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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드로 Jan 23. 2024

EP.14 난 어디까지 변할 수 있나

널 위한 것이 아닌 이기적인 나를 위해 어디까지 변할까

그녀:"내가 게임해서 캐릭터 키우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 오빠를 봐줘야 해?"


네가 나에게 하곤 했던 말이다. 너는 항상 어른스러웠으며 야무졌다. 그래서 나는 널 종종 기니피그라고 놀리곤 했었다. 종종 맛있는 걸 먹을 때 입에 음식을 넣고 오물모울 씹는 모습이 마치 다람쥐가 도토리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것과 비슷해서 그랬었지.


너는 왜 기니'피그'냐고 나에게 따지곤 했었는데, 난 그저 웃으며 넘기곤 했다.


글을 쓰다가 소재가 바닥이 나고 있어서 요새는 학원조교일이 끝나고 집에 올 때 버스에서 여러 생각을 하면서 오는데, 위 글의 내용이 떠올라서 적어본다.


나는 너와의 재회를 원하고, 너와의 결혼을 원하며 가급적이면 네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떴으면 한다. 

김칫국을 마시다 못해 김칫국에 동치미 국물까지 원샷 때리는 생각이기는 한테, 항상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내가 너와 결혼해서 살 때,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넌 외롭게 보낼 시간이 생기니까 나는 네가 그 외로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했다.


어쨌든, 나는 너와의 재회를 원하지만, 나는 너무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고, 네가 날 선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선택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 것도 사실이다.


내가 재회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난 시도할 거고, 그 시도는 수천번 고민하고 내가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 딱 한번, 시도할 거다.


나의 5년간의 연애는 문제가 많았고, 나는 그걸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중간중간 네가 나에게 실수하는 사소한 실수를 부풀려서 내가 너에게 못해주는 것을 덮어버렸다. 내가 못해준 건 생각도 안 하고 너의 행동으로 나의 잘못을 덮어버리다니,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네.


연애도 문제가 많았는데, 재회라고 문제가 없었을까.


재회는 더 개판 오 분 전이었다. 아니 어쩌면 개판이었을지도.


나는 널 위해서 변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고, 이는 당연히 실패로 끝났다.


물론 그때의 마음은 널 위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나이고, 변해야 하는 것도 나인데, 널 보고 너에게 모든 걸 맞춘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우리는 다르다. 결코 같아질 수 없고 유일하게 생길 수 있는 공통점이라고는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이 우리가 공통으로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네가 나와 다른 부분을 좋아했고, 너도 내가 너와 달랐던 부분을 좋아했겠지.


이처럼 다른 사람인데, 이 사람한테 모든 걸 맞추겠다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나는 이제 이별의 문제를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문제는


내가 널 배려하지 않았고, 너무도 이기적인 마음으로 좋아했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내 직업, 진로 문제도 있었지만 나는 위에 말한 문제가 핵심인 듯싶다.


널 배려했다면 네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나와 인연을 이어나가는지 좀 더 생각해보려 했을 것이고, 그 결과는 아마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게 아마도 연애의 어려운 점이 아닐까.


연애에서 상대방에게 잘해주는 것은 쉽다. 아 물론 상대방이 백 프로 맘에 들어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정도는 잘해줄 수 있다. 집에 데려다준다거나, 선물을 준다거나.


하지만 이것들은 그저 부산물일 뿐이며, 이 사람을 진정으로 잘해주는 것은 이 사람이 나에게서 찾는 부분을 내가 가져다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결핍이 있다. 그녀고 결핍이 있었을 것이며, 나 또한 결핍이 있다. 아마 난 애정결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연애가 결혼으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부터 재회에 대해서 적을 건데, 만일 '얘는 지가 실수는 다해놓고 어떻게 뻔뻔하게 재회를 시도하지? 놓아주는 법도 배워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은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길.


나는 결핍을 채워보고자 한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그녀를 위해서 내가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은 없다.


나를 위해서 내가 달라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나는 그 해결책은 꾸준함이라고 생각한다.


헤어지고 내가 배운 점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다른 사람은 10번 만에 배운다면 나는 30,40번 정도는 봐야 어떤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을 배웠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법을 배웠으며, 나를 제어하는 법을 배웠다. 물론 완벽히는 배우지 못했지만 넘어지며 배워가는 중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기록하는 챌린지에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적어놓고 체크하는 중이다.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 이불정리-

-아침에 물 한잔-

-논문 발표 준비-

-금욕-

-운동-

-양배추 즙 섭취-

-브런치 글 소재 정리-

.

.

.


연애에서 잘못됐던 부분 또한 많이 생각해 봤다. 내가 상상력을 풍부해서 그런가, 아니면 언젠가 네가 이 글을 볼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가 약간 부풀려서 적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데, 최대한 그 마음을 억누르며 적어보려고 한다.


너무 어리게 연애했다. 카톡창에 올라오는 너의 애졍표현에 집착(?)했으며, 네가 날 사랑하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했다.(~했던 것 같다,라는 말투는 싫어해서 단조롭게 적어보려고 한다.)


누구나 시간과 여유만 있다면 해줄 수 있는 부분을 너에게 해주면서 이 조차도 해주지 않는 내 기준 버러지 같은 사람들에게 우월감을 느끼며 연애를 했다. 아, 너무 자기 비하적인가...?


너와 나의 사회적 지위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의 달라진 사회생활을 배려하지 못하였다. 이 부분은 좀 심각하게 고쳐야 할 것 같은 것이, 널 만나지 못한다면 난 다른 사람을 만날 텐데, 위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또 결국 파국이다.


너의 인간관계에 집착하며 너의 행동으로 나의 행동을 덮어놓았다. 물론 나도 내 행동에 대해서 자기반성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자기반성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너와의 미래를 그리지 않았고 이는 너무나도 이기적인 행동이었으며 너에게 상처를 줌과 동시에 우리가 나누고 있던 사랑에 칼을 꽂았다는 점이다. 세 번째 박힌 칼은 너무나 깊게 박혀서 너는 그 사랑을 놓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다른 사람과 사랑을 쌓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아직 피가 뚝뚝 흐르는 사랑을 놓지 못했고, 반년이 지나서야 깊게 박힌 그 칼을 뽑아보려고 해.


칼을 뽑는 순간에는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겠지만, 언제 가는 치유될 거라고 믿어.


그때가 되면 네가 다시 받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쥐고 있는 미련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모든 것은 내 경험에서 얻어진 지식이 될 테고, 그럼 나는 그 지식을 토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내가 변해가는 것은 나도 알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 내가 심적으로 성장한것은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서 알아야 할텐데 지금은 폐관수련을 해야 할 시간이니까.


그래서 내 몸을 단련하고자 한다.


풀업 100개, 팔굽혀펴기 300개, 스쿼드 300개 등등을 매일 하면서 날 단련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될 수 있겠지.


지금은 자리를 잡기 위해 다음주에 있을 논문 발표 대본을 작성하는 중이다(1.22일 월요일 오전 10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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