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갈레의 길
“소연 씨, 혹시 강연 제안 받으셨어요?”
준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역 문화센터에서 ‘작은 공간의 힘’이라는 주제로
소연에게 강연을 요청해온 것이다.
소연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나한테… 강연을?”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책방이라는 조용한 공간에서
조용히 살아온 자신에게
세상 밖으로 나가라는 제안이었다.
“하고 싶어요?”
준혁의 질문에,
소연은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 무서워요.
내 이야기를 많은 사람 앞에서 꺼내는 게.”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소연아,
너는 이미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어.
그걸 말로 전하는 건,
또 다른 방식의 위로가 될 수 있어.”
그날, 두 사람은 책방 구석에 앉아
강연 제안을 두고 오래 이야기했다.
소연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볼게요.
책방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했듯,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면.”
밖은 늦여름의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두 갈래의 길 앞에서
같은 방향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또 다른 이야기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