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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마 Aug 16. 2021

입사 한달 차, 이직을 결심하다 VIII

스타트업 웹디자이너의 고뇌

그런 생각을 안해봤냐고!


  우리 회사는 투자로 운영되는 회사였다. 신보나 기보, 산업은행 등에서 들어 온 투자도 있었지만 정말 투자 전문 회사에서 투자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이런 쪽은 잘 모르니 어찌 돌아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에 약 10억을 투자한 거대한 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에서 감시(?) 역활로 심어놓은 직원이 우리 부장님이였는데 부장님과 제법 친하게 지내다보니 그 회사에 대해 듣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 회사는 돈 되는 일은 귀신 같이 냄새를 맡어 이것저것 큰일도 자주 벌이고 우리 회사처럼 가능성 있어 보이는 곳에 투자도 종종하고 꽤 큰 돈을 굴리는 곳이었는데 하루는 그곳에서 정말 거대한 카페를 열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바다가 보이는 지역에 20억이랬나 200억이랬나 아무튼 엄청난 돈을 투자해 거대한 카페를 차렸는데 가오픈때부터 인스타 인플루언서부터 유튜버, BJ 등 바글바글 난리가 났었다. 덕분에 부장님도 우리 회사 출근은 뒷전으로 하고 그 카페에 가서 주차장 안내요원으로 근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투자 회사의 대표가 우리 회사 대표를 그곳으로 불렀다. 우리 대표는 차가 없었는데 그 먼 곳으로 지금 당장 달려오라고 불호령이 떨어진 것이다. 대표는 해맑게 택시를 불러 20만원 정도의 택시비를 지불하고 그곳에 다녀왔는데, 부장님이 전하기로는

   “투자는 했는데 성과는 없지. 지금 우리 회사 대표가 완전 열이 뻗쳤지”

   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모지리 대표는 거기 가서 심각한 상황인지는 모르고 헤헤 거리며 ‘잘지었다.’ ‘돈 많이 들었겠다.’ ‘헤헤’ 하며 상황파악 하나 못하고 븅신같이 굴다 왔더라~ 라는 것도 부장님이 추가했다. 뭐, 이거는 말단 웹디자이너가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문제는 그 다음 날, 출근해서 열심히 공식홈을 제작하고 있는데 대표가 털썩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더니 대뜸 ‘김대리! 부장네 회사 카페 봤어?’ 묻는 것이다.

   “네. 봤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뭘 어떻게 생각해? 너무 이쁘고 좋더라, 가보고 싶던데? 근데 사람 너무 많더라. 역시 돈이 돈을 부르는군. 정도가 내 생각의 끝 이었다.

  “좋던데요?”

  “아니! 그런거 말고! 거기 지금 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이런데서 아주 난리가 났던데! 느끼는거 없어?”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출근하자마자 웹디자이너한테 이게 무슨 소리인가? 눈알을 굴리며 뭐라고 대꾸해야할지 몰라 어버버 거리는데 대표가 인상을 확쓰며 말했다.

   “우리 제품도 그렇게 확! 홍보할 생각은 안해봤어? 그런 생각을 안해봤냐고!”

    “네..?”

   “유튜브! 그런 곳에 우리 제품 홍보할 생각을 해봐야지! 뭐하고 있는거야 도대체? 파급력이 확! 오는 그런 방법 말이야!!”

   나는 순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허?참?하? 등의 추임새가 나올 거 같기도 했고. 아니 지금 이사람이 웹디자이너한테 뭐라는거야? 아니 그건 그렇다치고 (전화상담까지 하고 있으니) 뭐? 어디 그런 카페랑 프린터 장비랑 비교를 해?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어떻게 반응을 해야하는거야? 어떤 대답을 해야하는 거지?

   “김대리! 잠시만!”

  그런데 때마침 출근한 부사장이 나를 호출했다. 이 정신나간 대화는 부사장에 의해 막이 내렸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부사장에게 걸어가는 길 나는 결심했다.


  ‘그래. 그만두자.’



(+ 그리고 그 다음날 대표는 뜬금없이 아이스크림 가게를 오픈하고 싶다며 거기도 카페 아니냐고 물었다. 아는 사람이 대표가 너-무 잘할 것 같다고 싸게 넘기겠다고 했다는 것도 추가로 떠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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