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딸이 추천한 책이다. 딸이 작가 초청 강연을 들었고 작가의 사인을 받은 책이다. “외할머니와 엄마 생각이 났어.”라고 말하며 건네준 책이다.
<딸에 대하여> 책 제목이 일단 마음에 든다. 엄마에게 딸은 언제나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지만 늘 그리운 존재.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안 보면 더 보고 싶은 존재. 그것이 엄마와 딸의 관계다. 엄마와 딸 사이에 이해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책 속에서 딸은 서른이 넘었고 미혼이며 대학의 시간강사다. 어느 날 딸은 엄마에게 집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달라고 한다. 엄마는 작은 집 하나에 더 이상 대출을 해 줄 수 없는 형편이라 난감하다. 결국 딸은 짐 보따리를 싸 들고 엄마 집으로 들어왔다. 딸은 ‘그 애’를 데리고 들어왔다. 이름이 있지만 엄마는 ‘그 애’라고 부른다. 딸과 ‘그 애’의 관계는 그냥 여자 친구가 아니다. 엄마로서는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관계다. 딸은 동성애자다.
딸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는 ‘그 애’가 무척 못마땅하다. ‘그 애’만 없다면 딸이 남자와 결혼하고 아들 딸 낳고 평범하게 살아갈 것 같다. 엄마는 딸에게 “네가 행복한 일, 네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살라”고 가르쳤지만, 막상 딸이 사회가 말하는 통념과 평범함을 벗어나니 딸을 이해할 수 없다.
딸은 동료 시간강사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대학에서 쫓겨난 것에 항의하여 시위에 앞장선다. 엄마는 딸이 어릴 때는 착하고 바르게 살라고 했지만 지금은 “너와 상관없는 일에 관심을 갖지 마라.”라고 한다.
내 딸이 동성애자라면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30여 년 전 어느 잡지에서 동성애자에 관련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후 나는 꽤 오랫동안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과 권리를 존중해야 하는 입장을 가졌다. 하지만 내 딸이 동성애자라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나도 책 속의 엄마처럼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살라고 말할 것 같다.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라고 딸을 다그칠지 모른다.
딸이 자신과 관련이 없는 동료의 일에 앞장선다면 어떻게 할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회의 불의에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없다. 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들통날까 봐 조마조마하며 배신감과 죄책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딸에게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살라고 말할 것 같다. 이웃이나 동료의 처지보다 자신의 삶과 안전을 위해 동료의 일에 관심 갖지 말라고 할지도 모른다.
내가 딸에게 내 생각을 충분히 말했는데도 딸이 그 길이 자신의 길이라고 한다면?
그때는 딸을 믿고 지지하고 싶다. 엄마 마음이야 딸의 안전과 안위가 첫 번째이지만 딸이 원하는 삶, 스스로 선택한 행복한 그 삶을 빌어주고 싶다.
책의 후반부는 엄마와 치매노인 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엄마는 요양원에서 치매노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다. 엄마는 요양원에서 쫓겨나다시피 밀려난 젠을 집으로 모셔온다. 젠과 엄마는 아무 상관이 없는 관계다. 그런데 엄마는 언젠가는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젠이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마지막 생을 인간으로서 존중받기를 바란다.
작가는 딸이 동료 강사의 일에 열성인 모습과 엄마가 치매노인을 돌보는 모습을 대비시켰다.
서로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으나 서로 이해되어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엄마와 딸 사이라면 더욱더.
부모와 자식 뿐만 아니라 사회에 많은 것들이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과 현실에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