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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드로 Feb 02. 2024

EP. 17 어디까지 이기적인가

나는 어디까지 이기적일 것인가?

지인:"오빠가 헤어지자고 한 거야, 오빠가 선택한 거라고"


어제는 대학교 동기를 만났다. 만나서 요새는 뭘 하고 지내나,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개팅이야기에서 갑자기 내 비참한 연애이야기로 대화주제가 넘어갔다.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묻길래, 내가 방황했으며, 신뢰가 무너져서 헤어졌다고 말헀는데, 그 친구는 헤어지자 말한 건 오빠의 전 연인이었을지언정, 오빠는 비겁하게 그 말을 그 사람에게 돌린 것이라 했다.


배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도 알고는 있었는데, 그걸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니 더욱 아팠다.


나는 너에게 헤어짐을 미룬 비겁한 사람이었다는 게, 너무 아프다.


사람은 이기적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부, 적선, 선행 등은 결국 자기 자신의 만족감이라고 한다. 이타적으로 보일지언정, 결국 끝은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이기적이라고 전부 나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행동이 이기심에서 비롯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선한 이기심이며, 그렇지 않다면 나쁜 이기심이라 생각한다.


나는.... 정말 나쁜 이기심이었네.


너와의 연애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는데... 내가 말하지 않은 문제가 또 무엇이 있었을까?


구석에 처박아 둔 문제를 오늘은 끄집어 내볼까 한다.


일단 나의 내로남불, 나는 이 글에 나 자신을 내려놓으려 한다. 어쩌면 이기적이며 내로남불 덩어리인 나를 이글에서 죽이려 한다. 죽어야 다시 태어날 수 있으니.


미안하다. 너의 인간관계에 집착하고, 그 모습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구나. 그 마음은 아마, 너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되었겠지. 왜 나는 널 믿지 못하였을까. 네가 신뢰를 주지 못해서?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는 네가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었어. 


언제든지 네가 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그저 너의 인간관계는 나에게 마치 눈엣가시였다.


눈을 감아야 아프지 않은.


눈을 뜨고 있다면 아팠다. 왜 아팠는지는 모르겠어.


나 또한 여사친이 있었다. 없지는 않았지. 내가 어디 가서 완전 왕따당하고 살 팔자도 아니고... 나름 활발(?)한 성격이니까.


내가 너의 인간관계에 집착한 이유는 하나


내가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어야 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재수 없지만


네가 날 놔두고 그런 사람한테 흔들린다고?


이런 마인드를 가졌다면 뭐가 좀 달랐을까.


그리고 그녀가 많이 부러웠던 것도 내 집착에 기여했다.


사람은 자신이 부족할 때, 자신이 가진 것을 적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그것이 물건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미련과 집착으로 인해 고통받아야 하는 사람의 심정은 어찌한단 말인가.


글로는 알고 있었고, 내가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인데, 너와의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너는 나의 안식처가 되었고, 너와의 따뜻한 안식처는 나의 고통을 잊게 했다. 네 잘못은 아니다. 그 안식처가 영원할 거라 생각했던 나의 오판이지.


네가 떠나고 나서야 나는 내가 황무지에 서있었단 사실을 알았으며, 오아시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건 자신 있으니까.


처음엔 힘들었다. 이정표도 없고, 신발은 벗겨지고, 달려도 달려도 끝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 달리다 보니, 점점 사막은 사라지고 푸른빛이 보이더라.


그녀와 다시 만난다고 할 때, 어떤 트러블이 생길 수 있을까? 날 다시 만난 다고 해서 그녀가 모든 인간관계를 정리하지는 않을 거고, 나 또한 그걸 바라지는 않는다. 


나는 네가 여행 간 2~3주 동안 생긴 인간관계의 깊이를 무시했었고, 그 기간 동안 생긴 인간관계와 나와의 관계를 네가 저울질하는 듯하는 것이 싫었어.


아마도 너에게 했던 이야기겠지.


너는 나에게 종종 왜 그러느냐고, 내가 오빠의 그 죽고 못 사는 친구들(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연락하는 이제.. 햇수로 16년 된 친구 2명이 있다)이 오빠랑 연락하는 게 싫다고 하면 연락 안 할 거냐고 묻곤 했었다.


그때는.... 말이 되는 비교냐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에게 그만큼 소중했던 인간관계라고 나에게 절규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완전한 해결책은 없다. 내가 그만큼 현명하지 못해서 어떻게 갈등을 타개해 나갈지 모르는 거겠지.


아마,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나는 너에게 여행을 제안할 것 같다. 제주도에 있는 집에 가서 2박 3일 동안 한번 지내보자고 할 것 같아.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여러 가지 앞으로의 다가올 나날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마찬가지로 너에게 건네는 말로 마무리한다.


너에게 내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말은 못 하겠어. 단지, 난 6개월 전과는 다르게 말하기 전에 3초 정도 생각하는 습관이 생긴 것과 어느 정도 침묵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꾸준함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법과 현명해지려면 남들의 경험이 담긴 책 또는 조언을 새겨들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정도.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한걸음을 내딛기 위해 지난 몇 달 동안은 바쁘게 돌아다녔어.


여러 연구실에 컨택했고, 삼성의료원에 있는 연구실로 다음 주부터 출근하게 됐어. 월급도 받으면서.


그곳에서 석사를 하고, 회사에 취직을 하던지 아니면 박사 공부를 할 수도 있겠지. 인공지능이 접목된 생물학 분야라 어디 가서 굶어 죽진 않을 것 같아.


오늘 서점에 가서 이런 글을 봤어.


"삶은 존재가 쪼개지는 고통을 이겨내야 변한다"


나는 아직 이별에 아파하는 중이지, 정말 성숙해지면서 겪는 성장통은 아직 덜 앓고 있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성장통도 앓게 되고, 그럼 좀 더 성장할 수 있을까. 내가 완전해져야 너에게 다시 만나자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완전해지는 길이 보이지 않아서 더 힘이 들어.


우리 만약 다시 만난다면, 많이 힘들었다고, 많이 미안했다고, 앞으로도 힘든 일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전보다는 조금 덜, 그리고 짧게 아파하고 고통뒤에 오는 행복을 함께 누려보자고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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