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
유아기 기억은 많지 않아서 후루룩 써지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추억은 어떻게 써야 할지 막연해진다. 기억들이 산발적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어려움이 있다. 초등학교 추억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기록한다면 조금 쉽게 쓸 수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자서전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생각나는 대로 빠르게 기록한다.
자서전 쓰기 두 번째 '초등학교 회상하기'는 유아기때와 달리 떠오르는 이야기가 많다. 학교 모습과 학교 생활, 입학식과 졸업식, 친구들과 선생님, 친구들과 놀이, 고향산천, 형제와 부모님 등 다양한 추억이 있다.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한꺼번에 후다닥 쓰는 것이 좋다. 글이 되는지 안되는지 상관하지 많고 생각나는 대로 무조건 다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쓴다. 어린 시절 온갖 잡다한 일들이 많이 떠오를수록 좋은 일이라 여기며 기록한다. 떠오르는 모든 것을 기록하겠다는 마음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어린 시절 추억이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대로 쓰면 된다.
둘째, 시간을 잘게 나누어서 기록한다.
초등학교 일이 학년, 삼사학년, 오륙 학년 나누어서 기록한다. 시간을 잘게 나누어서 기록하면 더 많은 추억이 떠오른다. 처음부터 무작정 쓰려고 하며 막막한데 시간을 작게 나누어서 쓰면 그 시기에 맞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저학년 때는 적게 떠오르고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더 많은 일이 떠오른다. 어쩌면 작고 사소한 사건들이 끝도 없이 떠오르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시간대별로 나누어 쓰면 당시의 시대적 배경도 떠오른다. 가을에는 땔감을 하러 산에 가고, 번개탄을 피우도 교실, 농번기에 모내기를 하고 벼베기와 타작하는 모습 등 현재와는 많이 달라진 시대 상황을 기록할 수 있다.
셋째, 주제별로 나누어서 기록하는 것도 좋다.
시간대별로 다 담아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첫 사진에 대한 추억, 부모님께 혼났던 일과 칭찬받았던 일, 친구들과 다툼, 형제자매와 관계, 선생님에 대한 추억, 놀이와 간식거리, 학교와 고향 산천 모습, 어릴 때 꿈, 공부와 상장, 숙제와 벌 등 주제별로 나누어 보면 순식간에 몇 페이지가 쓰인다. 주제별로 나누어 쓰다 보면 사건에 대한 감정과 느낌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건을 통해서 어떻게 성장하고 변해가는지도 볼 수가 있다. 지금과 사뭇 달라진 모습을 가능하면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이 좋다. 단순한 추억을 더듬기가 아니라 40여 년 전 생활상이 드러나는 좋은 사료로 남길 수도 있으니 자세하게 기록을 한다.
넷째, 며칠간 시간을 두고 자세하게 기록한다.
글이란 단숨에 쓰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서전을 쓸 때는 하루나 이틀 동안 빠르게 기록한 다음에는 여유를 갖고 추가할 내용을 계속 써 나는 것이 좋다. 장맛은 푹 익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듯, 글이란 것도 오래 두고두고 다시 보면 볼수록 깊은 맛이 난다. 자서전이란 기억을 더듬이 기록하는 것이므로 한꺼번에 다 기록할 수 없다. 따라서 생각날 때마다 추가하여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다. 처음 쓸 때는 생각나지 않는 일들이 일상생활하다 보면 불쑥불쑥 꽤 많은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어머니에게 혼나서 혼자 울다 바라본 샛별, 친구들과 놀았던 동네 담벼락, 나이 먹기와 술래잡기 등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감나무 밭 묘지, 학교 뒤 화장실 옆 느티나무, 뒷산 반공호에서 달고나를 만들다 태워버린 양은 냄비, 나만 알고 있는 그때의 감정이나 생각 등.
다섯째, 사진은 추억을 되돌리기에 좋은 자료다.
