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42)

선넘어

“소연 님, 혹시 이 글… 그때 그 사람 이야기죠?”
그 남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연은 잠시 멈칫했다.
그가 가리킨 문장은,
자신이 가장 아팠던 시절을 담은 글이었다.

“그 사람은 내게 다가왔지만,
끝까지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소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 시절, 저는 많이 무너졌어요.
그래서 이 공간을 만들었고…
다시 살아갈 수 있었어요.”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때… 나도 그 사람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 글이 더 아프게 다가왔어요.”

그날, 그는 책방에 오래 머물렀고
소연과의 대화는 점점 더 깊어졌다.
준혁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말없이 커피를 내렸다.

저녁이 되어 손님들이 모두 떠난 뒤,
준혁은 조용히 말했다.
“소연아,
그 사람과 이야기할 때 너는…
예전의 너 같았어.
지금의 너랑은 조금 달랐어.”

소연은 놀란 듯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 시절은 아직도 내 안에 있어.
그 사람은…
내가 넘지 못했던 선 같은 존재였거든.”

준혁은 잠시 말이 없다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는…
그 선 너머에서 기다릴게.
네가 지금의 너로 걸어올 수 있도록.”

밖은 늦여름의 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고,
책방 안엔 묵직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감정의 선 너머에서
서로를 향한 믿음을 다시 붙잡으려 애썼고,
그 믿음은 조금씩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