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이책 어때15<천자서평>

by 하민영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을 만나다!


<금오신화>는 김시습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이다. 현실 세계에 사는 남자 주인공이 저승세계의 귀신, 선녀, 염라대왕, 용왕을 만나는 이야기로 구성된 전기소설이다. 책에 수록된 다섯 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만복사저포기’ 남자 주인공인 양생은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만복사에서 살고 있었다.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 한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런데 그 여인은 왜구가 침입하여 난리가 났을 때 적에게 해를 입어 죽은 귀신이었다.

‘이생규장전’에서 이생은 최 씨라는 여인과 사랑을 나누고 결혼한 이듬해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에 오른다. 그런데 홍건적이 쳐들어와 부인 최 씨와 가족도 모두 변을 당한다. 어느 날 밤 이생은 죽은 최 씨 부인을 만나 몇 년간 정회를 나눈다.

‘취유부벽정’에서 홍생은 여인 기 씨를 만나 술을 마시고 시를 나눈다. 기 씨는 은나라 임금의 후손으로 나라의 재앙과 환난으로 떠돌다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하늘나라에 사는 선녀였다.

위 세 편의 작품은 연애 소설이다. 소설을 읽을 때 여성과 남성 주인공의 특징을 눈여겨보면서 읽으면 좋겠다. ‘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 두 작품 속 여성은 사랑이 맺어지기를 원하며 남편에게도 평생 자신만을 사랑할 것을 당당히 요구한다. 그리고 여성은 시에 능통하고 남편을 대함에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두 여성 모두 전란에 목숨을 잃었고, 가족이나 남편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남편과 부모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원망하지 않으며 이생에서 다하지 못한 한을 남성을 통해서 풀어간다.

‘취유부벽정’에서 선녀는 사랑에 관심이 없다. 남자 주인공보다 선녀라는 높은 지위를 가졌고 시를 짓는데도 훨씬 능력이 탁월하다.

위 세 편의 소설을 통해서 보면 당시의 여성은 절개를 중시하고 전란에 희생되었지만, 가정과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추측을 해본다.

위 세 편이 연애 소설이라면 다음에 이어지는 ‘남염부주지’는 작가의 사상과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다. 경주에 사는 박생이 염주(염라대왕)와 만나 하늘의 이치를 논하고, 임금의 도, 귀신과 제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주공과 공자와 석가에 대한 의견, 음양오행, 삼강오륜, 윤회를 논한다.

‘용궁부연록’은 고려 때 송도에 사는 한생이 박연에 있는 용궁으로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용왕과 강의 신인 조강신, 낙하신, 벽란신 세신과 어울려 풍류를 즐긴다. 뇌공(번개), 운모(구름), 풍백(바람), 우사(비)과 이야기를 나눈다. 용궁에서는 나무와 돌의 도깨비들, 산림의 귀신들이 장기를 부르고 춤도 추고 피리도 불고 뛰어논다.

최근에 우리가 보고 있는 현대의 판타지 소설이나 드라마들이 금오신화를 본뜬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정도로 환상적인 부분이 많다.


다섯 편의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은 이상 세계의 인물을 만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병을 얻고 죽음을 맞이하거나 은둔하여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다. 다섯 편 모두 남자 주인공의 말로가 회피와 은둔, 허무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다. 주인공은 현실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거나 삶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 의지가 없다. 현실에 관심이 없거나 회피하고 도망가고 있다.

작가의 행적으로 추정해 보면, ‘남염부주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현실정치와 삶에 대한 높은 도덕과 이상을 추구하지만, 시대적 상황과 현실에서는 답답함과 허무함을 느꼈을 것 같다.



<금오신화>는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시사가 많은 소설이다. 나는 시가를 잘 모르지만 이 책에는 고시, 오언절구, 칠언절구, 칠언배율 사, 곡, 행가, 제문, 제, 전 등 당대의 거의 모든 시가 형식이 존재한다. 다양한 형식과 양적으로 풍부한 시사가 서사를 압도할 정도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자신의 빼어난 문예적 능력을 뽐낸 것 같다. 시사와 산문이라는 다양한 문체를 이해하기란 현대 소설의 스토리에 익숙한 독자로서는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화려하고 다양한 문체의 시가 독자의 독서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 책은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시를 읽을 때는 읽기 속도를 늦추고 소리 내어 읽을 것을 추천한다. 주석도 꼼꼼히 챙겨읽는 것이 좋다.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고 섬세한 현대 소설과 비교해서 고전소설은 단순하고 심심하다. 고전 읽기를 자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소설이 재미없을 수도 있다. 특히 대학 입시를 치른 독자에게 고전이란 어쩌면 시험과목의 하나일 뿐일지도 모른다. 고전이란 작가나 시대적 배경지식을 찾고, 현대적 시각으로 작품의 의의를 찾아서 정답을 맞히는 것에 익숙할 것이다. 시험문제에 나올법한 내용의 해설과 정답에 별표를 치고 무조건 외웠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험이 없는 지금 고전 읽기를 하는데도 자꾸 분석하고 의미를 따지려는 습성을 놓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험을 떠나 읽는 고전 읽기에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 좋겠다. 작가나 시대적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을 때 더 좋은 독서를 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책을 보듯이 옛날이야기 속에 그대로 빠져든다면 더 재미난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전이라는 명성에 너무 기죽지 않고 책을 읽으면 좋겠다. 고전이든 명작이든 그 어떤 책이든 독자가 읽고 싶은 대로 읽고, 느끼는 대로 느끼면 될 것 같다. 시대를 막론하고 책을 통해서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면 된다. 현재 시점에서 고전을 해석하든, 과거 시점에서 시대를 이해하든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뒤늦게 이것을 깨달은 나는 서평을 마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책을 읽어보려 한다.


*금오신화를 다시 읽고 독서모임도 하였습니다.

1460년대 쓰여진 소설을 580여년이 지난 지금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감동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이라니, 책이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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