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먹는 행위를 좋아하지만 맛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좋게 말하면 대부분의 것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혀의 감각이 둔하다. 양이 부족하지 않은 이상 메뉴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무엇이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런 내가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갔을 때 깨달았다. 맛도 중요하구나. 독일의 음식은 내 기준에서 너무 짰고 맛있게 먹기가 힘들었다. 한국음식을 먹고 나면 느껴지는 특유의 포만감과 든든함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현지에서는 현지 음식을 먹고살겠다던 초반의 다짐이 흔들렸다.
마트에서 쌀과 계란, 간장을 사서 간장계란밥을 해 먹었다. 거의 매일 먹었다. 밥솥이 없어 냄비로 밥 하는 법을 익혔다. 나중에는 물의 양과 불의 강도, 밥을 찌는 시간 등을 통해 내가 원하는 식감을 구현할 수도 있었다. 밥의 식감과 계란이 주는 부드러움, 그리고 간장으로 인한 적절한 자극까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잘 살고 있는 지금, 아무리 맛있고 귀한 것을 먹어도 그때 해 먹었던 간장계란밥을 이길만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