단순하게 기억에 의존하기보다 사진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더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필자에게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얼굴도 알아볼 수 없도록 멀리서 찍은 컬러 사진, 어머니와 둘이 찍은 사진, 오빠 둘과 어머니 사진, 동네 언니 오빠 동생들과 찍은 사진, 초등학교 졸업사진 등 많지 않은 몇 컷의 사진이 훌륭한 자료가 되었다. 많은 사진이 있다면 기억을 떠올리기에 더없이 좋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사진은 당시의 분위기, 느낌, 모습까지도 생생하게 담고 있어서 자서전 쓰기에 더없이 좋은 자료다. 가족 중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진이 있는지 알아보고 찾아서 자서전 쓰기에 활용해 보자.
여섯째, 고향과 모교에 방문하거나 친구들과 이야기 나눈다.
필자는 고향에 일 년에 두세 번 이상 방문하고, 초등학교 동창회도 일 년에 한 번씩 한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추억을 많이 갖고 있다. 고향을 떠나 온 사람이라면 고향에 다시 방문해 보자.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어린 시절 그 장소에 가면 과거에 일들이 더 많이 떠오를 것이다. 초등학교에도 방문해 보자. 초등학교가 사라져 모습이 바뀌었다고 해도 어린 시절 지냈던 그곳에 가보면 과거에 일들이 그대로 떠오를 것이다.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과거 까까머리 아이들과 똑 단발머리 아이들도 생각날 것이다. 초등학교 친구를 만날 수 있다면 친구들도 만나보자. 친구는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들어본다면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오래된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보면 강준상(배용준)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정유진(최지우)과 고향을 찾아가면서 기억을 되찾는 장면이 나온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의 기억을 되찾아주는 회상법으로 과거의 장소에 가는 것과 사람을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치료법이다.
일곱째, 당시 시대상황을 엿볼 수 있는 책을 찾아보자.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는 당시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는 역사책으로 좋은 참고가 된다. 우리와 비슷한 시대를 산 유시민 작가가 썼는데 같은 시대를 살아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고 우리가 모르는 내용을 알려주기도 한다. 작가가 기억하는 60~70년대와 자신이 기억하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다. 비슷한 배경은 배경대로 재미가 있고 다른 부분은 다른대로 재밌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고 객관적 자료도 풍부하니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책을 읽고 난 후 자신이 태어난 해 시대적 배경과 초등학교 시절에 해당하는 주요 시대 사건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 보는 것도 좋다.
여덟째, 함께 글쓰기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자서전을 함께 쓰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 교환하여 글을 읽어보자. 자신은 미처 기록하지 못한 내용을 회원들의 자서전에서 발견하여 기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른 곳에서 살았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을 알게 되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다. 필자가 올린 글을 보고 회원 중 한 분이 모내기철에 모줄을 잡아주곤 했다는 이야기에 본인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했다. 이렇듯 자신이 살아온 삶이 나만 경험한 일 같지만 시대를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삶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여 기록하다 보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진 시대상황이 있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영화나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들이 각자의 기억 속에 박혀있다. 젊었던 부모님, 늘 시간을 같이 보냈던 형제와 자매, 작고 여리고 어린 친구들, 어렵기만 했던 선생님 등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 시절 뛰어놀았던 장소와 즐거웠던 놀이도 있다. 학교, 고향, 들판, 냇가, 저수지, 산, 운동장, 교실 등도 추억 속에 그 모습 그대로 묵묵히 서있다. 어린 시절 그 안에서 웃고 떠들고 또 때로는 울고 화나는 모습으로 자신이 서있다. 자서전을 쓰면서 각각의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들여다보게 된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모조리 남긴다는 마음으로 기록하다 보면 풍성한 자서전이 될 것이다. 아직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고 지금은 그저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마음속에 그때 그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 보듬어 안아주고 위로해 주고, 좋은 추억은 아름답게 간직하면 된다. 머릿속에만 맴돌고 막연하게 마음속에만 있던 이야기들이 기록으로 남겨지는 일은 새로운 경험이 된다.
#하나만 #라라크루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엄마에세이
#간호사무드셀라증후군처럼_간호사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