고 화사하다.


생각해 보니 이른 봄이면 노란 프리지어를 자주 샀었다. 프리지어, 수선화 등 노란 봄꽃을 집에 들이곤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꽃을 사지 않았다. 동향집으로 이사 오면서 화분이 오래가지 못했다. 화분 대신 꽃을 사면 되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었나 보다. 꽃보다는 화분을 더 좋아하기도 하지만 꽃값이 너무 비쌌고 일찍 시들어 버리는 꽃이 아까운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는 추운 날씨에 떨고 있는 노점상 아저씨가 안쓰럽기도 하고, 거리에서 꽃 파는 노점상이 흔치 않은 지역이다 보니 반갑기도 했다. 싼 가격도 눈길을 끌었다.


꽃을 사며 돌아설 때는 며칠 후 유학을 떠나는 딸에게 ‘봄을 선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 톡방에 딸에게 봄 선물을 하고 싶어서 꽃을 샀다고 하니 딸이 고맙다고 하트를 날린다.

남편은 꽃말을 찾아서 올렸다. 프리지어 꽃말은『청순, 자기 자랑, 청함, 당신의 앞날』이라는 의미를 가진단다. 꽃말에 따르면 프리지어는 『당신의 시작을 응원해』라고 한단다. 딸의 시작을 응원하는 엄마가 센스가 있다며 남편이 나를 칭찬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나는 꽃말을 찾아준 남편에게 ‘아빠도 센스쟁이’라며 톡을 남겼다.


의미를 모르고 샀는데 알고 나니 프리지어가 더 좋아진다. 이른 봄철에 프리지어가 많은 이유는 꽃의 생육 과정에 있겠지만 어쩌면 꽃말 때문인 것만 같다.

오랜만에 꽃을 든 손에 봄이 한가득이라 기분이 좋다.   달콤한 향이 마음까지 편안하게 한다.

꽃 한 단으로 봄을 선물하고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의미까지 담았다. 꽃으로 희망을 노래했다.





#라라크루 #하나만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엄마에세이

#간호사무드셀라증후군처럼_간호사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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