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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나이 서른에 우린

자서전 함께 쓰기 프로젝트

by 하민영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 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진 않을까


우리들의 노래와 우리들의 숨결이

나이 서른 엔 어떤 뜻을 지닐까

저 거친 들녘에 피어난 고운 나리꽃의 향기를

나이 서른에 우린 기억할 수 있을까


우리들의 만남과 우리들의 약속이

나이 서른 엔 어떤 뜻을 지닐까

빈 가슴마다 울려나던 참된 그리움의 북소리를

나이 서른에 우린 들을 수 있을까


- 백창우 작사. 곡/ 노래마을 1986년-



이십 대에 '나이 서른에 우린' 노래를 부를 때는 삼십 대가 멀게만 느껴졌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삼십 대에도 이십 대의 열정과 희망과 사랑이 식지 않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이십 대의 염원이 무색하게 삼십 대에는 이십 대와는 다른 곳에 서게 되었다. (이 노래를 쉰, 예순으로 바꾸어 부르고 보니 노랫말이 예쁘고 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어서 이십 대 감성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 운동권의 지형은 급속하게 변화하였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철학과 사상에 대한 비판의식은 커졌다. 조직적으로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했던 시절은 가고, 조직만 믿고 따르면 삶이 이루어질 것 같은 시기는 지났다. 운동권 조직은 바닷가 모래처럼 빠르게 흩어졌다. 각자의 생활 속으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디든 찾아 나섰다. 그녀는 이 년간 노동조합 상근을 마치고 병동으로 복귀했다. 돌아갈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병동으로 돌아가니 선배들보다 후배들이 더 많아졌다. 신경외과와 구강외과 병동이었는데 수선생님과 책임선생님 이하 병동식구들이 화합이 잘되고 분위기가 좋았다.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라고 어디를 가나 이상한 사람은 한두 명 있기 마련인지라 분위기 좋은 병동에도 이상한 사람은 있었다. 그래도 서로가 아껴주고 위해주며 일했다. 직장생활에서 리더가 중요하듯 병동에서 일할 때는 어떤 수선생님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수선생님은 후배 간호사들이 믿고 따를 만큼 현명했고 업무능력도 뛰어나서 배울 점이 많았다. 수선생님은 음식솜씨도 좋아서 병동모임 후에는 수선생님 댁에 가서 한상차림을 받아먹기도 했다. 의사들과 관계도 서로 존중하는 편이었고, 소통도 잘 되었다. 연말에는 병동환자를 위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새로 시작한 병동 생활은 무엇을 해도 즐거웠다.




인연이라고 부르리라


그녀는 연애를 해보지 않았다. 대학 때 미팅 네 번, 졸업 후 소개팅 세 번을 했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다. 어느 날 대학 선배이자 병원 선배인 혜경 언니가 소개팅할 거냐고 물었다. 남자라면 누구든 만나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당장 날을 잡았다. 결혼의 요소는 마음, 남자, 시간에 더해서 약간의 돈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다.


2000년 8월 15일 광복절 전날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전주 코아백화점 근처 토마토 레스토랑에서 소개팅을 했다. 혜경언니 시동생이었는데 말이 별로 없다면서 맛있는 것 사달라고 하라고 했다. 약속장소에 거의 도착할 즈음 10여 미터 전에서 하얀 와이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은 키 작은 남자가 토마토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 남자는 아니겠지.' 했는데 자리에 앉고 보니 그 남자였다. 그는 얼굴이 작고 깔끔하고 고운 이미지였다. 손도 고와서 그녀 손보다 작아 보였다. 말이 없는 편이라고 했는데 그는 말을 잘했다. 둘이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한두 시간이 훅 지났다. 데이 근무를 하고 만났던지라 그녀는 배가 고팠다. "혜경언니가 맛있는 것 사달라고 하라고 했는데..."라고 말하니 그 남자의 얼굴이 빨개졌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시켜 먹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다 보니 밤 열 시가 거의 다 되어 헤어졌다. 다음날 싱가포르 여행을 간다고 하니 서울에서 무슨 관람을 보라고 티켓을 주었다. 전시회 관람은 보지 못했다. 싱가포르 여행 중에 그 남자에게 줄 선물을 살지 말지 고민했다. '얼마나 더 만날라고?' 하는 생각이었는데 생일이 돌아온다고 해서 머라이언상을 선물로 샀다.


