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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드로 Dec 15. 2023

EP.07 우리의 세 번째 여행, 괌(2)

후회는 언제나 아프다.

그녀:"오빠, 나 미국 갔을 때, 마셨던 음료수 한번 찾아보자!!"


나:"지금...? 그래"


지금에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나는 너무나 어렸고, 지금도 어리다. 매주 금요일에 글을 쓰기로 해서 아프지만 오늘도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볼까 한다.


우리는 입국심사를 끝내고 나와서 택시를 불렀다. 그랩으로 불렀던 걸로 기억한다. 웬 한국인 아저씨가 와서 친절하게 이것저것 많은 걸 알려주셨다.


그녀는 여러 가지를 물어봤고, 그 덕에 우리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나갈 채비를 마친 다음 우리는 근처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갔던 걸로 기억한다.


아, 다시 생각해 보니 그때 숙소가 괌에서 유명한 백화점과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는 그곳에 들러서 쇼핑부터 했다.


지금은 그 모든 순간이 그립지만, 그 모든 순간에 조금이나마 그 사람에게 잘해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내 심장을 파고든다. 지금 하는 생각이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그녀에게 더 잘해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내가 모르겠는 것은 '그녀가 날 좋아하는 마음을 내가 어디까지 몰라줬는가'하는 것이다.


나는 어느새부턴가 그녀를 너무나 당연시했고, 나의 열등감은 마치 그림자처럼 그 여행에도 따라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의 미소와 그녀의 말투, 그녀 자체가 마치 빛처럼 그 그림자를 많이 없애주었다는 것, 빛은 그림자를 없앨 수도 있지만, 그림자는 빛이 있기에 존재하기도 한다.


우리는 쇼핑을 마치고 식당에 갔다. 식당이름은 카프리쵸사였다. 입장하는 순간 유교보이인 나는 종업원들의 개방적인(?) 옷차림에 약간 놀랐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녀 옆에서 순번을 기다렸다.


괌은 정말 한국사람이 많았고, 전형적인 미국인보다는 그곳 원주민 출신 미국분들이 많았다. 나는 여러 사람들을 보고, 그녀와 아이돌 영상 등을 보며 차례를 기다렸고, 마침내 우리 차례가 왔다.


우리는 안쪽 자리에 배정받았고, 그때 시켰던 메뉴는 클램차우더였다.


그녀는 능숙하게 메뉴를 시켰고, 정말 맛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메뉴를 시켰던 것 같은데 전부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식사를 마치고 밖에 나왔는데, 괌의 환장적인(?) 날씨가 우리를 맞아주었고, 우리는 우산을 나눠 쓰고 호텔로 향했다. 기억나는 게 그때 신호등을 건너야 하는데, 신호가 너무 안 바뀌어서 결국 손을 들고 건넜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면 결국 신호가 바뀌었거나.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신호도 잘 바뀌지 않고, 나는 그때 짜증을 냈다.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열등감 때문이다라는 등등의 수식어는 더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그렇게 쓰면 마치 나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같으니.


나는 호텔로 들어가서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녀는 사고 싶은 것이 있다며 근처 편의점? 에 들어갔다. 그녀는 5분가량 그녀의 목표물을 찾았고, 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제 그만 가면 안돼? 라며 날을 세웠다.


그녀는 약간 놀란 듯이, 아니면 화가 난 듯이, 알겠다며 포기하고 편의점을 나왔다.


우리는 약간의 냉전상태에서 그날 하루를 마무리했다.





글을 쓸 때 많은 감정들이 날 집어삼켰다. 그리움, 희망, 희망과 같이 찾아오는 절망, 후회, 두려움의 감정이 날 바닥에서부터 휘감았다. 그래서 글이 조금 두서가 없는 듯하다.


글을 쓰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니, 나는 너무나도 한심한 사람이었다. 살아온 시간은 27년인데, 왜 그때의 나는 마치 7살 어린아이처럼 굴었을까.


항상 후회하고, 잘못하고, 쳇바퀴 같은 굴레에 갇혀있다. 나는 선택하고, 후회하고, 나아지려고 애쓰지만, 결국 또 선택하며 후회한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녀에 대한 죄책감과 자아성찰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그 여행은 좀 더 나에게 나은 기억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당시 나는 그녀에게 찰싹 달라붙어있고 싶어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가 내심 나의 여행스타일대로 따라주기를 바라는 모순덩어리였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지.


글을 쓰며 내가 먼지만큼이라도 나아지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나에 대한 혐오감이 날 휩싼다.


그때의 나를 내가 마주한다면,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너의 모습을 전부 내비치며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없다, 세상 모든 일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며, 대가 없는 사랑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대가를 충분히 치렀고, 나는 그녀의 그런 성숙한 모습이 뒤에 가려져 있어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마치 태양이 주는 따스함은 알지만 너무 눈부셔서 우리가 태양을 감히 쳐다보지는 못하는 것처럼.


너무 그녀를 예찬하는 글로 느껴지는가? 그래도 좋다.


지금에 와서 알게 되어 그만큼 아프고 쓰라리지만, 내가 한 때 그런 태양과 같은 사람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때로는 날 살게 한다.


여기서 글을 더 쓰면 내 감정을 전부 글에 붓는 것 같아, 오늘은 이만 여기서 마무리하고 교수님이 내주신 논문발표를 준비하러 가봐야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날의 기억이 흐려져가기에 다음 주 금요일이 되기 전까지 글을 조금씩 써놔야겠다.


이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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