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43)

마주하는 용기

“소연 님, 혹시 이 글… 마지막에 쓴 건가요?”
그 남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가 펼친 페이지엔,
소연이 가장 최근에 적은 문장이 담겨 있었다.

“이제는, 그 시절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 시절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소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글을 쓰고 나서야,
진짜로 그 시절을 떠나보낼 수 있었어요.”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문장… 저한테도 큰 위로가 됐어요.
고맙습니다.”

그날, 그는 책방을 떠나며
조용히 인사를 건넸고
소연은 창가에 앉아 한참을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저녁이 되어 책방이 조용해지자,
준혁이 다가와 말했다.
“소연아,
오늘 너… 정말 단단해 보였어.”

소연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 시절을 마주하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괜찮아.
그리고… 지금의 내가 더 좋아.”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도 지금의 소연이가 좋아.
그 시절을 지나온 너라서,
지금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 된 거니까.”

밖은 늦여름의 바람이 부드럽게 창을 흔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마주하는 용기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했고,
그 마음은 더 단단하고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