두 번째 만남은 중앙동 한옥마을 근처에서 만났다. 비가 왔는데 길안 쪽으로 그녀를 두고 어깨를 감싸며 우산을 받쳐주었다. 세 번째 만남은 모악산에 갔다. 그녀가 산을 더 잘 올랐는데 그래도 오르막길에서는 그 남자가 앞서서 손을 잡아주었다.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이루어졌다. 그 남자의 손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녀는 소개팅을 하면 세 번은 만나려고 생각했다. 첫 만남이 별로여도 세 번은 만나고, 세 번을 만났는데 서로 마음이 없다면 그만 만나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네 번째 만남에서 그 남자에게 물었다. "앞으로도 계속 만날 생각이 있느냐?" 그녀가 결혼하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 남자는 당황하며 얼굴이 빨개졌다.

나중에 들으니 첫 만남에서 밥을 사달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계속 만날 거냐고 물어본 것도 자신이 생각해 본 적 없는 경우였다고 한다. 그녀가 당차 보였다고 한다.


그녀는 첫 만남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남자 세 번은 만나겠구나' 생각했다. 두 번째 만남 후에는 '앞으로 계속 만나겠구나' 생각했고, 세 번째 만남 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결혼을 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눈이 펑펑 내리는 하얀 겨울에 그 남자와 만난 지 오 개월 만에 결혼했다.



사랑을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해


사람은 살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는 부모 형제를 잘 만나야 하고, 커서는 친구를 잘 만나야 하며 성인이 되어서는 배우자를 잘 만나야 한다. 사람의 이성관은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요즘은 동성애자도 많고, 비혼주의자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사랑은 우리 삶의 주요한 사건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 혹은 동반자를 만남에 있어서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은 도서 *<딸아, 행복은 여기에 있단다> 내용을 소개해 본다.


이십대에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어.

“너는 착한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더 좋아?”

“능력 있는 사람이 좋아.”

엄마는 답했지. 친구는 착한 사람이 좋다고 말하더라. 결혼할 나이가 되었을 때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 좋은 배우자라고 생각했단다. 아마도 내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 아버지는 마음이 착해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판을 받았지만, 경제적 능력은 부족하신 분이었거든. 덕분에 어머니의 삶은 늘 힘들고 고달 팠지. 그래서 엄마가 결혼하고 싶은 상대는 아내를 경제적 책임에서 자유롭게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사람이어야 했어.(요즘은 경제적 책임도 부부가 함께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경제적인 능력은 자신 있고,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주니까 남성만 큼이나 여성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결혼해서 살아보니 배우자는 능력 못지않게 사람이 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엄마가 생각하는 착한 사람이란 성격이 좋은 사람, 마음이 따뜻한 사람,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서로 의 발전을 위해 격려하고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란다. 선한 사람만 이 서로를 발전시키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서로의 삶을 더욱 충 만하게 해 주더라. 배우자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나의 삶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의 행복까지도 좌우하거든. 그러니 경제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따뜻 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배우자가 되면 좋겠지. 선함과 능력 둘 다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해.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요즘 사람들은 배우자의 성격이나 가치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 단다. 외모나 경제력도 배우자를 볼 때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말이야. 요즘 젊은이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인 것 같구나.


... 중략...


언젠가 너에게 찾아올 사랑을 위해 생각과 감성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이성을 사랑하기 위한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인 김춘수 의 ‘꽃’처럼 네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그도 너에게 와서 ‘꽃’이 될 수 있는 거란다. ‘용기 있는 자만이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너에게도 사랑이 찾아오거든 머뭇거리지 말거라. 두려 워하지도 말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네 마음을 표현해서 상대방도 좋다고 하면 서로 예쁜 사랑을 하면 돼. 상대 방이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용기를 내렴.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헤어질 것이 두려워 머뭇거리지 말고,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눈 감지 말며, 헛된 자존심으로 벽을 쌓지 않기를 바란단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꼭 가졌으면 좋겠다. 항상 사람을 진실하게 대하고 마음을 다하기 바란다.


사회적 이슈로 자주 등장하는 데이트 폭력과는 단호하게 결별했으며 한다. 사랑이란 상대방을 강제해서 되는 일이 아니거든. 나의 따뜻한 사랑이 상대방과 연결되어 사랑이 차고 넘쳐서 서로의 마음에 와닿는 거란다. 만일 네가 마음을 다했는데, 그가 떠나간다면 그것은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렴. 떠나는 사랑은 떠나보내야 새 로운 사랑이 찾아온단다. 그래도 항상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랑이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 사랑도 자연스럽게 차고 넘쳐흐르는 것이란다. 넘쳐 흐르는 사랑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눈이 가고, 마음이 이끌려 사랑을 하게 되는 거야. 그 사랑은 운명 같은 인연으로 이어지겠지. 좋은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인 거지. 인연의 결실로 평생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일이란다. 언젠가 찾아올 너의 충만한 사랑을 기원한다.







*도서 <딸아 행복은 여기에 있단다>을 읽어보시면 사랑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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